콘텐츠가 전부다
 
지은이 : 노가영 외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일 : 2020년 01월




  • 이제 수퍼리치는 콘텐츠 산업에서 나온다. 돈도 여기로 모인다. 2020년, 콘텐츠를 빼고 시장을 말할 수 없는 이유다. 하루에만 전 세계 사람들의 10억 시간이 유튜브에서 소비된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OTT 시장을 질주하던 넷플릭스는 원조 콘텐츠 재벌 디즈니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팟캐스트 시장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애플은 오직 애플 뮤직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을 엄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00만 달러를 들여 게임 스트리머 닌자를 모셔왔다. 지금 시장의 생태계는 플랫폼이 주도하던 판에서 콘텐츠가 주도하는 판으로 바뀌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이 소외되거나 열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이제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콘텐츠가 더 이상 플랫폼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사업 모델이 됐음을 뜻한다.

    저자들은 급진적인 시대 변화의 핵심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의 현실을 분석하고 관련 문화 현상을 설명한다.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들었던 현장 정보와 치밀한 분석, 입이 딱 벌어지는 천문학적인 수치가 말하는 남다른 ‘부(富)의 규모’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산업 최전선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콘텐츠가 전부다


    이제 ‘콘텐츠 온리’의 시대다

    어떤 고객들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콘텐츠 소비의 다섯 가지 유형

    콘텐츠도, 디바이스도, 자동차나 가전제품까지 어떤 산업에서든 이노베이터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콘텐츠나 상품이 시장에 공개되기 전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공개 즉시 시청(구매)하여 본인의 것으로 소화해야 직성이 풀리는 혁신 수용자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2019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작품 <영 아메드>를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상영관을 찾아 상영 시간에 맞춰 티켓 값을 온전히 지불하고 관람하는 사람들이 이 집단에 속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전체 소비자의 0.5%가 채 안된다(참고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제외하고 2019년 칸 영화제 수상작들의 국내 개봉일은 미정이다). 20만 명 이내의 소수인 이들은 본인이 해외 영화제의 수상작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관람하는 것에 자부심은 있으나 남들이 알아주는 것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속된 말로 압도적인 덕후들이다. 이들에게 콘텐츠는 독창적이고 희소성이 있어야 하며, 여기에 더해 프리미엄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다음은 개인의 취향이라는 이노베이터의 속성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콘텐츠의 완성도를 우선시하는 얼리 어답터다.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이나 2018년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진출로 화제를 낳았던 <버닝>, 할리우드 스튜디오 작품인 <오션스 8> 정도의 박스 오피스가 이들의 소비 대상에 해당한다. 이 영화들이 동원한 국내 극장 관객 수는 50~100만 명 언저리로 전체의 2%다.


    얼리 머저러티 집단은 말 그대로 다수 수용자이되 일반인보다 좀 더 빨리 수용하는 집단으로, 보편성과 편의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실례로 극장 관객 500만 명 정도의 영화라면 최소 상영 기간 동안은 멀티플렉스에서 가장 근접성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호불호 없이 대중성을 보유해야 하는데, 2019년 최근작으로는 <봉 오동 전투>, <캡틴마블>, <나쁜 녀석들:더 무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필요성을 느껴도 선택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을 놓지 않는 레이트 머저러티들을 움직이는 콘텐츠는 기획 성향이 짙고 사회적 담론이 일어나는 정도다. <보헤미안 랩소디>, <엑시트>, <군함도>, <범죄도시> 등, 700~80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관람한 영화가 여기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레거드 집단은 여기에 사회적 이슈까지 배가되어 소셜 신드롬이 형성되어야 극장 티켓을 예매하는 게으름뱅이들이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 <기생충>, <신과 함께>, <변호인> 등, 한국 시장에서는 최소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이 동원되어야 비로소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층이다. 다시 말해 레이트 머저러티와 레거드는 타인에게 영향을 받고 유행과 소셜 이슈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식의 밴드 왜건 효과에 의존하는 집단이다.


    이제 프리미엄의 기준은 특별함과 ‘희소성’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소비자들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유료 콘텐츠 시장의 경우, 사실상 레거드의 콘텐츠 유료 결제가 희소하다는 점과 결제 빈도, 고객 규모를 감안하면 얼리 머저러티와 레이트 머저러티의 우선 공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보편성과 상업성이 기반이 된 기획 콘텐츠여야 한다. 모바일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 유튜브나 여러 포털을 필두로 한 무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른 다양하고 새로운 장르와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향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는 곧 독창성이나 완성도가 중요한 이노베이터와 얼리 어답터에게 소구하는 프리미엄 콘텐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프리미엄은 높은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이 아닌 특별함과 희소성이다. 일반 소비자는 이러한 콘텐츠들의 다양성을 습득해가며 유료 결제에 대한 경험도 훈련할 것이니 더 이상 남녀노소 모두가 열광하는 포-쿼드런트 콘텐츠에 대한 강박은 불필요해 보인다.



    하루 10억 시간의 위용. 콘텐츠 영토의 무한확장, 유튜브 제국

    99%의 돈 못 버는 콘텐츠, 그러나 집합의 힘

    99% 개미 유튜버들이 만드는 ‘천하제일’ 방송국

    2019년 7월, 2,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보람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가족 회사 보람 패밀리가 98억 원 상당의 청담동 빌딩을 매입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톱스타 부럽지 않은 고수입 유튜버들이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발표한 유튜버들의 연 수입 집계를 봐도, 게임 유튜버 17억, 먹방 유튜버 10억 등으로 구독자 수 상위 유튜버들의 수입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반면 구독자 수가 미미한 유튜버들의 수입과 관련한 공식적인 집계는 없으나 2018년 11월 한국MCN협회가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운영이 부업이나 취미가 아닌 주업인 경우 크리에이터의 일 평균 수입은 5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편당 제작 비용은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으나 콘텐츠 제작에 평균적으로 35.9시간(하루 9시간 노동을 전제했을 시 4일 소요)을 할애하고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 월 100만 원 가량의 수입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대다수 유튜버는 들이는 시간과 노동력 대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튜버들 사이에 농담처럼 회자되는 30:800:1,000 법칙(구독자 30만 명에 누적 조회 수 800만 건이면 월수입 1천만 원) 역시 산술적으로는 정확하겠지만 사실상은 대다수 크리에이터들이 지향하는 목표에 불과하다. 2018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더라도, 돈 버는 유튜버는 1% 남짓에 불과하다고 하니, 사실상 99%의 유튜버들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99%의 유튜버들(광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최소 구독자 1천 명 이하의 유튜버를 포함)은 지금 무엇에 기여하고 있는가?


    이들이 바로 앞서 말한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의 화수분(끊임없이 재물이 나오는 보물단지)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는 99%의 돈 못 버는 유튜버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로 천하제일 방송국의 지위를 유지한 채 집합의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처럼 화수분 단지가 된 유튜브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콘텐츠가 매일 업로드되면서 새로운 검색 포털로까지 떠올랐다. 이는 사업자의 전략적인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어도 유튜브는 이미 엔터테이닝에서 정보 전달로,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검색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쓰고 있다.


    새로운 검색 패러다임의 탄생

    어느새, Z세대들은 궁금한 것들이 있을 때 네이버나 구글 같은 포털 서비스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검색한다는 사실은 이제 식상한 말이 되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하루에 최소 4.4회 유튜브에 접속하여 51.5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하는 유튜브 네이티브들은 밀레니얼세대에 비해 3배 이상의 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낸다. 이들에게는 검색을 위해 또 다른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심지어 유튜브 네이티브의 다음 세대라 일컬어지는 알파키즈(201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는 인스턴트 메시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와 유튜브만으로도 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들에게 텍스트와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검색 서비스는 고루하고 느릴 수밖에 없다.


    이렇듯 늘어나는 검색량이 월 30억 건 이상에 달하면서, 유튜브의 돋보기 검색창은 국내 검색 시장을 독점하던 녹색 검색창을 위협하는 것을 지나 구글에 이어 세계 2위의 검색엔진 자리(구글과 구글 이미지 검색엔진을 구분할 경우, 글로벌 3위)를 차지했다. 검색되는 데이터 역시, 여타 서비스인 빙, AOL, 애스크닷컴, 야후 등에서 소비되는 정보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심지어 세계 1위 검색엔진인 구글마저도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구글에 소녀시대를 검색하면 위키피디아 결과 값 바로 다음으로 유튜브 결과 값이 상단에 노출되는 식이다. 물론 구글과 유튜브는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산하의 기업이기에 이는 계열사 간의 협력일 수도 있겠으나, 그간 쌓아왔던 것들보다 유튜브 동영상 검색 결과를 우선하여 보여주는 것은 구글 입장에서 큰 결심이 필요했을 터다.


    디지털 너드, 유튜브 제국의 주인인가 노예인가(feat. 개미 유튜버의 하루)

    유튜브 제국의 진짜 주인은 우리!

    지금 개미 유튜버들이 말하는 트렌드는 무엇일까? 먹방과 브이로그, 뮤직, 언박싱 콘텐츠에서 어디로 추세가 움직이고 있을까?


    첫째는 브이로그와 예능, 드라마, 토크쇼 등 기존 TV프로그램 포맷과의 접목이다. 일상의 기록이나 겟레디위드미 같은 평온한 브이로그 콘텐츠와는 별개로 시장이 세분화(육아, 여행, 직업 체험기 등 최근 브이로그 콘텐츠의 40% 이상은 예능)되며 ‘브이로그 예능’이 각광받고 있다. tvN <일로 만난 사이>나 KBS <배틀트립>같은 각본없는 리얼 TV 예능들이 유튜브에서 확산되어 가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둘째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마력 콘텐츠의 힘이다. 마력 콘텐츠란 내용은 별것 없지만 생각 없이 보면서 빠져들 수 있는 소위 멍 때리기 좋은 콘텐츠를 뜻한다. 이는 "콘텐츠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전형적인 콘텐츠 제작 문법을 파괴한 것으로, 그야말로 유튜브만이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얼음 위에 뜨거운 용암을 흘리는 영상이나 단순한 공구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ASMR, 글씨를 반듯하게 써 내려가는 모습을 아무 생각없이 보다 보면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것이 바로 별다른 내용 없이도 계속 영상을 보게 만드는 마력의 콘텐츠인 것이다.


    셋째는 TV스타들의 반격이다. 소셜 인플루언서 외에도 최근에는 소위 A급 스타인 배우 한예슬, 강동원, 이하늬나 <무한도전>의 김태호 같은 스타급 PD까지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TV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활동해 온 연예인들이 이처럼 유튜브로 뛰어들면서,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은 강해졌고 전방위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TV스타들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구독자와 시청 시간 나눠 먹기 경쟁이 그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PD나 작가의 일방향적인 기획에 지친 스타들이 유튜브에서는 직접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기획이나 대본 없이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소소한 일상도 콘텐츠가 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기 때문에 채널 개설과 동시에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확보되며, 이에 따른 수익은 덤인 셈이다. 2015년이 공격적으로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이 모바일 미디어로 진입하던 원년이었다면, 이제 방송 전문가들마저 기존 미디어를 벗어나 모바일 미디어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당신이 아닌 당신의 스토리

    먹스타그램은 끝났다, 이제는 ‘셀스타그램’이다!

    이른 아침, 눈뜨자마자 인스타그램에 접속하고 한참 피드를 내려보다 싱그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와 자두 사진을 구경한다. 그러다 과일 농장주인 돌파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딱딱이 복숭아 4.5kg과 체리 자두 2kg을 주문했다. 농장주 부부와 아들이 직접 수확한 복숭아 사진이나 청명한 복숭아 밭, 품종에 따른 수확 방식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보면 여타의 어떤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신뢰가 간다. 오전 11시경에는 파워 인스타그래머의 건강한 피부 사진 피드와 관련 해시태그를 보고 주저 없이 영양 보조제를 결제했다. 또한, 체스를 좋아하는 아들 사진과 해시태그를 종종 피드에 올렸더니, 언젠가부터 체스 판매자들이 나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체스판 광고 피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잠자기 전 침대에서 여행용 체스판을 또 결제했다. 오늘 하루에만 기존의 쇼핑몰 앱이 아닌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3개의 제품을 구매한 것이다.


    물론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인스타그램의 확장성에 대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이라 거창하게 설명하였으나, 해당 비즈니스는 아직까지는 제품 소개와 판매로 국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에서 대세가 된 커머스 활동을 셀스타그램이라 지칭하고 이러한 셀스타그램이 인스타그래머들의 스토리에서 출발하는 것을 콘텐츠가 커머스에 더하는 힘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온라인 쇼핑몰의 붐으로 미국 월마트가 매장 수를 줄이고 해외 유명 백화점들이 차례로 폐업해갈 때 우리는 똑똑한 소비자는 발품을 팔고, 더 이상 비싸게 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똑똑한 소비 공식만을 준수하지 않는다. 수개월, 수년 동안 그와 그녀의 피드를 훔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의 외모와 패션, 친구, 가족, 여행, 로맨스, 반려견, 음식, 문화 활동 그리고 짤막짤막 올라오는 글에서 보이는 라이프스타일과 철학까지 그(그녀)의 모든 것은 우리에게 잘 이어진 스토리가 된다. 스토리가 매력적인, 즉 자신의 소설 콘텐츠를 보유한 인스타그래머의 팔로워 수는 늘게 되고, 일정 규모의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인스타그래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커머스에 발을 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

    CEO이자 파워 인스타그래머인 M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바가 있다면, 인스타 커머스와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피드에 매 순간 업로드되는 분절된 콘텐츠들이 아니라 이를 엮어내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대부이자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이사회 의장, 존 헤네시가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책에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가 아닌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M은 "우리가 사는 것은 당신의 제품인가요, 당신의 스토리인가요?"라는 필자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은 6:4 법칙을 따른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상품 본연의 가치 60%와 파워 인스타그래머의 스토리가 기반이 된 팬덤 효과 40%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구매로 이어진다는 결론이다.


    그가 강조한 두 번째 키워드는 트레이드 오프다. 팬텀 효과를 위해서는 매력의 전달이나 희소한 정보 전달 중 적어도 하나가 필요하며 이것이 곧 구매 행위로 이어지는 콘텐츠라는 뜻이다. 6:4 법칙은 상품성과 팬덤 효과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로 조정될 것이나, 인스타 커머스에서 콘텐츠의 힘은 ‘40% + α’이다. 프레임몬타나는 론칭과 동시에 일 매출 3억 원을 넘겼고 2019년 6월에는 소규모 IR로 투자 유치를 진행했으며 론칭 9개월만에 면세점에 입성하는 등, 현재 승승장구 중이다.


    생활 포털이 되어가는 ‘서칭스타그램’

    구글은 추월, 유튜브 추격중

    검색 서비스의 생명은 무엇보다 사용량이다. 콘텐츠 업로드와 콘텐츠 소비가 만들어내는 누적 사용량을 통해 검색 서비스는 보완되어가며 정확도와 신뢰도가 점점 향상되는 것이다. 이 이미지는 장소 검색으로 한정된 단편적인 비교이긴 하나, 한국 검색 서비스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네이버와 구글을 추월하며 유튜브와 경쟁 중인 인스타그램. 이제 우리는 무엇을 검색 포털로 활용할 것인가?


    이 같은 인스타그램의 풍부한 검색 결과는 의심할 여지없이 쉴 새 없이 쌓여가는 해시태그 덕분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인스타그램에서는 연관 해시태그를 통해 각양각색의 리뷰와 사진, 동영상들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되고 있다. 물론 인스타그램에서는 공신력 있는 뉴스나 문서화되어 잘 정돈된 정보를 찾을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은 구글이나 유튜브보다 더 생생하고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요즘 핫한 매생이팩의 후기와 여행 중 사용법은 인스타그래머의 여행 스토리에 살짝 담겨 있으며, 주일 예배 후 시어른들과 갈 만두전골 맛집은 #효도놀이맛집 #어른맛집 #만두전골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서 쉽게 찾는다. 교회 근처의 식당을 하나 고르면 5분 전에 그 식당을 다녀온 사람이 올린 피드를 곧장 확인할 수도 있다.


    물론, 지도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서 길 안내까지는 불가하다. 그럼에도 일방향적인 길 안내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이 엇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어떤 길을 안내받을 것인지까지의 선택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나와 취향이 비슷한 인스타그래머들의 선호 공간에 대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성동구에 생겼다는 편집 숍의 오픈 시간이나, 교회 근처 맛집을 가면 만두전골과 육전 중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정작 알짜 콘텐츠인 것이다. 이것이 생활 포털로 진화 중인 인스타그램의 미래이기에 서칭스타그램이란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이를테면 중고차 매매를 네이버와 유튜브에서 검색한 뒤, 최상단에 노출되는 곳을 클릭하던 방식이 아닌, 나와 취향 카테고리가 유사한 인스타그래머들의 추천을 받고 길 안내는 각종 내비게이션 맵을 사용한다. ‘동영상 검색 포털’이라는 닉네임으로 포털 사업자들을 위협하던 유튜브 검색 시대가 오는 것 같더니 어느새 인스타그램마저 막대한 사용량을 등에 업고 ‘서칭스타그램’을 준비 중이다.



    스티브 잡스도 예측하지 못한, 콘텐츠 ‘소유’의 종말

    음악과 데이터의 흐름을 다루는 종합 예술, 스트리밍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소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실패할 것이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세상을 들썩이게 한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했던 말이다. 스티브 잡스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욕이 음원 구매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보았다. 하지만 현재 음악 산업과 소비 방식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유에서 접속으로 거의 넘어왔고, 따라서 스티브 잡스의 예측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잡스의 예측이 언제나 맞지는 않았더라도 평소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떠올려 본다면, 스트리밍 플랫폼을 그가 저평가했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미 그의 생전에 애플은 탈 소유 서비스의 대표 격인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생각하던 때와 지금 사이에 무언가 변했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한 요소가 있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변화의 중대한 요인은 바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디지털 기술의 진화와 통신 속도의 향상일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국제음반산업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글로벌 음악 서비스 사용자들의 75%가 현재 스마트폰을 통해 음원을 소비하고 있으며, 그들 중 대부분(86%)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군에 포진한 다른 기민하고 똑똑한 의사 결정권자들이 그러하듯,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들 역시 데이터를 숭배하고 있다. 순간순간마다 확장을 거듭해가는 거대한 데이터를 통해 각기 다른 음원들과 사람들의 취향을 조합하는 것은, 기존에 CD나 MP3 다운로드로 음악을 제공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작업일 뿐만 아니라 음원을 소비하는 이들에게도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통계학적 정교함에 기반하여 사람들이 어떤 곡을 듣고 싶다고 인지하기도 전에 한발 앞서 그들이 듣고 싶어 할 만한 곡들을 물 흐르듯 제공한다. 이전 세대에서는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마케팅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예측력이 관건인 것이다. 이는 지난 몇 십 년을 지속해왔던 음원 유통 생태계를 완전히 끝장내는 설계다.


    애플,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 그리고 스포티파이로 대표되는 음원 스트리밍 주자들은 음악 산업을 지배하고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스포티파이의 경우, 유료 가입자 수 성장세가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는데, 2010년 50만 명에서 2014년 1천 만 명으로, 2019년 4월에는 1억 명으로 매번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또한 아이튠즈를 통해 2000년대 음악 감상 경험을 혁신했던 애플은 2015년 애플뮤직을 출시하면서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2019년 6월 기준 6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뮤직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머니 파워를 통해 스포티파이보다 200만 명 더 많은 미국 내 유료 가입자 수를 보유했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아마존 뮤직은 2016년 음원 스트리밍 전용 서비스인 아마존 뮤직 언리미티드를 출시했고, 미국 시장의 61%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사 AI 스피커 에코와 연결하여 차별화된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유튜브 왈, 음악은 ‘보는 거야’

    직접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유튜브는 비공식 영상 콘텐츠가 주류다.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유튜브는 음악 장르에 있어서도 다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과 조금 다른 콘텐츠를 선보인다. 영상과 음악이 공존하는 즉, 보는 음악이 가능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튜브 덕분에 몇몇 분야가 새로 개척되거나 기존에 있던 분야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신의 스타일로 재구성한 커버곡 영상 콘텐츠다. 커버곡은 곡의 세션 구성이나 때로는 장르까지도 바꿔서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재해석된 커버곡은 원곡을 좋아하는 사람도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제는 일반인이 부르는 버스킹 영상 모음만 따로 보고 듣기도 할 만큼 그 존재감이 커져 음악의 장르 중 하나라고 부를 만하게 되었고, 덕분에 유튜브는 커버곡이라는 오리지널 음악 콘텐츠를 잔뜩 보유하게 되었다.


    보는 음악이 트렌드라는 증거는 또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꾸준히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슈퍼스타 K>처럼 오디션 포맷으로 시작된 음악 예능은 <슈퍼밴드>, <내일은 미스트롯>처럼 장르을 넓혀가며 팬덤을 늘려나가고 있다. 음악 예능에서 대중에게 인상을 남긴 무대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재생되며 인기를 얻는다. 2014년 <슈퍼스타 K 6>에서 곽진언, 김필, 임도혁이 벗님들의 당신만이를 편곡해서 꾸민 무대는 이승철 심사위원의 만점 평을 받았고 유튜브에서도 800만(유튜브 내 관련 영상 종합)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도 해당 영상에 댓글이 달리는 등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음악 예능을 통해 다시 새롭게 부활하게 된 곡들은 이를 누렸던 세대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1020 세대에게는 뉴트로 문화로 자리매김하며 보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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