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주차

BOOK SUMMARY
 인문 

22세기 민주주의

저자 나리타 유스케 (지은이), 서유진, 이상현 (옮긴이)
출판 틔움출판
출간 2024.03
인공지능이 여론을 수집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새로운 민주주의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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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기 민주주의


고장

중우론의 유혹을 넘어

왜 민주주의는 실패하는가? 2019년까지 유럽연합(EU) 집행 위원장이었던 장 클로드 융커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치인들은 안다. 할 일을 하면 재선이 안 되는 것까지도 말이다.”


어리석은 유권자가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는 관념이 세계의 절반을 망령처럼 뒤덮고 있다. 태고(太古)적부터 우리를 괴롭혀온 ‘중우론(衆愚論)’이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사실 중우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민주국가는 더 빨리 부유해지고 부자가 된 뒤에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했다. 실제로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수백 년간의 경제성장에는 민주주의적 정치제도가 좋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연구가 있다. 영유아 사망률과 같은 공중위생지표 측면에서도 민주주의적 정치제도가 역사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공정한 선거가 있어, 정치인들이 취약계층의 요구에 민감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공중위생이 개선됐다.


20세기까지의 이런 경험을 감안할 때 원래 부유했던 민주국가의 경제가 이번 세기 들어 침체되기 시작한 데는 중우론을 넘어선 이유가 있을 것이다.



투쟁

투쟁·도주·구상

그렇다면 중병을 앓고 있는 민주주의가 이번 세기를 버텨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해답이 독재·전제 체제로의 회귀가 아님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자폭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어떤 일이 생길지 짐작조차 어려운 중국의 사회와 경제 분위기만 봐도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금 그대로의 민주주의도, 카리스마 있는 한 사람이나 광인에게 의존하는 전제 체제도 아니다.


민주정권-전제정권의 이항 대립을 넘어 민주주의의 다음 모습으로의 탈피가 필요하다. 그런 탈피를 위해 세 가지 처방전을 차례로 생각해 보자. 제2장 민주주의와의 투쟁, 제3장 민주주의로부터의 도주 그리고 제4장 새로운 민주주의 구상이다. 투쟁·도주·구상을 차례로 살펴보려 한다.


첫째 ‘투쟁’은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우직하게 마주하고, 당면한 문제와 싸워 저주를 풀려는 행위다. 선거에 근거하는 민주주의 구조나 아이디어를 전제로 이를 조정하고 개선하는 행위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어떤 조정이나 개선이 필요할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SNS의 침투가 가속화하면서 외국인과 소수자 혐오 발언이 늘었고, 그 결과 민주주의는 망가졌다. 그렇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의 축제였던 선거가 자중지란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국가의 정치나 정책 및 운영은 더 폐쇄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나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의 주 원동력이 약화된 점 등 모든 것이 민주주의의 ‘잃어버린 20년’을 일으킨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저주의 선을 따라 메스를 대는 것이 조정과 개선의 지름길이다. SNS, 선거, 정책의 악순환 어딘가에 쐐기를 박는 시도가 필요하다.


정치인의 정년‧연령 상한

SNS에 개입하는 것과 동시에 생각해야 할 문제는 어떻게 정치인을 뽑느냐의 문제 즉, 어떻게 선거를 디자인할지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유권자의 머릿속 환경이 바뀌더라도 이들이 투표해 정치인을 뽑는 건 결국 선거라는 구조를 통하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를 다시 디자인하자는 제안은 여러 가지 있었다. 가장 단순하게는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을 재정의하는 안이다. 예를 들면 정치인 임기나 정년을 제한하는 제도다. 정치와 선거에 있어 세대교체와 신진대사를 촉진해 시선을 미래 세대로 돌리기 위해서다. 세대교체 효과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선거에서 여론에 아부해야 하는 정치인은 구조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임기 말이나 정년이 다가와 선거에서 ‘잃을 것이 없어진’ 정치인은 다르다.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민주주의적인 전제 정치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생기는 셈이다. 역설적이지만 ‘끝’이 있는 것이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이런 논리로 프랑스, 미국 등 대통령의 임기 상한선이 정당화된다.


정치인 정년 제도나 연령 상한제는 일부 나라에서 실현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74세 이하만 상원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부탄, 이란, 소말리아 등도 비슷한 연령 상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할아버지 특전대’처럼 보이는 일본 자민당도 사실 중의원 비례대표에 입후보할 수 있는 사람을 73세 미만으로 제한한다. 소걸음처럼 느린 속도이긴 하나, 정치인의 세대교체를 위한 구조를 마련하는 일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권자에게도 정년·연령 상한을 둔다면

나이를 먹는 것은 정치인만이 아니다. 유권자도 늙는다. 그렇다면 정치인 정년 제도나 임기를 생각할 때, 유권자에 대해서도 같은 제도를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선거라는 제도가 허물을 벗고 날아갈 수 있는 ‘탈피’와 ‘회춘’을 위해서다.


그렇다고는 해도 선거권에 정년, 연령 제한을 두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헌법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특히 일본이나 유럽 일부 국가 등 고령화된 국가에서 “노인의 선거권을 빼앗자”라는 식으로 말하면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 책도 엄청나게 비난받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며 쓰고 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잘만 궁리하면 실질적으로 정년이나 연령 상한을 두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브라질에서는 70세 이하 유권자는 투표가 의무이고, 하지 않으면 벌칙(벌금)이 있다. 그 이상 연령의 유권자는 투표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이 같은 구조는 고령자로부터 선거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대신 젊은 사람이 투표할 동기부여(인센티브)를 강하게 하는 구조다. 70세 이하는 투표를 안 하면 처벌받는다. 고령자에게서 선거권을 빼앗자는 주장은 무리가 있지만, 현역 세대가 투표하는데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실현 가능하다.



도주

은유로서의 조세 피난처

민주주의가 실패에 따른 책임을 시민에게 돌리면서 마치 ‘정치적 세금’을 부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조세 피난처가 있듯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피난처(democracy haven)’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 피난처’는 이런 세계다. 시민이 비효율과 불합리를 강요하는 기존의 민주국가를 포기하는 세상. 정치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해 독립 국가나 도시 집단이 더 나은 정치·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기업과 국민을 끌어모으거나 선발하는 세상. 새로운 국가들이 기업처럼 경쟁하고 정치제도를 자본주의화한 세계다.

민주주의 피난처를 향해?

민주주의 피난처가 과격한 망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이미 있다. 지구 최후의 미개척지는 바다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해(公海)다. 어느 나라도 지배하지 않는 특성을 이용해 공해를 떠도는 신(新)국가군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해상 자치도시협회(The Seasteading Institute)로 불리는 신국가 설립 운동이다.


다른 비슷한 시도를 하는 단체로 ‘블루 프런티어스(Blue Frontiers)’도 있다. 크루즈선과 같은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술적, 비용적 측면에서 현실성이 더해지자 이런 구상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 운동은 페이팔(PayPal, 시가총액 수백조 원), 팔란티어(Palantir, 시가총액 수십조 원)와 같은 기업을 만든 기업가이자, 페이스북 등에 초기에 출자한 투자자 피터 틸이 투자·지원한다. 틸이 해상 자치 도시 구상을 지원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틸 같은 사람 입장에서 지금의 민주주의는 무지하고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 과반수 사람들이 분노를 발산하는 제도다. 그러한 민주주의를 통해 대통령이 돼 민주주의의 추악함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인간 폭탄’ 트럼프는 민주주의가 스스로 무너져 내린 상징이었다. 틸은 “민주주의는 파괴된 게 아니라 수치스러운 나머지 무너져 내렸다”는 발상을 하는 듯하다. 만일 이런 감정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구체화하면 그게 바로 해상자치도시협회와 같은 신국가 설립 운동이 된다.


독립 국가 레시피 1: 제로에서 다시 만들기

로즈 섬은 금속으로 만든 인공 섬으로 면적이 약 400m²에 이른다. 꿈이 많던 기사 조르지오 로사(Giorgio Rosa)는 같은 뜻을 지닌 몇 명과 함께 이탈리아 먼바다의 공해 경계 바로 인근에 공화국을 세웠다. 1968년 5월에 빈약하게나마 바와 클럽을 갖추고 있던 로즈 섬은 곧 별난 관광지로 주목받는다. 그리고 건설자인 조르지오 로사가 대통령으로 나서면서, 로즈 섬은 자기 마음대로 독립을 선언해 시민권과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독립 국가로 승인받기 위해 유엔과도 교섭했다.


독립 국가 레시피 2: 이미 만들어진 국가 사들이기

아예 완전히 새로운 독립 국가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 자치단체 나 국가를 인수하거나 이런 곳에서 준(準) 자치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에 힘입은 웹3.0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정치·경제 제도를 디자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자산가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정치 시스템을 실험하는 해상 국가 혹은 디지털 국가로 도망치는 미래도 그리 멀지 않았다. 그 끝에는 공해, 해저, 우주 그리고 메타버스가 보인다.


도주와의 투쟁

하지만 도주에는 함정이 있다. 가령 신국가가 난립하면서 민주주의로부터 도주가 가능해졌다고 치자. 하지만 문자 그대로 도망칠 뿐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새로운 사회를 구상하려는 시도는 자칫 기존의 적을 새로운 적으로 바꾸는 일로 수렴하기도 한다. 새로운 국가 건설을 통해 민주주의로부터 도망치는 일도 예외는 아니다. 폐쇄적 커뮤니티나 바다 위에 떠다니는 ‘부유(浮遊) 도시’처럼 반민주주의 운동의 주체들은 민주주의에 실망한 나머지, 정보 부족과 빈곤이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오인하기 쉽다.


민주주의로부터 도망치거나, 투쟁하거나, 대중을 가상의 적으로 만들지 않고, 친구로서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바라볼 수는 없을까? 그러한 민주주의를 구상하는 게 우리의 과제다. 우리 곁에 와야 할 독립 국가라는 ‘틀’의 내용을 채우는 구상 말이다.



구상

선거 없는 민주주의를 향해

민주주의로부터 도망치기보다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싶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민주주의를 빈사 상태로 몰아간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민주주의를 ‘재발명’하는 일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이념을 보다 정확하게 구현하는 새로운 제도라고 말해도 좋다. 특히 전 세계 민주주의를 전부 삼켜버린 알고리듬 기술을 역이용해 선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선거 없는 세계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사실상 투표율의 측면에서 보면 이런 현상은 벌어지고 있다.


사실 선거 없는 민주주의는 가능하며, 오히려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선거 없는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바로 ‘무의식 민주주의’다. 이를 ‘센서 민주주의’, ‘데이터 민주주의’ 그리고 ‘알고리듬 민주주의’라고 해도 좋다. 이는 22세기로 향하는 시점에서 수십 년에 걸쳐 착수해 볼 만한 운동이다.


인터넷이나 CCTV가 포착하는 일상에서의 말, 표정, 신체 반응, 숙면 정도나 심박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땀의 양,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 토신 등의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분비량…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적인 욕망·의사를 파악하는 데이터다.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정책 논점이나 이슈에 대한 의견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이런 데이터에는 ‘그 제도는 좋다’, ‘아, 정말 싫다…’와 같은 민의(民意)가 숨겨져 있다. 여론조사 기관이나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 등이 연중무휴로, 대량으로, 여러 각도에서 온갖 질문과 문맥 에 따라 계속 민의를 조사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선거는 민의 데이터 수렴을 위한 유일한 채널이었지만, 앞으로는 여러 채널 중 하나로 격하되고 상대화된다. 여러 가지 민의 데이터 채널을 융합하고 중첩하면 선거 등 개별 채널이 피하기 어려운 진실 왜곡을 막을 수 있다. 특정 채널의 중요도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악한 의도가 있는 자에게 진실이 왜곡될 위험도 없다.


자동화·기계화된 의사결정 알고리듬이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부터 각 논점·이슈에 대한 의사를 도출해 낸다. 여기에서 이뤄지는 결정은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각 논점·이슈에 대해 서다. 의사결정 알고리듬은 사람들의 민의 데이터와 함께 다양한 정책 성과지표(GDP, 실업률, 학업성취도, 건강수명, 웰빙지수)를 조합한 목적함 수의 최적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민의 데이터는 ‘사람들이 정책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에 있어서, 사람들의 가치 기준을 찾는 데 이용된다. 또한 성과지표 데이터는 그 가치를 기준으로 최적의 정책을 선택하는 데 사용된다.


의사결정 알고리듬은 잠도 자지 않고, 쉬지도 않고 계속 일할 수 있으며 다수의 논점·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이 각각의 논점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결정할 필요성이 약해진다. 무의식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된 역할은 이제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인간은 대체로 기계·알고리듬에 의한 가치판단이나 추천, 선택에 몸을 맡기고, 뭔가 잘못된 경우에 이의를 제기하고 거부하는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면 된다. 이제 정치인은 소프트웨어와 고양이로 대체된다.


민주주의란 데이터의 변환이다

민주주의란 데이터의 변환이다. 다소 거친 표현일지 몰라도, 그렇게 잘라 말하고 싶다. 민주주의란 결국 모두의 민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사회적 의사결정을 출력하는 규칙 혹은 장치라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입력되는 민의 데이터, 출력되는 사회적 의사결정, 데이터에서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순으로 규칙·알고리듬(계산 절차)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데이터 변환으로서 민주주의의 가장 쉬운 예는 물론 선거다. ‘민주주의를 구현해 낸 것’이라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선거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데이터의 집계다. 정치인이나 정당을 선택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기호를 만들어 늘어놓고, 누가 좋은지를 각자가 투표한다. 그리고 투표 정보가 다수결과 같은 고정된 규칙에 따라 집계돼 누가 이길지, 어느 정당이 집권할지를 결정한다.


알고리듬으로 민주주의를 자동화하다

무수한 채널과 센서로부터 추출한 민의 데이터의 앙상블 위에 싹튼 것이 무의식 민주주의다. 무의식 민주주의는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선거 없는 사회적 선택’이라 부를 수 있다.


‘일반의사’가 포함된 비정형 데이터를 넣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무의식 민주주의 알고리듬이다. 이 알고리듬을 디자인하는 것도 데이터에 맞춰 이뤄진다. 사람들이 내놓는 민의 데이터에 더해 GDP, 실업률, 학업성취도, 건강 수명, 웰빙지수와 같은 성과지표를 조합한 목적함수를 최적화하도록 알고리듬이 만들어진다.


‘1인 1표’의 새로운 의미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에서는 ‘1인 1표’의 의미도 진화한다. 각 이슈·논점에 대한 절실함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모든 이슈·논 점에 대해 모든 사람이 같은 영향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말하자면 각 이슈·논점에 1인 1표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천재도 바보도, 전문가도 정보 약자도, 억만장자도 가난한 사람도 무의식 민주주의 의사결정에 대한 총영향력은 같아야 한다.

각각의 데이터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복잡한 알 고리듬 기법이 최근 10년간 개발돼 왔다. 최근 개발된 방식을 적용하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총영향력 또는 평균적 영향력을 갖는 무의식 민주주의 알고리듬을 구현할 수 있다.


꿈꾸기 쉬운 무의식 민주주의

블록체인 기술에 힘입어 웹3.0이 발달하면서 선거와 합의를 위한 프로토콜이나 통화와 증권의 디자인 등 새로운 정치나 경제 제도를 시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늘고 있다. 기존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자체적인 정치 의사결정 시스템이나 지역화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10대 청소년들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 세토 내해의 섬에서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 시작되었고, 일본의 한 지역에는 멋대로 ‘새 정부 수립’을 선언한 아티스트도 있다. 이런 독립적인 공동체가 무의식 민주주의의 기초 재료가 된다.


무의식 민주주의에서는 더 이상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가 반(反)민주주의는 아니다. 민주주의의 자멸에 환호하고 돌을 던지는 독재적 강자의 의식적인 의사가 아니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 민주주의에 새로운 길을 닦으려는 민중의 무의식적인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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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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