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미래보고서 2019
 
지은이 : 박영숙 외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18년 11월




  • 전 세계 인구가 모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현재의 비즈니스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블록체인은 나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은 온 · 오프라인 소매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무인화를 넘어 모든 것이 로봇화되면 도시의 풍경과 우리의 생활방식은 어떻게 바뀔까? 앞으로 10년, 생물처럼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는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만이 디지털 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다.


    세계미래보고서 2019


    산업과 경제의 미래 _블록체인 혁명부터 우주 산업까지,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세계는 지금 블록체인 혁명 중

    2017년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에 불어 닥치기 시작해 2019년 내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비트코인과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2018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지역 화폐를 암호 화폐로 도입하겠다는 공약들이 등장하면서 블록체인 분야는 이제 정치권도 주목하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난 다보스포럼에서도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세계경제포럼의 조사 결과 2027년에는 글로벌 GDP의 10퍼센트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이라고 예측됐다. 지난 2년 동안 블록체인에 대한 50만 건 이상의 새로운 출판물이 나왔고 구글 검색 결과는 370만 건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블록체인에 대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에는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첨단 기술 기업들도 블록체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IBM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물인터넷 기술에 1,000명 이상의 직원과 2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블록체인 전담팀과 암호 화폐 부서를 신설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해 신원 확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비단 기술 기업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스타벅스도 암호 화폐 제작 및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원산지부터 유통 과정까지 체크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 플랫폼에 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가세, 파이가 커지는 블록체인 시장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은 아마존이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시 블록체인 시장에 진입했다. 아마존의 블록체인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전 세계 블록체인 기술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이더리움과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템플릿’ 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록체인 템플릿은 이용자들이 쉽게 블록체인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만든 편집 도구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이 서비스를 오픈소스로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일종의 디지털 거래 장부다. 이런 거래 기록은 블록의 형태로 저장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블록들이 순차적으로 연결된 ‘사슬’ 구조를 갖는다. 그러면 제3자가 따로 안전한 거래 기록을 생성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 템플릿은 무료로 서비스를 개발한 뒤 클라우드 사용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존은 실시간 암호 화폐 거래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 스트리밍 서비스, 즉 데이터들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 특허를 획득했다. 아마존이 특허를 받은 이 시스템은 스트리밍 수집, 변환, 적재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인의 암호 화폐 거래 데이터 등 개인 데이터 스트림 자체는 새로운 게 없지만 이 데이터와 다양한 출처의 정보가 결합되면 새로운 가치가 생길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카카오, 네이버 라인 등 정보통신 회사뿐 아니라 한빛소프트, 와이디온라인, 액토즈소프트 등 게임 회사들도 잇달아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이나 대기업들도 앞 다퉈 블록체인 기술을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여러 산업의 지형을 파괴할 뿐 아니라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여덟 가지 산업

    “19세기에 자동차가 나왔고 20세기에 인터넷이 나왔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이 한 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블록체인을 ‘제2의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실체 없는 기술로 호도되던 초창기 인터넷 기술이 이젠 우리의 의식주와도 같은 일상이 된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 역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그 속도는 인터넷이 우리의 삶 속에 들어오기까지 걸린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르다.


    분야를 불문하고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현재와 이 기술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들을 살펴보자.


    혁신하거나 소멸되거나 : 금융 서비스 산업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은행을 비롯한 지불 산업이다. 블록체인이 금융업에 미칠 영향은 인터넷이 미디어에 끼친 영향에 비유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세계적인 암호 화폐 거래 앱인 아브라는 비트코인 기반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2018년 3월에 20개의 암호 화폐와 50개의 법정화폐를 모두 거래할 수 있는 단일 앱으로 발전했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은행업들은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밖에 없거나 블록체인 때문에 소멸될 수밖에 없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레이스를 비롯해 많은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해서 빠르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게 운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 : 유통 산업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거래를 영구적이고 분산화된 기록으로 문서화하고, 안전하고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로써 시간 지연과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공급망의 모든 지점에서 비용, 노동, 심지어 폐기물 및 배출량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의 실제 환경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2018년 1월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농산물 거래가 처음으로 성사되기도 했다. 세계적 농산물 중개업체 루이드레퓌스와 중국 농산물 중개업체 산둥보하이실업, 독일 은행 ING, ABN암로,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 등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미국산 대두 6만 톤을 중국에 시범적으로 판매했다. 그 결과 거래 시간이 2주에서 1주일로 절반 이상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났고, 이로써 블록체인은 향후 원자재 유통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 해결 : 부동산 산업

    부동산 매매는 대개 관료주의, 투명성 부족, 사기 및 기록상의 실수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종이 기반 기록의 필요성을 줄이고 거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추적, 소유권 확인, 문서의 정확성 보장 및 재산 증서 양도에 도움이 된다. 부동산 회사 유비트퀴티는 부동산 기록 관리를 위한 블록체인 보안 플랫폼으로서 토지소유권, 재산증서, 유치권 등을 기록하고 추적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부동산 거래 전후 투명성, 많은 양의 서류작업, 사기 우려 등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개자, 수수료가 필요 없는 플랫폼 : 크라우드펀딩 산업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인터넷 공룡들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에는 이미 블록체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스토리지, 파일코인 등이 있다. 일반 개인 사용자가 자신의 컴퓨터나 서버에 남는 저장 공간을 빌려주면 그 대가로 코인을 얻는 구조다.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저장 매체를 확보하고, 대여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 ‘윈윈’ 구조다. 또한 블록체인 덕분에 데이터 분산도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변화와 일자리 혁명 _기술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며 그로 인해 생겨나고 없어질 일자리는 무엇인가?

    80억 글로벌 초연결 사회가 시작되다

    2017년을 기준으로 온라인에 연결된 인구는 38억 명이다. 그리고 앞으로 6년 안에 40억 명의 새로운 인류가 기가비트(1기가비트는 1억 2,500만 바이트다. 초당 전송하는 데이터의 기가비트 양을 Gbps, Mbps 단위로 표시한다) 속도의 인터넷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 2024년이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과거 <포춘> 선정 500대 기업 CEO나 선진국 국민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대역폭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기가비트 속도의 5G 연결망이 가져올 혁명

    2020년까지 5G가 광범위하게 채택되면 4G보다 100배 더 빠르고 평균 광대역 연결보다 10배가 더 빨라진다. 그러면 휴대폰으로 불과 몇 초 만에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할 수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는 스마트 시티센서와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다. 5G 기술은 자율주행 기술, 스마트 공장, 원격 조종 드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가정용 사물인터넷, 세계 최초의 스마트 시티를 뒷받침하고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지구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수십 억 개의 센서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격차 제로 시대를 꿈꾸다

    소프트뱅크가 10억 달러를 투자한 기업으로 잘 알려진 인공위성 벤처 원웹도 인공위성 700개를 1,200킬로미터 상공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블루오리진은 우주로 원웹의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맡는다. 원웹의 설립자인 그렉 와일러는 소비자들이 2019년에는 500Mbps, 2021년에는 2.5Gbp의 속도를 제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웹은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2027년까지 디지털 격차를 완전히 메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상 설비와 대기 중의 풍선, 개인 위성들로 지구에서 우주까지 5G망으로 덮이면 모든 지구인들은 최소의 비용을 들여 기가비트의 속도로 연결된다. 온라인 사용자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면 모든 지구인이 세계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80억 명의 잠재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고 놀라운 기술혁신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미래의 가장 흥미로운 산업과 일자리

    로봇은 정말로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최근 로봇과 관련해 미래에는 인간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 빠진 내용이 있다. 새로운 기술은 많은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더불어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창출한다는 점이다. 때때로 우리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직업도 없고 삶의 목적도 사라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상상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기술로 더 많은 기회가 솟아나는 신나는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미래 산업

    수많은 사상가들이 ‘상상 경제’를 이야기한다. 상상 경제는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이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는 경제를 말한다. 인간은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요구되는 부문에서 기계를 능가한다. 가까운 미래의 창의적 분야 일자리는 3D 프린팅 패션 디자이너, 가상현실 체험 디자이너, 신체 기관 디자이너, 증강현실 설계자 등이 있다.


    신경과학, 바이오엔지니어링

    앞으로는 유전공학과 신경공학에 대한 관심과 발전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런 분야의 일자리 수요가 증가한다. 2017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마음과 인공지능을 신경레이스를 통해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두 개의 두뇌를 연결하고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와 있으며, 개인의 기억을 재구성하거나 마음을 읽는 메커니즘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부문과 관련해서는 생각 해커, 신경 임플란트 기술자, 신경증강 전문가, 신경 로봇 엔지니어 등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기술 윤리, 철학, 정책

    기술은 대단히 강력한 도구로서 무수히 많은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나 기술 자체는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선과 악은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앞으로는 가상현실과 두뇌-기계 임플란트,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에 대해 적절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이런 분야에서는 인지 향상 컨설턴트, 유전자 변형 윤리학자, 디지털 탐정, 프라이버시 보호자, 기술 관련 법률가 등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기술 윤리, 철학, 정책 분야는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을 최적화하고 인류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

    기후변화는 인류에 대한 위협이며 우리는 중대한 결정에 직면해 있다. 많은 도시들은 지속 가능한 인프라, 청정 운송, 재생에너지원과 같은 다양한 솔루션들을 결합하고 있다. 2016년 미국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77만 7,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이 분야에서는 스마트 시티 플래너, 청정 그리드 설계자, 제로 에너지 가정 디자이너, 에너지 사용 컨설턴트 등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


    운송 산업

    사람들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부상으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물론 운송 부문의 혁신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겠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전기자동차, 드론, 하이퍼루프 등 혁신적인 운송 수단들은 한편으로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또한 행성 간 우주 파일럿 분야에서 흥미로운 일자리가 발생한다. 버진갤럭틱의 여객 수송 우주선 VSS 유니티는 최근 캘리포니아 모하비 공항에서 또다시 글라이더 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으며, 앞으로 고도 100킬로미터까지 상승해 진짜 우주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인류는 행성을 오가는 은하계의 종種이 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사례들은 새롭게 등장할 수많은 일자리와 산업 분야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청년층이 자신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21세기 생존 기술을 갖추는 일이다.


    인류의 궁극적인 목표는 열정과 창의력을 갖고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려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회를 창조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일이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든, 지적이거나 창의적이든 개인과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혁명 _싱귤래리티가 가져올 명과 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왔는가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는 바둑에서 18번이나 세계 챔피언을 거머쥐었던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기며 화려하게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뒤 알파고는 업데이트 버전 ‘알파고 제로’에 100대 0으로 전패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이전 시스템과는 달리 바둑의 규칙 외에는 인간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길을 열었다.


    알파고의 특징은 두 개의 분리된 신경망이다. 하나는 인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가장 최선의 착수점을 예측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재생하며, 다른 하나는 이런 자체 플레이의 승자를 예측하도록 훈련받았다. 이 두 신경망은 실제 게임을 할 때 검색 알고리즘과 결합해 게임의 상태에 따라 최선의 방법을 찾아냈다. 그런데 새로운 알파고 제로는 두 개의 신경망을 더 많은 인공 신경층을 지닌 단일 회로로 결합해서 더욱 효율적으로 학습했다. 또한 훨씬 간단한 검색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롤아웃(가능한 결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착수점들을 신속하게 무작위로 시도해보는 것) 대신 고품질 신경망을 사용해서 ‘예측’했다.


    딥마인드의 선임연구원인 데이비드 실버에 따르면 이는 수백 명의 평균적인 플레이어에게 착수를 묻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전문가에게 착수를 묻는 방식이다. 실버는 BBC 인터뷰에서 “컴퓨팅 파워나 데이터가 아니라 새로운 알고리즘이 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을 넘어 스스로 창조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자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려면 인간 바둑 기사가 전문가 수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대국 수보다 훨씬 많은 수백만 번의 게임을 스스로 플레이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해결해야 할 훨씬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 비하면 바둑은 오히려 단순한 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알파고 제로가 결과적으로는 더 빨리 배웠지만 처음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기계 스스로 방법을 찾도록 남겨둠으로써 알파고 제로는 인간이 수천 년 동안 개발해온 착수점들을 독립적으로 발견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방법들 또한 만들어냈다.


    알파고 제로가 인간의 기보로 학습한 알파고를 압도하는 이유는 인간 지식의 한계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 제로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통상적이지 않은 전략을 개발하는 한편 새로운 수를 창조했다. 인공지능의 이런 창조력을 보고 사람의 독창성 또한 높일 수 있음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버전인 알파고 제로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창의성까지 발휘하는 인공지능의 미래가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로봇 시대의 생존 전략, 창의력 교육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에서 언제 자신이 기계로 대체될 것인지 궁금해 한다. 한편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자동화가 이뤄져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반면, 운전이나 법률 조사 업무 같은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분야도 많이 남아 있다. 이제 곧 우리는 노동시장의 혼란에 적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제도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혁신과 이니셔티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화를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계가 못하는 일을 하는 로봇 프루프 교육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총장 조지프 아운은 기계가 못하는 일을 하도록 학생들을 교육시킬 것을 제안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로봇이 할 수 없는 ‘발명하고, 창조하고, 발견할 수 있는’ 사고를 가르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로봇 프루프Robot-Proof 교육’이라고 부른다.


    아운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위한 역량 중에서 특히 문해력을 강조한다. 문해력은 인간의 독창적인 능력과 장점에 속한다. 또한 아운이 제시한 프레임워크에는 문해력 외에도 네 가지 인지능력이 요구된다. 자동화에 저항력을 가지려면 비판적 사고, 시스템 사고, 기업가정신, 문화적 민첩성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들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아운은 다른 교육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학생들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진 않는다. 질문하는 것,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의 기초다. 두 번째 능력은 시스템 사고다. 시스템 사고는 전체의 입장에서 부분을 이해하며 상호 관련성을 추구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서 해결하는 사고방식이다. 즉, 부분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고, 부분은 어디까지나 전체의 부분이며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체계적 접근 방법이다. 세 번째 능력은 기업가정신으로, 자동화하기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기업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이들이 유연성을 갖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리더가 되어 인류의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점점 더 세계화되어가는 세상에서는 문화적 민첩성을 지닌 인재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오늘날 중요한 추세 중 하나는 비정규직의 부상이다. 또한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 풀타임 근로자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은 서로 다른 곳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팀을 이룬다. 이런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공동 작업을 하려면 각자 고유한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고 새로운 환경과 다양한 문화 속에서도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창의력의 강조

    로봇 프루프 교육은 경험적이고 프로젝트에 기반한 학습에 중점을 둔다. 인간은 창의적인 분야, 혁신을 추구하는 일에서 기계를 능가하며 이런 분야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가까운 미래에는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일자리가 더욱 증가하고 여기서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창조적인 경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변화의 시기이며 점진적 변화나 사소한 개선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 부문의 전면적 개혁과 문샷(‘달 탐사선 발사’라는 뜻이지만 구글의 문샷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혁신, 도전’의 의미로 확대되었다)이다. 기하급수적 발전과 변화가 가속되는 세상에서 교육 부문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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