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주차

BOOK SUMMARY
 인문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저자 페터 베르 (지은이), 장혜경 (옮긴이)
출판 갈매나무
출간 2024.02
그간 외면해온 외로운 나에게 인생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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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지금 이 순간의 나’로 살지 못한 시간들

문득 돌아보니 오래 길을 잃었다

지금 나는 붐비는 역 근처 작은 공원, 보리수 아래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있다. 눈을 감고 따스한 봄볕에 얼굴을 내맡긴 채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음미하면서 책을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한다.


천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본다. 버스에서 내려 서둘러 달려오는 사람이 보인다. 검은 줄무늬 옷을 입은 남자가 커피를 손에 들고 학생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다가 아이들이 얼른 비키지 않자 짜증을 낸다. 바로 옆에서 여자아이 둘이 셀카를 찍으려 포즈를 취한다. 맞은편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멈춰선 사람 절반 이상이 곧바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쳐다본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모두가 서둘러 횡단보도를 가로지른다. 천천히 걷거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 이 찬란한 순간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스한 봄 햇살, 길옆에 활짝 핀 꽃, 상쾌한 바람을 아무도 음미하지 않는다.


무한한 기회, 불투명한 확신

벤치에 앉아서 삶을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모순을 느낀다. 내가 아는 이 서구세계에는 자유가 넘치지만 많은 것이 불확실하다. 우리는 언제라도 자유롭게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직장을 바꾸거나 아예 그만둘 수도 있고, 파트너를 떠나거나 다른 사람과 사귈 수도 있다. 출세를 향해 달려갈 수도, 이민을 갈 수도, 세계일주를 떠날 수도 있고, 아마 가까운 미래엔 화성으로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자유는 엄청난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신이 없다.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기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따위를 흘깃대고, 정말 필요한 것인지, 나에게 맞는 것인지도 모를 물건과 아이디어와 목표를 허겁지겁 좇는다.


소비와 전자기기 사용, 연예와 오락이 급속도로 증가한 한편 탈진진과 번아웃,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이 날로 늘어난다. 못가질 것이 없는 세상인데 딱히 행복한 것 같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것 같다.


이런 현실을 고민하자면 마음에 슬픔이 밀려온다. 자신을 안쓰럽게 여겨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우리는 자신을 세상에 최적화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신을 더욱 압박하고 비판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한다.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인스타그램이나 TV에 나오는 인플루언서와 스타의 목소리만 경청한다. 종일 긴장과 스트레스를 내려놓지 못하고, 1년에 고작 며칠밖에 안 되는 휴가를 제외하고는 평생을 스트레스에 빠져 산다.


그러니 이런 기본적인 스트레스에 예기치 못한 사건까지 보태지면, 가령 몸이 아프거나 가족이 세상을 떠나거나 실직하거나 돈을 다 날리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스스로 사랑하지 못하여, 타인도 사랑하지 못하다

지구의 현 상태는 우리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수많은 사람이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불안과 두려움과 분노와 탐욕을 마음에 담고 살면서 바깥세상에서 수많은 것들을 파괴한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세상과 주변 사람들도 사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 그래서 지치고 고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출근해서는 그 짜증을 동료들에게 퍼붓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눈길을 안으로 되돌리는 일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겉으로만 행동할 뿐 안은 전혀 변치 않는다면 파괴적인 행동이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반대로 스스로를 탐구하고 감정을 의식적으로 지켜본다면 굳이 권력과 인정과 끝없는 소비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은 이미 부유하고 힘이 세며 사랑받는다고 느낄 테니 말이다.


당신의 온갖 사연과 부담, 모든 어려움과 생각과 문제들 밑에 실로 놀라운 존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우리 함께 자신에게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해보자. 이 여행길에서 나는 스승도, 지도자도 아니다. 나는 그저 당신과 동행할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는 함께 각자의 세계관을 캐묻고 굳은 신념과 생각을 시험할 것이다. 본연의 자신이 드러날 때까지 한층한층 거짓을 벗겨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을 그만둔 나

마음이 부리는 난동을 잠재우려면

생각을 만난다고 해서 생각의 내용을 일일이 따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보자. 마음챙김이란 자기 생각을 깨닫고 어떤 생각이 삶을 결정하기를 바라는지 스스로 정립하는 과정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원숭이에 비유한다. 정말로 그렇지 않은가? 생각은 작은 원숭이처럼 우리 머리에 살면서 온종일 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이 문제에서 저 문제로 뛰어다니고 따분하면 소란을 피우고 딴짓을 하다가 무언가 뜻대로 안 되면 난동을 부려 골칫거리를 만든다.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킹콩에게 안 그래도 넘쳐나는 것을 더, 더 주고 있다. 더 많은 소셜미디어, 더 많은 압박, 더 많은 요구를 퍼준다. 더 많이 창조하고 더 많이 달성하려하며 더 능률을 올리고 더 많이 비교한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 만족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에 안고서.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킹콩을 더 자극할 뿐이다.


모험가가 멀리서 킹콩을 연구하듯 당신도 당신의 생각을 관찰할 수 있다. 그것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난동을 부리고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관찰해보자. 얼마나 멍을 때리는지, 얼마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지, 얼마나 과거를 헤매며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노려보는지. 얼마나 자신을 모질게 대하고 남들과 비교하는지……. 관찰하면 깨어 맑아질 것이므로 서서히 이 킹콩을 성품을 깨닫게 된다. 


마음의 본질을 들여다보다

*분별하는 마음

아마도 가장 먼저, 당신의 마음이 쉬지 않고 모든 것을 분별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지금 이 구절을 읽으면서도 분별한다. ‘그래. 맞는 말이야.’ 혹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렇게 말이다. 때론 주변 사람들을 분별하여 이 사람은 이 서랍에 저 사람은 저 서랍에 집어넣는다. 과거의 사건을 분별하여 곱씹고 또 곱씹는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쉬지 않고 자신을 분별한다. 자신의 행동, 외모, 기분, 능력을 모조리 비난하거나 칭찬한다. 마음의 이런 성질을 관찰하는 일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정말로 당신은 모든 것을 분별한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느끼는 모든 것을 평가한다. 모든 인식을 자동으로 서랍 속에 분류해 넣는다.


마음챙김을 오래 하다 보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분별이 멈춘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일단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분별을 멈추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분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변화는 시작된다.


당신은 지금까지 쌓아온 어마어마한 해방감이 밀려온다. 당신은 지금까지 쌓아온 무의식적 패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분별에 더는 반응하지 않거나 그 분별이 옳다 그르다, 평가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그저 수천 가지 생각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절로 떠날 때까지 그대로 둔다.


*되풀이하는 마음

자기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생각들이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도 금방 알아차린다. 마음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지도 못하면서 계속 같은 문제를 맴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생각이다. 누구랑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 지나고 나서도 당신의 마음은 여전히 그때 해야 했을 말을 고민한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을 두고 영원히 내적 대화를 반복한다. 미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끝없이 미래의 시나리오를 그려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은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나의 생각을 끝까지 마무리하기도 전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고 그러다 금방 다시 처음 생각으로 돌아가지만 역시나 마무리 짓지 못한다. 우리 마음은 이렇듯 같은 생각을 하고 또 한다.


생각의 속박을 끊어내고

진짜 내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

당신은 작은 컴퓨터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당신은 세상에 하나뿐인 특성과 용량을 갖고 태어난 유일한 컴퓨터이지만 겉보기엔 다른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향후 7년 동안 당신이라는 컴퓨터에 당신의 보호자가 운영시스템을 장착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체로 무의식적인 삶을 살기 때문에 자신들의 무의식적 패턴, 습관, 행동방식, 세계관을 그대로 당신에게 장착한다.


이 운영체계가 당신 인생을 떠받치는 기둥이 된다. 세월이 더 흐르면 사회의 가치관과 규범과 생각가지 추가된다.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정신적 각인이 수천 가지나 새겨진다.


이제 어른이 된 당신은 이 책을 손에 들고서 생각이란 무엇인지를 자문한다. 대답은 무척 쉽다. 생각은 살아오는 동안 당신의 마음에 장착된 수천 가지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다. 진짜 당신 생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과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메아리이다. 그리고 당신이 성장한 사회의 메아리이다.


각인된지도 몰랐던 해로운 과거의 확신

대부분의 사람은 수십만 가지 각인을 머리에 담고 살지만,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경험한 현실만을 진실이라 믿는다. 마음에 확신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한다. 그 사실을 의식하라. 자괴감에 각인된 마음의 목소리를 인식하라. 의식에 머물러라. 당신이 자신과 생각을 동일시하는지, 그 생각을 믿는지 관찰하라.


일상생활에서 건강하지 못한 생각을 의식한다면 이미 당신은 가장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그러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면 된다. ‘재미있네, 또 생각이 떠올랐어. 저건 진실이 아니야. 그러니 그냥 보낼 거야.’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자. 필요하다면 수천 번이라도. 무엇이든 한 번으로 금방 완벽해지지 않는다.


*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부정적 각인을 정반대로 바꾸는 데 의식적이고 창조적인 마음을 활용해보자. 가령 ‘난 쓸모없는 인간이야’라는 생각이 들면 속으로 이렇게 반박한다. ‘재미있네. 저 말은 사실이 아니야. 난 꽤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의 머리에 가장 자주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이 무엇인지 적어보자. 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보자.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여정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는 이유

세상은 혼란스럽고 계속해서 변한다. 그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을 어떨까? 우리는 고정된 상수인가? 거의 변치 않는 ‘나’가 존재하는가?


수십 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조차 서른 살 무렵이면 인간의 주요 본성이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연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사는 동안 쉬지 않고 변한다. ‘완성’같은 것은 없다.


경험으로 가는 첫 번째 걸음 :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나는 누구인가” 당신이 이렇게 물으면 당신의 정신은 본능적으로 기록실을 들여다본다. 과거에 어떤 행동과 경험을 했는지, 무엇을 잘하고 잘 못했는지를 들춘다. 그런 다음 과거의 경험과 행동이 ‘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정신은 내가 누구인지를 정의할 대 자동으로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나’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는 변할 수 없는 영원한 과거이기에, 우리는 자신을 미친(그리고 쉬지 않고 더 미쳐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정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계속해서 과거를 되풀이한다. 기억에 코를 박고서 과거의 행동을 미래로 투사한다. 그 결과 늘 같거나 아주 비슷한 경험만 하게 되고, 또다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신념을 재확인한다.


이렇듯 우리는 과거 경험의 투사에 불과한 고정된 ‘나’를 짊어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삶이 버거울 때마다 이유를 몰라 괴로워한다. 그게 너무나 당연한데도 말이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고정된 자아상을 끌어안고서 망상을 유지하기 위해 인생의 강물을 거스르려 아등바등한다.


물론 같은 자리에 있으면 안정감이 든다. 늘 그곳에서 헤엄치며 살았으니 익숙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생의 강물을 거스르려는 투쟁이다. 어느 날 물살이 너무 거세면 결국 휩쓸려 자신을 잃는다. 번아웃이 오거나 너무 버겁다는 기분이 드는 시기가 있지 않았는가?


변할 수 있고 항상 변하는 자신의 본성을 인정하면 강물과 함께 떠내려갈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기분 좋게 물살을 즐기고, 폭풍이 휘몰아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서 유연하게 위험을 피해간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과거에서 발견하는 것은 살아 있지 않다. 죽은 기억일 뿐이다. 그것은 당신이 아니다. 불과 몇 분만 흘러도 당신은 이전과 다른 사람이다. 그사이 새로운 신경 연결이 생겨났다. 당신은 2년 전의 그 삶이 아닌 것이다.


변화하는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역동적인 정신, 역동적인 ‘나’를 인정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 탐구 여정이 이해의 지적 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풀다 보면 언젠가 이해되는 수학 방정식이 아니다. 인생을 진실로 이해하려면 직접 몸으로 겪어야 한다.


‘자신을 진실로 탐구한 적이 있는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기감정을 쫓아본 적이 있는가? 슬픔과 불안을 솔직하게 따른 적이 있는가? 분별하고 단죄하면 그동안 살면서 배운 생각을 되풀이할 뿐이다. 분별없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이 순간을 발견하는 정신을 키워야 한다.


나는 옛 친구를 만날 때마다 호기심에 불탄다. 그동안 내가 워낙 큰 변화를 겪었기에 대부분의 친구는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그들의 머리에는 여전히 나의 옛 이미지가 박혀 있어서 나를 새롭게 알기보다는 예전의 이미지를 되찾으려 애쓴다.


뇌는 자동으로 우리 관념에 맞는 측면을 인지하려 한다. 따라서 지금 상대가 어떠한지를 잘 보지 못한다. 친한 사이일수록 편향은 더 두드러진다. 배우자, 부모, 자신은 있는 그대로 보기가 무척 힘들다.


우리는 세상과 자신에 관한 수백만 가지 생각과 의견을 품고 산다. 과거의 관념을 버리고 자신과 세상을 새로이 알아가자는 결심은 어쩌면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얻을 것이 많다. 이렇듯 늘 새롭게 경험하는 정신이 바로 깨인 정신이다.


‘참 나’를 깨달으려면 해묵은 패턴을 부수어야 한다. 그러자면 호기심 많은 맑고 청명한 정신이 필요하다.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아이처럼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나를 모르기에 타인의 생각대로 살아온 나날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미지가 있다. 될 수는 없더라도, 자신이 어떤 사람일 수 있을지에 대한 희미한 관념이다. 이런 자아상은 각인과 가치관, 살아오면서 형성된 장단점 등 여러 요인에 좌우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관찰과 자기 판단이 아니라 주변의 피드백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자아상의 핵심은 타인이 우리에게 미친 작용이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자아상을 만든다. 부모가 어떤 행동을 칭찬하면 당신 머리에 그 행동이 각인된다. 당신은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여 황금 불상에 진흙을 바르듯 자기 둘레에 이미지를 덕지덕지 갖다 붙인다.


* 당신의 자아상

몇 분만 시간을 내어서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보자. 당신은 다혈질인가? 야망이 넘치는 사람인가? 마음이 넓은가? 머리가 좋은가? 예민한가? 인터넷에서 성격 리스트를 검색해서 테스트를 해보자.


일단 자아상이 확립되면 우리는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야망에 불탄다. 또 어떤 사람은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이라는 믿음에 금이 갈까 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는다. 완벽주의자의 탈을 쓰고서 자신을 몰아세우는 사람도 있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틀에 갇혀 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당신은 당신의 성격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성격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명상을 시작하면 성격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믿는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깨달음을 얻은 선사들은 하나 같이 명랑하고 쾌활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집착하지 않는다. 당신 역시 자신의 모든 능력과 성격을 활용할 수 있다. 실현할 수 있고 그것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지만. 필요치 않거나 고통스럽다면 단숨에 버릴 수도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기에 우리는 온갖 것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나를 아예 그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성격과 더불어 역할, 재산, 외모, 신분, 업적, 직업, 역사 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다. 수많은 사람이 그릇된 동일시로 자신을 잃고, 심지어 그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정말로 많은 사람이 황금 불상을 덮은 진흙처럼 그릇된 동일시로 자신을 가린다.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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