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강의 영향력
 
지은이 : 탈리 샤롯(역:안진환)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출판일 : 2019년 08월




  • 우리는 누구나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한다. 집에서든, 일터에서든,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이 책은 그러한 심리를 기반으로, 인지신경과학자이자 교수인 탈리 샤롯이 신경과학과 행동과학, 심리학 분야를 넘나들며 ‘영향력’에 관한 인간의 행동 심리와 방식에 대해 밝혀낸 수십 년간의 연구보고서다. 

    과연 무엇이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칠지, 말지를 결정하는가? 무엇이 사람들의 신념을 업데이트하고, 결정을 바꾸며, 행동 방식을 변화하게 만드는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강의 영향력


    선입견 증거는 신념을 바꾸는가? -확증의 힘과 데이터의 취약성

    데이터의 취약성

    당신의 뇌는 사람들 대부분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정보에서 쾌감을 느끼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그래서 요즈음의 디지털 시대가 사람들의 마인드를 위한 폭발적인 축복이 되는 것이다. 다음의 수치를 생각해보라. 전 세계 인터넷 유저의 수는 이미 30억 명을 넘어섰고, 그 유저들이 날마다 약 25억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산하며, 40억 건의 구글 검색을 수행하고, 100억 개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신념을 바꾸려고 노력할 때 디지털 혁명이 꽤나 쓸모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이 그렇게 정보를 사랑한다면 신념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데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 손만 대면 이용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와 대량의 데이터가 있으니 얼마든지 분석을 통해 우리의 지식을 확장하고 거기서 얻은 팩트와 수치를 공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아주 쉬워 보이지 않는가?


    주의 깊게 추린 데이터와 심도 있게 도출한 결론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시해보기 전까지는 그렇다. 영향을 끼치고 싶은 사람에게 데이터와 결론을 제시하자마자 곧 당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문제에 관한 한 데이터가 종종 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통찰은 사실 과학자인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지 신경과학자로서 나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일을 한다. 대부분의 과학자처럼 나 역시 데이터를 사랑한다. 어떤 사람들은 진귀한 돌을 모으고, 어떤 사람들은 간행물의 초판본이나 우표, 구두, 빈티지, 차량, 도기 인형 등을 수집한다면, 나는 데이터를 모은다. 나의 컴퓨터에는 수백 개가 넘는 폴더에 수천 개가 넘는 파일이 들어 있는데, 모두 일련의 숫자들이 줄줄이 채워진 파일들이다. 그 모든 수치는 각각 저마다 특정한 관찰 결과를 나타낸다. 물론 숫자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데이터를 사랑하는 이유는 줄줄이 적힌 수치가 아름다운 무언가로 변환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종종 당신과 나,즉 호모사피엔스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통찰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그래프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 수많은 실험과 관찰에서 뽑은 모든 수치가 사람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팩트나 수치, 데이터가 사람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실로 내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멍청해서도, 터무니없이 완고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수많은 데이터와 분석 도구, 강력한 컴퓨터에 대한 접근성은 지난 수십 년의 산물인 반면, 우리가 영향을 끼치려는 뇌는 지난 수천만 년의 산물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가 데이터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뇌가 이른바 데이터를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때 이용하는 도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믿는 도구와 아주 다르다. 정보와 논리를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그것이 우리의 인간적인 핵심 요소들, 즉 우리의 동기와 두려움, 희망, 열망 등을 무시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사람들의 견해를 바꾸는 데 있어서 데이터는 단지 제한적인 역량만 갖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신념은 변화에 극도의 저항감을 보일 수 있다. 그러한 신념을 약해지게 하는 과학적 증거가 제시될 때조차도 말이다.


    확증의 힘

    찰스 로드와 리 로스, 마크 레퍼라는 세 명의 과학자가 미국 몇몇 대학의 학부생 48명을 모집해 모종의 실험을 수행했다. 그들이 선발한 학생들은 모두 사형제에 강력하게 반대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맹렬히 지지하는 부류였다. 과학자들은 학생들에게 2가지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하나는 사형제의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였고, 다른 하나는 그것의 무익성을 보여주는 데이터였다. 사실 그 연구 결과들은 실험을 위해 허위로 조작한 것들이었다. 로드와 로스, 레퍼는 날조된 데이터를 제시했지만 학생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학생들은 그 연구 결과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았을까? 학생들은 과연 그 데이터가 자신의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믿었을까? 학생들은 실제로 데이터에 신뢰를 가졌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의 견해를 강화하는 경우에만 그랬다. 사형제를 적극 지지하는 학생들은 그것의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제대로 수행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대의 결과가 나온 연구는 제대로 수행되지도 않았으며 설득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사형제에 반대한 학생들은 물론 해당 연구들을 반대로 평가했다. 결국 사형제 신봉자들은 전보다 더 강한 신념을 얻고 실험실을 떠났으며, 사형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형제를 반대하게 됐다. 이 실험은 사람들에게 동전의 양면을 보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관련된 모두를 더욱 양극화하는 결과만 낳았다.


    기존 신념을 변경하거나 새로 구축하는 방법

    총기 규제에 대한 논쟁이든, 축구나 예방접종 또는 국내 사안에 대한 논쟁이든, 상대의 견해를 바꾸려면 먼저 그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그들의 기존 견해는 무엇인가? 그들의 동기는 무엇인가? 무언가가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있을 때, 사람들은 심지어 가장 견실한 반증이 나와도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신념은 거의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다른 신념 및 욕구의 네트워크와 얽힌 상태로 존재한다. 상대의 기존 관점을 고려하면 자신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논증을 제시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왜 우리가 옳고 상대는 틀렸는지를 설명하는 다량의 증거를 들이밀며 논쟁을 벌이려 하는데, 그렇게 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따라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려면 공통의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 공통의 목표를 파악한 이후에는 우리의 감정을 이용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게 만들어야 한다.



    권한 내주는 것으로 영향력을 획득하는 방법 -권한이 주는 즐거움과 통제력 상실의 공포

    선택하기를 좋아한다

    왜 우리는 통제권을 행사하길 좋아하는가? 그것은 자신이 직접 선택한 무엇의 결과가 타인이 강제적으로 부과한 무엇의 결과보다 자신의 기호와 욕구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보다 만족스럽다는 교훈을 학습한 셈이다. 선택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하면 내가 대신 선택해주는 것보다 스스로 재미있게 볼 영화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평균적으로 그렇다). 왜냐하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흔히 더 나은 결과를 경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의 마인드에서 선택과 보상 사이의 연계가 너무나 강력해진 결과, 선택이 곧 보상이 된 것이다. 선택은 이제 우리가 추구하고 또 즐기는 무엇이다. 러트거스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마우리치오 델가도와 그의 연구 팀은 사람들에게 조만간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들고, 두뇌의 보상 체계를 담당하는 영역인 복측 선조체를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는 선택을 보상 그 자체로 인식한다. 그래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선택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통제권을 행사한 기억이 있는가

    우리는 흔히 뇌의 궁극적 기능이 사고라고 여긴다. 상상과 반추, 아이디어 등을 창출하는 일종의 생물학적 본부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의 뇌는 그런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뇌의 주요 임무는 아니다. 뇌는 신체가 주변 환경을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그 신체를 통제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뇌에 좌우명이 있다면 분명 ‘주변을 지배하라’일 것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스스로 원인이 될 수 있도록 설정된 존재다. 통제력을 행사할 때는 만족감이라는 내적 보상을 받고, 통제력이 없을 때는 불안감이라는 내적 처벌을 받는다. 대체로 나쁘지 않은 공학 작품이다. 환경을 통제하면 번영을 구가하고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통제에 대한 강렬한 열망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다.


    가끔은 느긋하게 물러앉아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여객기에 대한 모든 통제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기장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은 기뻐해야 마땅할 일이다. 만약 비행기에 대한 통제권이 기장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곧 죽은 목숨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의료에 관한 의사 결정은 수년간 의학 교육을 이수하고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은 의사에게 맡기는 게 최선이다. 현금은 매트리스 밑이 아니라 은행에 보관하고, 주식 선별은 피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통제권을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없다.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에도 다수의 관리자들이 팀원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향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을 극복하고 대신 선택권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각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왜 지금의 행동 방식을 갖게 됐는지 이해하고 의사 결정권을 향한 우리의 뿌리 깊은 열망을 자각할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번쯤은 다른 누군가에게 운전석을 양보하는 일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제대로 자각하기만 하면 아주 일부분일지라도 통제권을 나눠 주거나 또는 그러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단순하지만 사람들의 웰빙과 의욕을 향상시키는 엄청나게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통제권을 태주는 것은 강력한 영향력 행사의 도구다. 예를 들어, 편식이 심한 자녀에게 자신이 먹을 샐러드를 직접 만들게 하면 자녀가 자발적으로 채소를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계획서를 작성할 기회를 제공하면 학습에 흥미를 느낄 확률이 커진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고객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회사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자발적 동기부여가 가능해진다. ‘직접 창작하기’의 촉진은 사람들을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며 보다 성공적이게 만들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통제권을 제공하는 것,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마음의 상태 마인드는 위협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스트레스의 영향력과 극복 능력

    편도체 길들이기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는 전 세계 수재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졸업생 중 34명이 노벨상 수상자이며 굴지의 기업을 일구어낸 창업주도 상당수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교내 환경은 젊은 학생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런 압박감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어떤 학생은 굴복하게 하고 다른 학생은 극복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이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수행됐다. 연구 팀은 학생들을 5명씩 그룹을 지어 실험실로 초대했다. 앨버트, 로버트, 마리, 로리, 윌리엄 등 5명은 실험실에서 지능검사 테스트를 받았다. 학생들의 지능검사 결과는 점수로 기록됐다. 5명 모두 평균 126이라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비교하자면, 전체 인구의 평균 지능지수는 100이다).


    몇 주가 지난 뒤 학생들은 다시 실험실로 와서 지능검사 테스트를 받았다. 이번에는 변수를 적용했다. 시험을 보는 동안 실시간으로 학생들이게 그룹 내 현재 순위를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모든 학생들의 점수가 곤두박질을 쳤다. 사회적 수치심과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가 학생들의 명석한 사고력에 방해를 가한 것이다. 하지만 테스트가 전개됨에 따라 앨버트와 로리는 불안감을 떨치고 주어진 과업에 집중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으려는 동기를 부여받게 됐고, 그들의 최종 점수는 실제로 상승했다. 나머지 학생은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결국 이전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말았다.


    연구 팀은 학생들이 지능검사 테스트를 받는 동안 그들의 뇌를 스캔했다. 그들은 무엇이 앨버트와 로리로 하여금 나머지 학생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도록 만들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두뇌 촬영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판독 결과, 뇌 영역 두 군데의 활동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편도체와 전두엽이다. 편도체는 뇌의 깊숙한 중심부에 위치한 영역으로, 공포심 등의 감정은 물론 사회적 신호를 처리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전두엽 또한 여타의 기능과 더불어 특히 계획 수립과 고도의 인지 활동, 감정 통제 등을 담당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모든 학생들이 초반에는 활발한 편도체 활동을 보였다. 그러나 앨버트와 로리는 편도체의 활동이 급격히 감소하는 한편 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했다. 추정컨대, 두 사람은 인지적으로 두려움을 억제하고 당연한 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나머지 학생들은 활발한 편도체의 활동이 그대로 유지됐다.


    햇살과 도박

    복권 판매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낮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복권을 사도록 만드는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대표적인 한 가지는 사람들이 느끼는 기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뉴욕시의 복권 판매량을 조사하던 뉴욕 대학교의 로스 오토와 동료들은 우연히 특이한 패턴을 발견했다. 예상치 못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패턴이었다. 지역의 스포츠 팀이 예상을 깨고 경기에 승리했다면? 복권 판매량이 증가했다. 한겨울에 이례적으로 햇살이 화창한 날이라면? 복권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 연구는 상관 연구다. 각 변수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지만 한 가지 요인이 다른 요인을 유발하는 원동력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논리적 추론은 가능하다. 맑고 화창한 날씨와 같은 예상치 못한 긍정적 사건은 사람들이 좋은 기분을 느끼도록 만든다. 유쾌하고 느긋한 감정 상태일 때 마인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전개되는 상황에 한층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자신의 운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게 되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지는 것이다.


    감정 상태는 사고와 의사 결정, 상호작용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의 친구가 유독 불안감을 느끼는 날이라면 당신이 주장하는 것이 쉽게 설득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친구의 감정 상태가 느긋한 날이라면 당신의 주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감정의 상태에 따라 특정 신호에 대응하는 준비가 달라진다. 이는 항상 유념해야 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영향력의 미래? - 나의 몸에 당신의 머리

    나의 몸에 당신의 머리?

    어느 월요일 저녁, 런던정치경제대학의 한 강당에서는 감정이 고조되고 있었다. 무대에 나란히 앉은 패널들의 얼굴이 벌게진 가운데 청중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내뱉고 있는 표현은 정중함과 다소 거리가 벌었다. 당신은 분명 청중으로 가득 찬 이 강당에서 다뤄진 주제가 실업이나 불평등, 또는 선거와 관련된 무엇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짐작이다. 그날 그 자리에서 수백 명의 청중들을 훙분시킨 문제는 ‘인간의 두뇌는 마인드에 대해 무엇을 알려줄 수 있는가?’였다.


    나는 그 자리에 패널로 참석했는데, 내 옆에는 옥스퍼드대학교 명예 철학 교수가 앉아 있었다. 그는 이전 20분 내내 ‘터무니없는’과 ‘허튼소리’라는 표현을 연달아 사용하며,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신경과학자들의 과업을 비판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됐을 때 나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저는 우리의 두뇌가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들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하며 한 말이었다. 하지만 나의 큰 착각이었다.


    예의 철학 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선택지들을 따져보는 건 당신의 두뇌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란 말이오.”


    “제 두뇌가 곧 저 아닌가요?” 내가 되물었다.

    “아니, 그렇지 않소. 당신의 팔과 당신의 다리, 그런 모든 게 당신이오.” 그가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내 팔과 다리, 허파, 심장, 그런 모든 게 나고, 또 나의 뇌도 나다. 또한 당신이 내 신체나 장기 가운데 어떤 것에라도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나의 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 팔을 주먹으로 치면 나의 두뇌가 그 고통을 신호할 것이다. 내 다리에 얼음을 올려놓아보라. 나의 뇌가 차갑다는 느낌을 생성할 것이다. 누군가가 나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면 나의 뇌는 결국 그 기능을 모두 멈추게 될 것이다. 역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이 내 두뇌의 기능에 변경을 가하면 당신은 나의 인체 모든 부분의 기능을 바꿀 수 있다. 두뇌가 그 모든 것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을 생각해보라. 만약 누군가가 나의 다리를 잘라낸다면, 그래도 내가 본질적으로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또 만약에 내가 그 명예 교수의 심장을 이식받는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나라고 할 수 있다. 내 몸에 그의 심장을 가지고 있어도 나는 여전히 크림치즈 바른 크럼펫과 훈제 연어를 아주 좋아할 것이고, 달리기를 사랑할 것이며, 인간의 행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열정을 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철학 교수의 뇌를 나의 신체에 이식한다면, 나는 분명 플래드 재킷을 걸치고 상류층 특유의 영어 억양을 구사할 것이다. 나는 분명 나의 아이들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고, 나를 나로 만드는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뇌종양과 두부 외상, 그리고 뇌에 투여되는 화학물질은 그 사람의 본질에 극적인 변화를 가할 수 있다. 뇌에 가해진 물리적 상처는 그 사람의 사고와 감정, 기억, 인성까지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대뇌 측두엽의 해마를 수술로 제거하면 당신은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또는 당신의 전두엽에 커다란 금속 막대를 삽입하면 당신은 격정적이고 반사회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뇌가 곧 마인드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누군가의 마인드를 바꾸려면 그의 뇌에 변화를 가해야 한다.


    어쩌면 언젠가는 우리가 서로의 뇌의 신경세포 활성도를 직접적으로 바꾸면서 상대의 행동과 사고에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 나의 특정한 뇌 신경세포들이 나의 다른 뇌 신경세포들에 영향을 끼쳐 나의 기억과 가치관, 행동에 영향을 끼치듯이, 그것들이 당신의 뇌 신경세포 발화에 직접적으로 변경을 가함으로써 당신의 기억과 가치관, 행동을 바꾸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달을 정복하자거나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자는 아이디어 같은 사고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화학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늘날 그러한 신호를 기록하고 전달하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그런 식으로 서로의 사고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직 서로의 뇌 활성도에 직접적으로 변경을 가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바꾸는 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언어와 표현, 행동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와 마인드의 기능 방식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바꾸려 노력할 때 체계적인 실수를 피하는 동시에 영향력을 창출할 수 있다. 영향력에 관한 우리의 본능 가운데 다수(상대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부터 통제력을 행사하려 애쓰는 것까지)가 비효과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마인드와 뇌의 작용 방식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번에 “직원들은 반드시 손을 씻을 것!”이라고 쓰여 있는 내용의 표지판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을 취하도록 동기 부여하려면 위협보다 즉각적인 보상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기 바란다. 다음번에 화분에 물을 줄 때면, 명령하는 것보다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행사하고자 할 때 더욱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상기하라. 다음번에 비행 전 안전 수칙을 듣게 되면, 절망보다는 진전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메시지를 재구성하는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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