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지은이 : 스티븐 로젠바움(역: 이시은)
출판사 : 이코노믹북스
출판일 : 2019년 09월




  • 큐레이션이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능수능란한 콘텐츠 큐레이터인 스티븐 로젠바움은 미디어, 광고, 퍼블리싱, 상업, 웹 테크놀로지 분야의 인재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사례를 모아 이 책을 썼다. 

    여기에는 큐레이션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큐레이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어떤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큐레이션


    박물관에서 탈출한 큐레이션

    큐레이션, 고정관념에 돌을 던지다!

    13살 때 나는 마술에 푹 빠져 살았다. 당시에는 청소년이 구할 수 있는 마술 도구와 책은 얼마든지 있었다.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관객을 놀라게 할 신기한 마술을 익힐 수 있었다. 마술 기법은 정말이지 끝이 없어 보였다. 아직 어렸던 나는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마술사들이 직접 마술 도구 제품을 확인해 주고, 멋진 마술 시범까지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뉴욕 타임스퀘어 44번가에 위치한 타넨스 매직 스토어였다. 나는 어렵게 모은 용돈을 가지고 그곳에 갔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 가게에서 생애 최초의 ‘큐레이션’을 경험한 셈이다. 타넨스 매직 스토어는 싸구려 복제품 가운데 좋은 물건을 가려내고, 지식과 경험에서 우러난 특별한 아우라를 부여했다. 평범한 카드 한 벌에 인쇄된 설명서를 추가해서 보물로 탈바꿈시키듯이 제품에 컨텍스트와 의미, 지식을 덧씌웠다.


    이처럼 ‘큐레이트’된 구매와 일반 구매의 차이는 마술 스토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곧 알게 되겠지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무작정 많은 상품보다 엄선한 상품을 취급하는 브랜드와 매장이 차별화에 성공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오늘날의 큐레이션

    큐레이션은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용어이다. 본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한다는 의미를 가진 큐레이션이라는 용어는 오늘날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영화제에서는 상영 프로그램은 큐레이트하고, 웹사이트는 게시글을 큐레이트한다. 명품 판매 사이트인 길트 그룹은 판매할 상품을 큐레이트한다.


    큐레이션은 인간이 수집ㆍ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서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큐레이션은 수준 높은 인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상거래, 미디어, 커뮤니티상의 핵심적인 변화다. 인간은 더 이상 예외적이고 부차적인 잉여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 그 자체가 큐레이터다. 인간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인간에게는 뉘앙스도 너무나 많고 취향도 다양하다. 큐레이션은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표현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제일 처음 큐레이션을 접하는 곳은 주로 웹사이트, 잡지, 기타 매체가 될 것이다. 머지않아 큐레이션은 우리가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 물건을 추천하고 검토하는 방식, 집단으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수집하고, 공동 구매 참여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무엇을 구매하고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큐레이트된 경험은 본질적으로 개별적인 단순한 결정보다 우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큐레이션’을 지향하는 트렌드의 진정한 의미는 개인이 열정과 틈새 지식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미래를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큐레이션은 일상을 압도하는 콘텐츠 과잉과 우리 사이에 인간이라는 필터 하나를 더 두어서 가치를 더하려는 노력이다. 이로써 정보의 홍수가 빚어내는 잡음은 사라지고 세상은 명료해진다. 이 명료함은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르게 되는 상태다. 결국 큐레이션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양과 한눈에 알기 쉬운 정보라는 양립적인 트렌드를 중재하는 개념이다.


    이제는 큐레이터라고 불러줘-래퍼, DJ, 블로거

    혹시 래퍼나 음악 DJ, 블로거도 큐레이터라고 생각하는가? 다소 의외지만 미국 박물관협회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 협회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엘리자베스 슐라터는 동료 박물관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난 몇 년간, ‘큐레이트’와 ‘큐레이터’라는 단어는 박물관 외부의 활동을 설명하는 데 점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선별’이나 ‘전시’와 같은 뜻으로 통용되는가 하면, 직업명이나 관련된 상품, 지능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죠.”


    보수적인 분위기의 박물관에서 이처럼 대중문화를 돌아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아마 역시나 보수적인 <뉴욕타임즈>가 ‘래퍼 루다크리스, 힙합 박물관 큐레이터되다’라는 제목으로 실은 기사가 발단이었을 것이다. ‘화려한 게스트들이 각자 몇 분씩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한 열성 팬인 큐레이트한 뉴욕 힙합 역사의 쇼케이스 무대가 펼쳐졌다. 콘서트의 놀라운 변신이었다.’ 슐라터의 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트렌트 때문에 기존 큐레이터들이 대중문화에서 큐레이터의 새로운 역할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슐라터는 ‘과연 음악 DJ가 큐레이터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음악 DJ를 큐레이터가 아니라고 보기가 더 어렵다. 분명히 큐레이터는 창작자가 아니다. 그들은 콘텐츠든 미술 작품이든 스니커즈든 그 어떤 것도 만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웹사이트 메디에이트닷컴(Mediate.com)의 수석 편집자 콜비 홀은 이렇게 말한다. “DJ의 역할은 정확히 큐레이터의 역할과 일치합니다. DJ는 다른 사람이 작곡하고 연주ㆍ믹싱해서 배포한 곡들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니까요.”


    큐레이션, 고객의 목소리를 듣다

    오랫동안 일방통행식의 광고를 통해 메시지를 주입시켰던 기업도 이제는 자사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이 공개적으로, 대규모의 통제 불가능한 방식으로 교환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제 기업도 큐레이트된 콘텐츠를 수용해야 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심기를 건드려 불만과 분노를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정 기업 때문에 화가 났던 경험을 블로그를 통해 알리려는 소비자들이 이미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펩시, 소셜미디어로 부활하다

    트위터의 유행에 편승해서 다양한 브랜드 행사를 벌이고 있는 기업은 많지만 아마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 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고객의 참여를 유도해온 기업은 펩시일 것이다. 펩시는 가필드가 공공연히 외치는 변화를 진지하게 귀담아들었다. 펩시의 디지털ㆍ소셜미디어 책임자인 보닌 바우는 이렇게 설명한다. “할 말이 있는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고 그 말을 경청하면,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콜라 회사에서 하는 말로는 들리지 않지만, 펩시는 실제 보조금을 탈 사람을 대중이 투표로 결정하는 클라우드소싱 프로그램에 2,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함으로써 말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새롭게 등장한 소비자 세대의 말을 기꺼이 경청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우리는 대기업으로 군림하기보다 문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쿠퍼는 이런 노력이 ‘기존의 대중 마케팅을 위해 구축된 모든 시스템에 반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펩시가 단지 소비자의 콘텐츠에만 초점을 둔 것은 아니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는 지역 사회나 실제 사회적 네트워크에 가치를 더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는 소비자가 세상을 더 좋게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 소비자 의견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기업도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자비스에 따르면, 델도 이러한 메시지를 수용했고 몇 년 뒤에는 델의 CEO 마이클 델이 직접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떠한 회사도 더 이상 세 사람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여기서 세 사람이란 전지전능한 최고경영자, 최고마케팅책임자, 최고운영책임자이다. 세상은 이제 이들의 시대에서 크라우드소싱된 제안, 평가, 부정적 반응이 중시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큐레이션은 곧 고객과의 대화다

    이처럼 매스미디어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대화로의 변화가 현실에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소비자가 기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바뀔 것이다. 더 이상 소비자는 기존에 상대하던 기업의 ‘사든지 말든지’ 식의 태도를 참을 필요가 없다. 소비자 의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도구는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전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소비자의 단결된 커뮤니티를 촉구하는 소비자 전도사 역할에 새로운 사업 기회도 있다.


    유람선 여행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여행 상품이 좋을까? 바가지는 아닐까?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여행객이 많을까? 이러한 소비자의 질문에는 오직 상품 후기, 소비자 별점 같은 인간의 큐레이션만이 잡음을 걸러내고 여행자에게 적절한 주의를 줄 수 있다. 그러면 금방 큐레이트된 데이터를 찾는 여행가들에게 신뢰받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이트가 된다.


    큐레이트된 소비자 의견이 강력해질수록 소비자에게 소비자 반응을 필터링하는 별도의 큐레이트 감시 기구가 없는 브랜드나 서비스, 기업 등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브랜드별로 불평불만을 수집하는 사이트도 분명히 늘어나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대신 큐레이션을 통해 솔직한 피드백과 소비자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커뮤니티가 영향력 있는 주체로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결국 큐레이션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미래의 수단이다.



    큐레이션의 도약과 저항

    벼랑 끝에 서게 된 잡지와 출판

    [뉴욕매거진], 큐레이션을 통해 얻은 영예

    큐레이션에 이런저런 형식으로 관여하고 있는 잡지사가 많지만 <뉴욕매거진> 사이트(NYmag.com)는 가장 성공적인 큐레이션 사례일 것이다. 뉴욕매거진뿐만 아니라 벌처(Vulture), 메뉴페이지(MenuPages), 그루브 스트릿(Grub Street) 등 급성장하는 블로그와 웹사이트 컬렉션을 운영하는 NY 미디어의 대표자인 마이클 실버맨은 이렇게 말한다. “잡지란 특정 고객층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흥미롭게 모아놓는다는 개념이므로 디지털 사업으로 전환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왔죠.”


    <뉴욕매거진>은 실버맨을 영입하자마자 목표로 하는 콘텐츠의 범위와 깊이를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본격적으로 큐레이션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지난 2년간 극적으로 성장한 동영상 큐레이션으로 <뉴욕매거진>은 엔터테인먼트와 패션, 예술, 정치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 결과 <뉴욕매거진>은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웹사이트 매출은 2007년 이래 두 배로 늘었고, 디지털 매출은 2009년에 70퍼센트나 증가해서 지금은 전체 수입의 35퍼센트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사이트 방문자 중 75퍼센트가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온다는 점이다. 뉴욕매거진은 이제 ‘뉴욕전용’ 사이트라고 말하기 힘들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고,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 전략의 핵심

    누구나 퍼블리셔인 세상

    그렇다면 직업으로서 콘텐츠 전략가의 전망은 어떨까? 과연 <포브스>가 선정한 급성장 직업에 포함될 날이 올까?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콘텐츠 전략가인 제프 맥킨타이어는 오늘날에는 누구나 퍼블리셔라고 말한다. “콘텐츠 전략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은 워낙 기업의 많은 기능을 건드립니다. IT, 마케팅, 홍보, 부문별 전문가, 콘텐츠 제작은 물론 웹 관련 부서, 외부 중개업체와의 관계, 심지어 법적 문제까지 건드리므로 결국 모든 사람을 참여시켜야 해요.”


    문제는 이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요구를 중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관리 체계는 중심이 되는 원칙이나 거버넌스가 있어야 한다. 이제 기업도 콘텐츠가 다양한 구성원이 공유하는 책임이자 집단 과제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큐레이션은 분명히 콘텐츠 전략의 일부다. 어떤 고객에게는 핵심적인 요소이고, 다른 고객에게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큐레이션 조합을 고민하여 적절하게 구성하는 것은 대형 브랜드든 벤처기업이든 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콘텐츠 큐레이션이 왜 필요한가?

    웹의 관건은 콘텐츠다. 어떠한 브랜드, 사이트, 커뮤니티든 간에 방문객과 콘텐츠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 중인 주요한 변화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즉 ‘내가 믿을 수 있는 사이트인가?’ 만약 ‘그렇다’는 답을 얻게 되면 방문자는 읽고 게시하고 구매하기 위해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답이 ‘아니다’라면, 웹사이트 체크리스트의 맨 밑으로 떨어져, 정보를 제공할지는 몰라도 그다지 쓸모 있거나 정확하거나 참신하지 않은 사이트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할버슨, 맥킨타이어, 스카임 같은 콘텐츠 전략가는 내부적으로 콘텐츠 큐레이션에 대한 감각이 없던 기업이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닫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시장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할버슨이 경고하는 한 가지 주의 사항은, 콘텐츠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소셜미디어의 허위 광고를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녀가 보기에 이는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이 설파하고 있는, 위험할 정도로 단순화된 가치관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제작한 무료 콘텐츠도 가치는 있지만, 거기에만 의존해서 일정을 짜거나 정기적이고 일관된 자료가 올라오길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는 대가를 받지 않는 자원자들이 작성하는 공짜 자료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들에게 무엇인가 기대하거나 신뢰할 수 없음은 자명해진다.


    명확한 콘텐츠 정책과 질서정연한 거버넌스가 중심이 된 콘텐츠 큐레이션이라면 기업의 모든 지원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활용하나는 의미가 된다. 우리의 정보 소스, 콘텐츠 조합, 커뮤니티는 모두 강력한 도구다, 콘텐츠 전략가는 이러한 세 가지 고리로 멋진 서커스를 만들어 가는 무대감독과도 같다.



    큐레이션의 미래와 성공

    큐레이션이 브랜드의 생존을 좌우하다

    생존을 고민하는 기업의 과제

    지난 10년간 등장한 브랜드에는 이미 생성 단계부터 큐레이션 원리가 반영되어 있다고 애디스는 말한다. 그러한 브랜드는 큐레이션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 그 자체가 이미 큐레이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TV 방송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쇠퇴하고 소셜미디어가 부상하는 시대였던 것이다. 그래서 구글이나 옛시 같은 사이트와 스타벅스 같은 기업은 새삼스러운 혁신이 필요 없다.


    바꾸어 말하면, 그렇지 않은 대형 소비재 기업은 천천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점에 대해, 미디어 분석가 밥 가필드는 새로운 웹 세상이 출현할 때까지 사양길에 있던 올드미디어가 브랜드와 광고를 비롯한 미디어 전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암흑기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탄식한다.


    기존 모델은 무너져버렸고, 새로운 모델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으니 혼란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모든 카오스는 광고회사나 소비재뿐 아니라 더욱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이제 모든 브랜드는 소비자 권력의 출현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포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고객과 소통해야 하고, 고객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전까지 인간을 소비자나 시청자 중 하나로 여겼다면, 이제는 창작자이자 의사결정의 리더로서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은 존재로 보아야 한다.


    가필드는 SXSW 페스티벌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기업은 전체 메시지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한 메시지를 만들어 우리의 TV로 전송할 수 있었죠. 그들은 이제 스스로의 메시지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어떠한 체계를 통해 최고의 콘텐츠가 살아남느냐는 것이죠.” 그 비밀은 결국 사람이다. 최고의 콘텐츠를 수집해서 한데 모으려면 누군가는 최고의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큐레이터의 역할이다. 그들은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모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의 판단력, 경험, 지식을 총동원한다. 우리는 큐레이터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큐레이션과 프라이버시 문제

    새로운 분야에서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발생해서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경우가 흔히 있다. 요즘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공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큐레이션도 확산되고 있기는 하다. 이 가운데 극단적인 공유 사례는 아마 개인 재무 정보일 것이다.


    개인 재무 정보는 일반적으로 남들과 공유하지 않던 영역이다. 자세한 돈의 씀씀이 내역은 가족이나 부부 간에도 서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용자에게 사적인 정보를 공유하라고 부추기는 재무서비스가 계속 늘어나면서 큐레이션은 개인 정보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무 정보의 페이스북, 스톡트위트

    캐나다 출신인 린드존은 소셜미디어 분야에 열정을 쏟아 부어서 ‘재무정보의 페이스북’이라고 입소문이 자자한 트위터 기반의 스톡트위트(Stock Twits)를 만들어냈다. 린드존도 다른 창업가들처럼 자리를 잡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스톡트위트는 2009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벌써 1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등록했고, 날마다 수신하는 트위트도 8천 개가 넘는다.


    “재무 정보는 언제나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취급됐고, 또 지금도 대부분 그렇죠. 수집하기는 어렵고 팔기는 쉬워서 보호 대상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의 구매 내역을 남이 보든 말든 별로 개의치 않아요.” 스톡트위트는 지금까지 정보를 수집해서 시장성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방식을 추구해왔다. 큐레이트된 시장 데이터가 정말 돈을 벌어줄 수 있을까?


    스톡트위트의 사명은 주식 거래인과 투자 결과를 연계시켜서 아이비리그 학교를 다녔든 대규모 자본을 굴리고 있든 간에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린드존은 월스트리트에 필요한 것이 추가적인 금융 규제가 아니라 집행을 더 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스톡트위트 입장에서 집행이란 참여자를 큐레이트하는 것이다.


    “스톡트위트에서는 사람을 퇴출합니다. 큐레이션은 중요해요. 특히 우리는 사적이고 반공개적인 커뮤니티이므로 참여는 일반적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죠, 만약 우리가 완전히 공개했다면 사이트의 가치가 급속히 떨어졌을 겁니다. 사람들이 아직은 소셜 웹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이죠.” “저도 파스타를 만들 수 있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스타급 요리사의 스파게티 볼로네제가 훨씬 맛있죠. 사람들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정보를 걸러내어 최고급 정보만을 뽑아줄 수 있는 믿음직한 전문가를 원해요.”


    큐레이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라

    스마트 기기, 큐레이션에 물들다

    우리의 개인적 능력과 새로운 사업 기회에 들어맞는 큐레이션 전략을 남보다 앞서 계획하고 수립하면 트렌드를 전후 컨텍스트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인터넷 트렌드에 대해서는 메리 미커만 한 분석가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과거 모건스탠리 재직 당시 작성한 웹 트렌트 연례 보고서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았다. 그러므로 5년 내에 모바일 사용자가 데스크톱 사용자를 앞지를 것이라는 미커의 예측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2015년 전 세계 모바일 사용자는 16억 명을 돌파해 20억 명에 이르겠지만, 데스크톱 사용자는 약 18억 명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또 미커는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5가지 트렌드를 지목했다. 바로 3G, 소셜 네트워킹, 동영상, VoIP, 우수한 모바일 기기이다. 현재 사용자수와 사용 시간 증가를 이끄는 것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소셜미디어와 동영상이다. 특히 동영상은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을 급속히 증가시켜서 모바일 데이터향이 2014년까지 39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모바일 인터넷이 성장하는 이유는 인터넷이 우리 손 안에 있을 때 가치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웹이 제공하는 모든 핵심 가치는 이동성이 추가될 때 훨씬 빛을 발한다. 소셜 커넥션은 친구와 서로의 현 위치를 알고 찾아갈 수 있을 때 더 의미가 있고, 광고는 특정한 수요에 시의적절하게 할인 등을 제안해야 더 쓸모 있고 짜증도 덜 난다. 이런 이유로 LUMA 파트너스의 미디어 자문가 테렌스 카와자는 앞으로 TV 방송보다 웹 쪽에 광고가 쏠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5년 후에 웹은 분명히 모바일, 위치 정보 및 사용자 인식 기반일 것이고, 소액 결제가 주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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