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지은이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외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일 : 2019년 12월




  • 이 책은 2,800만 개인 고객과 304만 개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소비 데이터에 기반해 BC카드 빅데이터센터가 그리는 대한민국 소비 지도를 소개한다. 우선 소셜미디어 검색어 분석을 통해 요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다음 BC카드의 소비 데이터를 활용하여 그것의 다양한 의미를 도출한다. 이를 위해 성별ㆍ나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정보는 물론, 직업ㆍ소득ㆍ거주지ㆍ추정 가능한 개인의 재무정보 같은 사람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는 기본 정보가 활용된다. 또한 개인의 실제 소비 활동을 장기간 분석하여 그들의 소비 성향을 다양한 유형으로 묶는다. 나아가 사람들의 카드 이용 시간ㆍ요일ㆍ시즌 정보 같은 시간 데이터, 지역ㆍ상권ㆍ거리 같은 공간 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비자의 일상을 관찰한다. 


    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까지 알 수 있을까?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맛본 이후,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의 인지 능력에 혁명이 일어난 이후, 인간은 대규모 관계를 기반으로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하고 협력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 신의 영역이었던, 실제 자연에 없는 가상의 물건들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창조의 결과물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풍요로운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구성원이라면 평생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물건들을 이용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평범한 B씨의 하루도 수백 가지 물건들을 사용하는 활동의 연속이다. 단순히 먹고사는 생존에의 소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소비했고, 직장과 가까운 아파트를 소비했다. 매일매일 이동수단을 소비했고, 커피를 소비하면서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필라테스를 통해 당장이라도 살이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맥주 때문에 몸무게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돈을 주고 나의 행복한 기분까지 살 수 있으니, 소비가 사람의 활동뿐만 아니라 감정과 감성 등 심리적 본성까지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인간의 소비 행동이 감정적이며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 즉 인간의 의외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지출하는 ‘홧김 비용’, 시간이나 재화를 낭비하는 데서 느끼는 쾌락적 재미인 ‘탕진잼’같은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이 지구상의 주인공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인간이 기본적으로 비이성적인 ‘동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스스로 자각하는 것은 두렵고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감각적이며 이성적이지 못한 인간으로서의 부족함 덕분에 우리는 본능에 의존하여 소비하고 살아가면서 다양한 흔적을 남겨왔다. 반복적인 소비 패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 패턴은 ‘데이터’를 남긴다. 사람들이 남긴 방대한 소비 데이터는 ‘인간’이라는 종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들의 숨은 의도와 때때로 무의식적인 의사 결정까지 인간의 본질적인 성격 특징과 행동 패턴을 소비 데이터가 잔인할 만큼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들을 소비하는 현대 사회의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활동과 심리, 심지어 감정까지 이해하고 인간의 본성에 한 발짝 가깝게 다가섬으로써 우리의 삶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비자의 근본적 니즈를 이해하는 것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차별적 경쟁력이자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대규모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 소비 데이터의 역할

    우리는 2015년 AI 알파고가 바둑 대결에서 인간을 이기는 충격적인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사회적으로 기계가 새로운 측면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었고, 우후죽순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시도들이 이어졌다.


    소비 데이터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카드사의 실무자들도 알파고가 쏘아 올린 신호탄에 감탄했다. 몇몇 카드사들은 실제로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실시간 마케팅, 고객 문의 및 상담 업무 처리를 위한 챗봇 서비스 업무 등에 적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적용 사례는 기존의 CRM 마케팅이나 ARS 자동응답 고객 상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단순 업그레이드 수준에 불과하여 스스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라고 자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알파고 쇼크’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AI 기술을 통해 금방 올 것 같던 새로운 세상이 왜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일까? 새로운 기술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기술 앞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 간과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AI는 사람을 돕는 ‘협력자’일 뿐이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시대에 기계에게 빼앗겼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고 사람을 향한 진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람을 향한 진짜 혁신

    먼저, 소비자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하고 비즈니스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지?’가 아니라 ‘고객 니즈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AI 챗봇 시스템이나 일대일 고객 세그먼트 조합이 가능한 대규모 시스템 등을 도입할 때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고객 니즈와 비즈니스 목적이 명확하여 AI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면,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었는가의 여부다. 하지만 현실의 데이터 확보는 녹록치 않다. 우선 데이터를 만들려면 비용이 든다. 여기에는 각종 설비비용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실험 참가자나 조력자, 데이터를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전처리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분석가들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여 데이터의 양적ㆍ질적 빈곤 상황을 타파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전략을 공유하는 기업 간 비즈니스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짚고 넘어가자.


    거듭 말하건대, ‘현대의 인간은 소비하며 살아가는 종족’이다. 따라서 소비 데이터는 사람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에 해당하고, 융합 데이터에서 ‘매개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기업 간, 또는 정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비즈니스 전략이나 정부 정책 형성에 긴밀한 협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만약 애초에 협업 관계가 없다면 융합 데이터로 접근하는 길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통계적 분석 지식을 제공할 수 있지만 분석 영역에 대한 사업적 지식(domain knowledge)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제대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실제 사업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분석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따라서 제대로 분석을 하기 위해서라도 분석 결과를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정부 주도로 금융 업종뿐만 아니라 통신ㆍ유통ㆍ교통 등의 비금융업종, 지자체 및 정부 산하 기관까지 모두 포함하여 10개 분야에서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산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집중 육성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BC카드도 매개 중심성이 높은 소비 데이터 기반의 금융 데이터 허브로서, 이번 사업을 통해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업자들과 진정성 있는 협업을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모이고 융합되어 새롭게 실현되는 빅데이터 서비스의 최종적인 혜택은 결국 금융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마진으로 승부하던 금융업 시대가 저물고 있다. 다양한 양질의 생활 데이터가 쌓이는 금융 회사는 앞으로 데이터 전문 회사를 지향, 이종 간의 데이터 결합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새롭게 만들어간다면 기존의 소득과 연체 정보에 의존적이었던 신용평가 정보를 넘어 새로운 금융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로 본 요즘 뜨는 소비 트렌드 9

    미세먼지

    미세먼지와 불안

    미세먼지란 말 그대로 미세한 입자의 먼지를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은 먼지로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가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들어감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기다. 먼지는 그냥 치우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1군 발암 물질로 지정된 미세먼지를 본격적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와 관련된 뉴스 보도가 더욱 자주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어르신들, 출산을 앞둔 산모들에게 미세먼지가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매일 아침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미세먼지를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은 ‘일상적 안심’을 추구하는 트렌드와도 관계있다. 일상적 안심이란, 2016년 한국트렌드연구소에서 선정한 10대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신체적ㆍ심리적 안전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물질적 풍요와 평균 수명의 증가로 평화로운 삶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면서 사람들은 작은 위협과 위험도 과거보다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일상생활에서 신체적 안정과 심리적 안전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소비 분석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미세먼지가 사람들의 소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들이 많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서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세먼지 관련 사항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이를 언론에 공개한 바가 있다.


    우선, 미세먼지가 심한 날 카드 소비가 증가한 패턴을 포착할 수 있다.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요인도 있고 사람들의 심리와 같이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요인도 있다.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미세먼지가 심할 때 배달앱, 병원, 키즈카페 등이 매출이 급증한 것을 소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카드 소비 데이터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카드를 사용해서 발생한 이력을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요인 중에서도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마스크 또는 공기청정기를 구매한 고객들이 속성을 살펴보면 신혼영유아 가구에 속하는 여성 고객의 소비 비중이 전체의 25.6%로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신혼영유아 가구에 속하는 남성고객(19.4%) 순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 고객이 전체의 41.2%로 가장 높고, 그중에서도 30대 여성 고객의 비중이 23.8%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는 40대 남성 고객(21.3%)이다. 마스크 또는 공기청정기를 온라인 채널로 구매하는 고객은 대부분 신혼영유아 가구, 30대 고객, 여성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문화소비

    문화 소비란 무엇인가

    문화 소비란 어떤 영역의 소비를 말하는 것일까? 문화 소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연극, 콘서트, 음악회, 무용 등 공연 유형별 문화 취미 활동과 관련한 티켓 소비를 말한다.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영화와 책까지 포함해서 이를 문화 소비로 정의하고자 한다.


    문화 소비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과 같은 문화 공연 시설도 많이 언급되지만 네이버웹툰, 유튜브, 팟캐스트 같은 키워드가 연관되어 포착된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네이버로 검색하면 기성세대이고, 요즘 세대는 유튜브로 검색한다고 한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 옛날 사람이고, 인스타그램 DM으로 대화하면 요즘 사람이라고 한다. 세대를 구분할 때 주로 이용하는 채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문화 소비의 미래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은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으로, 인간의 성장에서 환경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화 경험을 늘릴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직접 경험하게 하는 좋은 방법은 사람들 가까이에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백화점들이 명품 매장을 과거처럼 진입하기 어렵게 하는 대신 오픈 공간화하는 흐름도 마찬가지다. 매장에 들어간다는 느낌 없이 명품 매장이 오픈형으로 구성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다. 명품에 관심이 별로 없던 사람들도 가까이에서 보게 되고, 이런 경험이 점차 구매로 이어지게 될 확률이 높다.


    결국 문화 소비는 이미 경험해본 사람들의 반복 소비가 될 확률이 높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경험을 통해 좋은 감정을 축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화 소비야말로 개인들의 개성이 듬뿍 반영되는 시장이다.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분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 자동차를 비롯해 물건을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 이용하는 공유 소비 트렌드가 뜨고 있다. 직접 소유보다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이러한 실용주의적 트렌드가 문화 소비 영역에서 대두할 것이다.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고 색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는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된 문화 소비를 기대해본다.


    홈쇼핑

    홈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최근의 여러 트렌드가 혼합된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워라밸, 하비슈머, 얼리힐링족의 결합이다. 구체적으로 하비슈머는 취미(hobby)를 즐기는 소비자(consumer)라는 의미로,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취미가 여가 활동에 그치지 않고 자기계발이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된다. 한편, 얼리힐링족은 3040 세대 중 힐링을 위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니즈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사람들을 가리킨다. 경쟁에 일찍 지쳐버린 3040 세대는 누구보다 사회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그 반작용으로 자신에 대한 투자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홈쇼핑은 나만의 평온한 공간에서 가벼운 취미를 즐기는 활동일지도 모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짬이 생겼을 때,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 즐기는 활동이다.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바깥의 활기찬 생동감과도 연결되면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이다. 더불어 평소에 필요했지만 사지 못했던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배달음식

    한 그릇도 배달되나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집에서 밥을 해 먹기 위해 투입하는 시간과 효용성을 고려하여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구매하거나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편리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음식을 직접 해 먹기까지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시간,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시간, 먹고 치우는 시간 등을 전부 고려했을 때 ‘집밥’보다 ‘배달 음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집밥과 배달의 언급량을 보면 ‘집밥’은 하락세이나 ‘배달’은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 10월부터는 배달의 언급량이 집밥을 넘어서게 되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량에서도 ‘배달 음식’은 연말인 12월과 여름철인 7,8월에 비교적 높은 검색량을 보였는데, 이는 연말 행사용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여름철 더위로 인해 직접 음식을 조리하지 않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 위해 검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3040이 예전처럼 대형마트를 찾지 않는 이유가 배달 O2O 서비스 때문만은 아니다. 전반적인 소비가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 중 하나로 배달 O2O 서비스가 있는 것이며, 이를 라이프스타일의 큰 변화로 이해할 필요할 있다. 이에 따라 몇 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전통 시장을 위협하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온라인 장보기와 새벽배송에 위협당하고 있다. 바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자신에게 효용 가치가 큰 것을 선택하게 되는데 배달 음식이 선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인분만 시켜야 할 때도 문제없다. 1인 각 증가 트렌드에 맞춰 편의성과 실용성을 갖춘 1인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1인분이 배달되는지 검색하거나 직접 가게에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몇 번 터치하면 배달하지 않는 유명 맛집의 음식도 높은 배달비를 지불하고서 집으로 배달이 가능하다.



    빅데이터로 본 요즘 뜨는 상권 5

    힙지로

    요즘 소셜미디어에서는 ‘힙하다’는 말이 유행이다. 힙하다는 말은 ‘최신유행에 밝다, 최신 유행에 앞서 있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HIP’과 우리말 ‘~하다’가 합쳐진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힙플레이스처럼 카페나 맛집과 같은 장소에도 많이 붙는데, 개별 가게 하나하나가 아니라 아예 상권 전체가 ‘힙’하다고 불리는 곳이 있다. 을지로3가역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뻗은 좁디좁은 골목들, 그리고 그 속에 숨바꼭질하듯 자리 잡은 가게들, 바로 ‘힙지로’다.


    힙지로(Hip+을지로)라 불리는 을지로3가 인근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제조 산업 클러스터였다. 그러나 각 제조 산업들의 전성기가 지나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물량이 급감하면서 이 지역 상권은 침체되기 시작했다. 골목은 노후화되고 근처 직장인들과 노인들만이 저녁에 하루의 피곤함을 맥주 한 잔으로 달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그랬던 을지로가 달라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인근에서 구하기 쉽고, 노후화된 건물에 낮은 임대료로 작업실을 구할 수 있자 이곳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티스트들이 만든 10인 10색 가게 콘셉트와 분위기는 을지로의 낡은 골목을 그 어디에도 없는 힙스터들의 성지로 만들었다.


    매출액과 건수뿐만이 아니다. 상권을 찾는 고객들의 구성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유행을 선도한다는 20대 여성 고객 수가 30%가량 크게 증가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소문을 타고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고객들이 적극 반응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을지로는 명실상부 뜨는 상권이다.


    성수동 카페 거리

    붉은 벽돌의 공장이 ‘창고형 카페’로

    지하철을 타고 성수역에서 내려 3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잇길로 조금 걷다 보면 서울 시내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붉은색의 인상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공장과 창고 건물들이다. 1960년대 성수동은 인쇄소, 기계, 정미소 등 다양한 업종의 경공업 공장들이 밀집했던 곳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이 쇠퇴하며 하나둘씩 빈 공장과 창고가 늘어나 2010년 초반까지는 어둡고 칙칙한 모습의 동네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성수동이 바뀌었다.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던 젊은 예술가들이 성수동의 빈 공장에 자리 잡으면서 버려진 폐공장을 재활용한 카페와 갤러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수동의 변화는 창고형 카페, 창고형 갤러리란 ‘콘셉트’로 긍정적인 입소문이 나면서 발길이 끊겼던 거리에 다시금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먼저 ‘성수동’ 키워드의 언급량이 2015년을 기준으로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월평균 8,000여 건에도 못 미치던 언급량은 2019년까지 연평균 58%증가하여 현재는 월평균 4만 9,400건에 달한다. 소셜미디어에서의 긍정적인 언급량을(58.3%) 바탕으로 한 입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성수동 카페 거리를 방문하고 있다. 해당 상권의 BC카드 매출액은 지난 3년간 증가세에 있다. 또한 지난 3년간 1~8월 월평균 매출액을 보면 2018년에 소폭 감소(-3.0%)했지만, 2019년에는 전년 대비 7.3% 이상 급증하여 최근 성수동이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리단길

    능세권? 능상권!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경주, 그리고 경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라 고분군인 대릉원 옆을 따라 조성된 상권인 ‘황리단길’을 살펴보도록 하자. 경주 옛 시가지 중 가장 남쪽에 있는 황남동은 삼면이 무덤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주시 황남동 홈페이지에 나오는 황남동이란 이름의 유래에 따르면, 이곳은 과거 신라 시대에 임금이 살던 마을이라 하여 황촌으로 불렸고, 이곳에 위치한 신라 고분 황씨 무덤의 남쪽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황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황남동은 신라 천년 고도인 경주의 중심지였고 또한 문화재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 보호를 위하여 각종 건축 행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발전’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이런 황남동이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젊은 창업자들이 대릉원 옆 길게 뻗은 포석로를 따라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 주변으로 젊은 감각을 입힌 가게들을 하나둘 열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소셜미디어에서 ‘황리단길’이란 이름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찾아오는 고객 측면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30대 고객이 가장 많고 가족 단위 40대 이용객 숫자도 많았지만, 지난 2년간 20대 고객 숫자가 3.3배나 늘었다. 40대 이상 이용고객 합계보다 20대 고객이 더 많을 정도로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황리단길을 찾게 된 것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경험이 소비의 주된 가치로 떠오르는 요즘에 상권이 뜨기 위해서는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 2년여 만에 전국구 상권이자 경주의 간판 관광지가 된 황리단길의 콘셉트는 무엇일까? 2019년을 강타한 유행어 중 하나인 뉴트로(Newtro)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BC카드 가맹점 정보를 통해 황리단길에 매장을 연 대표자들의 연령을 보면 2030의 젊은 사장님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한옥풍의 건물에 젊은 감각으로 세련되게 매장을 꾸몄고, 여기에 양식, 카페, 동남아풍 퓨전 음식이라는 새로움을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 업종 외에도 다양한 매장들이 새로움을 더했다. 2017년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황리단길의 주 연관 검색어 중 하나가 바로 사진관과 서점이다. 이곳에서 유명한 ‘대릉원흑백사진관’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흑백사진을 메인으로 내세워 레트로 감성을 더했고, 서점인 ‘어서어서’는 책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약봉투처럼 생긴 봉지에 책을 담아주는 신선한 콘셉트로 크게 유명해졌다.


    이들이 황리단길에 새로움을 더하며 고유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그들 자신이 경주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들이었기 때문이다. 상권 형성의 초기라 할 수 있는 2016년과 2017년에 개업한 매장 대표자의 84%가 경주 시민이었는데, 이들이 가진 지역성에 대한 높은 이해와 이곳에 필요한 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상권을 활성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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