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1월 2주차

BOOK SUMMARY
 인문 

제너레이션 : 세대란 무엇인가

저자 진 트웬지 (지은이), 이정민 (옮긴이)
출판 매일경제신문사
출간 2023.12
사일런트, 베이비붐, X, 밀레니얼, Z, 알파 세대,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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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 세대란 무엇인가


세대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무엇이 세대 간 차이를 초래하는가?

그렇다면 생활 문화에 변화가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 즉, 세대 간 차이가 나타나는 근원은 무엇일까? 답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일상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여야 한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기술이다.


기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물론, 생각하고 행동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다. 전쟁, 팬데믹과 경제 상황이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것과 달리 기술 변화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가령 시청 방식이 TV에서 스트리밍 비디오로 바뀐 것처럼 체제가 달라질 순 있지만 크게 봤을 때 기술은 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더 쉽고 빠른 방식, 더 편리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기술, 그리고 기술이 문화, 행동과 태도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세대의 오랜 주기가 깨지고 참신한 뭔가가 나타났다. ‘세대의 기술 모형(Technology Model of Generations)’이라고 부르는 이 모델은 현대 사회를 위한 새로운 세대 이론이다.


세대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가?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 ‘언제나’ 불만이라는 인식은 어떤가? 이는 세대 차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로 자주 사용된다. 사람들이 50년 전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데 젊은 세대가 어떻게 ‘마냥 수용적일 수’ 있을까?


세대를 주제로 강의할 때 항상 받는 질문이 ‘누구 책임’이냐는 것이다. 그들은 ‘젊은 세대가 이만한 권리를 누리는 게 누구 덕분인가?’ 혹은 ‘우리 책임으로 돌리지 마라. 베이비붐 세대가 다 망쳤다’라고 말한다. 온라인상이나 책에서 세대 차이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도 있다. 가령 밀레니얼 세대인 질 필리포빅은 “‘오케이 부머’라는 말은 단순히 건방진 모욕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문제의 대다수를 초래한 이들이 정작 그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는 것을 두고 우리가 겪는 좌절감을 짧게 표현한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고 흐름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세대와 관련해 나타나는 모든 변화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것도 많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나쁜 결과를 베이비붐 세대의 ‘잘못’으로 돌린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좋은 결과 역시 베이비붐 세대의 공로로 돌려야 하는가? 또 세대 변화에 기술과 같은 요인이 단 한 세대에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고, 문화의 대대적 변화와 같은 이하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누구의 ‘책임’인지 설왕설래하는 것은 역효과만 낼 뿐이어서 좋든 나쁘든 트렌드를 이해해야 할 때 불평만 늘어놓게 만든다.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지면 각 세대는 즉각 “누가 먼저 시작했나”를 두고 치고받고 싸우는 형제자매가 된다. 이렇게 세대를 가족에 빗댄 비유는 2020년대에 꽤 유행했다. 사일런트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힘센 형들이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에너지 넘치지만 잘 이해받지 못하는 막둥이다. 그리고 사이에 낀 X세대는 그냥 잊힐 때가 많다.


또 다른 의문은 이 같은 세대 차이가 미국 이외의 국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하는 문제다. 이 책은 미국의 각 세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여기서 설명하는 문화적 변화의 대다수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가령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산업 국가에서 거의 같은 무렵 출시되지 않았는가? 이를 감안할 때 만약 세대 차이의 원인이 스마트폰이라면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한 여러 국가에서는 동일한 패턴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다른 문화적 영향도 있겠지만 말이다.



사일런트 세대(1925~1945년 출생)

사일런트 세대가 태어난 1920~1940년대 중반은 변화의 열기가 들끓던 격변의 시대였다. 이들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의 삶을 경험한 세대다. 직전의 GI세대가 성인일 때 이들 사건을 경험한 것과 달리 사일런트 세대는 그때 어린이나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엔 다들 너무 어렸기 때문에 이전 세대와는 경험에 차이가 생겼다. 사일런트 세대는 대공황과 2차 대전이라는 20세기 중반의 대격변으로 번영과 평화가 기본값이 아니던 시대에 성장기를 보냈고 거기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심지어 1940년대 초 태어난 후기 사일런트 세대조차 폭격 속에서 배급식량으로 연명하던 시기, 그리고 1950년대 전후 경제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하던 시기를 모두 지내며 두 기억이 뒤섞인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평등 혁명: 민권의 선구자들

LSD부터 화려한 옷차림에 이르는 60년대 반문화의 상당 부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당대 유산 중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 한 가지 있으니 바로 평등권의 진전이다. 민권 운동, 페미니즘 운동, 동성애자 권리 운동은 미국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요소로서 대부분 사일런트 세대가 20~30대이던 1963~1970년이라는 7년 사이에 촉발되었다.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기술의 변화였다. 전후 시대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개인주의가 강화되었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타인의 관점과 경험을 엿볼 수 있게 되었고, 항공기가 등장하고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세계가 더욱 가까워졌다. 산업의 중심이 육체노동에서 지식노동으로 옮겨감에 따라 여성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열렸다. 인종, 성별과 성적 지향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던 옛 사회규범 체계 대신 개인의 권리가 차츰 더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1960년대 초반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분리되었고, 여성은 법, 의학, 공학 관련 직업에서 노골적 차별대우를 받았으며 사람들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체포될 수 있었다. 그런데 1970년 무렵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우리 사회에 가장 깊이 뿌리내린 신념, 즉, 모든 이는 평등하다는 명제가 법제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신념이 개인주의 문화의 핵심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1963년 당시 18~38세였던 사일런트 세대는 옛 체제에서 성인기를 보낸 마지막 세대이자 성인이 된 이후 새로운 체제를 경험한 최초의 세대다. 이들은 두 개의 세계에 한 발씩 담근 채 혁신을 이끎으로써 특히 인종, 성별과 성적 지향에 있어서의 평등이라는 현대적 비전을 창조했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

베이비붐 세대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거대 세대이기 때문에 명확히 규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한 가지 원인은 규모다. 베이비 붐 세대의 3분의 1만 되어도 그 수가 상당한 만큼 이 세대는 아무리 소수 집단이라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심지어 직접 일으킨 정치, 사회적 변화마저 뒤집기를 일삼았다. 그들이 소위 카멜레온 세대로 불리는 건 어쩌면 이 때문일 수 있다. 일부 신념과 행동을 평생토록 고수하는 한편 타인에게 손바닥 뒤집듯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베이비붐 세대가 유일하다. 1960년대에 히피족이었다가 1980년대에 여피족이 된 베이비붐 세대는 1990년대 들어 자신의 선택에 새삼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이 1960년대의 클래식 비틀을 1998년 새로 출시하면서 단언했듯 “1980년대에 당신의 영혼을 팔아 버렸다면 지금이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의 핵심에 베이비붐 세대의 개인주의가 존재한다. 이들은 낡은 선입견을 광범위하게 거부할 뿐 아니라 개인의 선택을 가장 중시한다. 예를 들어, 이전 세대는 징병제에 의문을 거의 제기하지 않았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베트남전쟁에 동원되기를 거부하면서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의사에 반하는 군 복무도 시민은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 통념이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이들의 가치에 위배되었던 것이다. 베트남전쟁의 명분이 애매한 것도 한 가지 이유였는데 한국전쟁 역시 비슷한 반공주의 명분으로 벌어졌지만 대규모 파견반대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거센 압박에 밀려 결국 1970년대 무렵 모병제를 도입했다.


이처럼 선택을 중시하게 된 배경에는 기술이 있다. 이전 세대의 청년은 사회적 표준을 공동체 어른으로부터 배운 데 비해 베이비붐 세대의 아이들은 사상 최초로 TV를 통해 동네 밖 세상을 경험했다. 덕분에 그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960년에 출시된 피임약 같은 신기술은 더욱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여성은 이제 임신 걱정 없이 성관계를 즐겼다. 의료기술, 노동력을 절감해주는 가전제품과 컴퓨터 등 여러 기술이 베이비붐 세대의 전 생애에 걸쳐 발달했다. 이 여러 기술로 사람들은 대개 건강해지고 허드렛일도 줄어 좀 더 자신의 욕구에 집중하고 한층 독립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서도 자신의 견해와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추게 된 건 이처럼 기술과 개인주의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덕분에 이들은 타인을 더욱 폭넓게 수용하면서도 자신을 가장 중시하는 양면성을 갖게 되었다.


현대 개인주의의 빅뱅: 자기중심적 특성

베이비붐 세대의 개인주의는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앞에서 설명한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이는 GI세대와 초기 사일런트 세대의 집단주의적 사회규범이 1960년대 들어 거부된 현상에서 엿볼 수 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개인주의에 기존과 다른 색깔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자기충만, 깨달음과 영성을 추구하는 등 내면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피플’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60년대에 우리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면 70년대에는 나 자신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 변화를 실시간으로 인지했다. 1960년대 말 가장 뜨겁게 일어났던 대학 내 시위가 1973년 봄에는 왜 시들해졌는지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베트남전쟁이 흐지부지되어서가 아니라, 사회보다는 자신의 변화를 더 중시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답이 더 많이 나왔다. 자기계발서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베이비붐 세대와 사일런트 세대는 ‘에르하르트 세미나 트레이닝’처럼 의식을 고양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수업에 등록했다. 또 사이키델릭한 느낌의 강렬한 색상이 유행함에 따라 오렌지색 홀터 드레스와 플랫폼 슈즈 또는 넓은 옷깃이 달린 아보카도 그린 색상의 레저 슈트가 인기를 끌었다. 마치 톰 울프가 말한 ‘내면으로의 항해’에 온 나라가 다 함께 나선 듯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대체 의학, 동양의 영성, 그리고 자기 응시라는 다국적 조합에 새롭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개인주의는 개인의 감정, 자기표현, 자신감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저는 좀 더 고귀한 소명의 인도를 받고 있어요. 그건 목소리라기보다는 느낌이죠. 제가 느끼기에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요.” 1988년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다. 당시 윈프리는 특유의 공감 능력과 거침없는 솔직함,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자기표현과 열린 태도 덕분에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토크쇼 진행자로 등극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공개석상에서 우울증, 성관계나 가정 폭력 같은 이야기는 할 수 없다는 이전의 통념을 버리고 어떤 주제든 함께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관점을 개척했다. ‘타임’의 기사에 따르면 오프라는 솔직하게 말하고 나자 ‘자신에 대해 깊은 편안함’을 느꼈고 이는 수많은 베이비붐 세대도 마찬가지였다.



X세대(1965~1979년 출생)

X세대의 인생 주기는 기술, 개인주의와 슬로우라이프 전략이 각기 활짝 피어난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TV가 생긴 이후에 태어났고,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개발되던 시점에 성인이 되었으며, 어른으로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한때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기술 지식이 풍부하다고 자부했지만 부모가 된 이후 틱톡처럼 듣도 보도 못한 플랫폼에 빠져 사는 Z세대 자녀를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자녀가 자신들처럼 현실 세계의 문제에 휘말리는 게 낫지 않을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X세대는 개인주의가 단순히 1950년대의 전통을 거부하는 형태에서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집중하는 형태로 전환되던 시기에 성장했다. 그 결과 60년대 이후의 고도로 발전한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경험한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 X세대는 삶의 궤적도 들쑥날쑥했다. 청소년기를 일찌감치 강력하게 맞이하면서 유년기는 짧게 끝나는 등 인생 초기엔 패스트라이프를 경험하는 듯했지만 나중에는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다른 세대보다 훨씬 길게 보내며 슬로우라이프를 살았다. 심지어 40살이 훌쩍 넘어서도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낡은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고수하는 등 중장년이 될 때까지 슬로우라이프의 궤도를 이어갔다.


X세대는 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2020년대에 성인인 다섯 세대를 살펴보자. 노년층인 사일런트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청년층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그 사이에 X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비유적으로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족에서 둘째가 그런 것처럼 모두가 X세대의 존재는 잊어버린다. 2019년 CBS 뉴스에서 세대에 대한 방송을 했을 때 X세대는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마치 X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의 출생 연도를 아무렇지 않게 건너뛰어 버린 것이다. 온갖 기사와 소셜미디어에서도 주기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지만 그 사이에 또 다른 세대도 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대에 베이비붐 세대가 빠른 속도로 은퇴하면서 생기는 지도층 공백을 X세대가 메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한시라도 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인함, 냉소주의, 부정적 태도

세대는 보통 해당 집단이 청년기에 들어선 시대에 따라 규정하고 명명한다. X세대의 경우 그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었다. 1991년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소설 ‘X세대’가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새로운’ 세대를 주목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1960년대의 혼란을 연상시키듯 X세대는 1990년대 초반의 암울한 현실, 그리고 우울한 분위기의 대중문화로 규정되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X세대를 비롯한 나라 전체가 당시의 불안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1990년대 초반 미국을 휩쓸었던 어두운 대중문화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X세대의 상징으로 남았다.

1980년대의 대중음악은 쉽고 밝았다.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 그리고 발랄한 비트로 누구든 따라 부르게 만드는 릭 애슬리의 ‘네버 고너 기브 유 업’이 나온 게 바로 이때다. 1980년대의 X세대 관객을 겨냥한 존 휴즈의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 ‘조찬 클럽’, ‘페리스의 해방’, ‘핑크빛 연인’ 등 여러 영화들은 철없는 10대 시절을 다루는 한편 해피엔딩으로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1991년 후반~1992년 초반, 시애틀에서 새로운 사운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X세대라면 이름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밴드 너바나, 펄 잼, 사운드가든과 푸 파이터스였다. 이들의 음악은 처음엔 너무 낯설다 보니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틀기를 거부해 결국 ‘얼터너티브록’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어딜 가나 얼터너티브록이 울려퍼졌고 플란넬 셔츠로 대표되는 북서부 지역의 그런지 스타일도 덩달아 유행했다.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과 펄 잼의 ‘블랙’이 처음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사운드와 가사는 1990년대 초반 자신이 나아갈 길 앞에서 막막하기만 한 청년의 불안을 포착하고 주말엔 그냥 다 잊고 놀자고 이야기했다. 위저의 ‘언던-더 스웨터 송’처럼 말이다. X세대 청년은 이렇게 대중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198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낙관주의에 비하면 한층 우울했다.


1990년대 대중문화의 거칠고 비관적인 분위기가 당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시대의 문제를 반영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1980년대의 좋은 시절이 지나고 1990년대 초반,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면서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한편, 그렇지 않아도 냉소적이었던 태도는 더욱 강화되었다. 1970년대부터 증가세였던 폭력 범죄도 1990년대 초반 들어 극단적 수준으로까지 치달았다. 차량 탈취, 강간, 살인, 총격 등 모든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크랙 전염병이 확산되고 총기 범죄 역시 늘면서 밤에 도시의 거리를 걷다 혹시 강도라도 당할까 무섭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1980~1990년대의 폭력 범죄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급증세를 기록했고 이후 지금까지 그 놀라운 수치는 재현되지 않고 있다. 공포에 질린 사일런트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당대의 청년층 X세대를 비난했다. 사일런트 세대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라즈베리는 X세대를 가리켜 ‘동물의 세대’라고 했고 다른 이들은 ‘슈퍼 포식자’라고 불렀다. 1988년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역의 소년원에 자리가 없다고 보도했다. 법원이 어떻게든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청소년을 성인으로 기소하기 시작했다. 감옥 인구가 빠르게 늘어갔다.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 출생)

“밀레니얼 세대는 다양하게 부를 수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들은 ‘킬러’다.”. 냅킨부터 아침 시리얼, 결혼에 이르는 모든 걸 밀레니얼 세대가 “죽였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회자되자 인터넷 언론사 ‘마샤블’이 농담조로 선포했다. 기사 제목은 이랬다. ‘부고: 밀레니얼 세대가 죽인 70가지를 소개합니다. 거의 다예요!’


밀레니얼 세대가 전부 죽였다는 건 분명 과장이지만 이 세대가 다른 면을 가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들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는 원하면 얼마든지 피임이 가능하고 낙태도 합법인 시대에 태어난 만큼 미국 역사상 가장 계획적이고 자발적으로 출산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낙관주의가 지배적이던 시대에 성장해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개인주의를 X세대가 공기처럼 당연한 전제로 바꿨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그 강도를 높였다. 개인의 자아는 그냥 중요한 게 아니라 최고로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거의 항상 정말 멋지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 만들어낸 관점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 성장기 당시의 문화가 자기중심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자신감까지 주입했다. 자라나는 밀레니얼 세대는 강력한 경제부터 컴퓨터 혁명, 냉전 종식에 이르기까지 희망이 샘솟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다. 물론 궂은일도 있었다.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었던 1990년대는 2001년 9/11 사태와 함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는 이내 다시 일어나 2000년대 중반에는 경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켰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학에 입학하고 직장에 입사해 만난 교수와 관리자는 그들의 자신감에 기특함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꼈다. 자신들은 젊은 시절 그토록 확신에 차 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08년 경기 침체가 닥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낙관주의도 주택 시장의 거품과 함께 꺼져버렸다. 한때 밀레니얼 세대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들의 조급한 야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 그들이 무너진 경제의 폐허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가 관건이었다. 각종 기사와 온라인 게시판은 밀레니얼 세대가 과연 집은 보유할 수 있을지, 부모 세대만큼은 살 수 있을지 혹은 부업은 그만둘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로 들끓었다. 2012년 이후 경제가 호전되던 시기에도 밀레니얼 세대의 암울한 경제 상황은 여전히 화두였다. 오죽하면 이 화두는 밀레니얼 세대 작가가 자신들을 주제로 쓴 첫 번째 논픽션 분야 책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가 자녀를 적게 낳고 훨씬 애지중지하며 키웠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X세대에 이어 다시 한번 슬로우라이프 전략에 따라 길고 느린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부모의 선택으로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유년기에 ‘육아하다’는 동사가 탄생할 만큼 열정적인 돌봄을 받았다. 육아를 평가와 경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부모들은 글로벌 경쟁과 소득 불평등 시대를 맞아 자녀들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에 집착했다. 따라서 X세대가 경험한 방치 육아는 퇴장하고, 감독과 가이드가 필수인 ‘헬리콥터’ 혹은 ‘온실’ 육아가 등장했다. 이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겼다. 돈벌이, 공과금 납부, 빨래 등 지겹지만 해야만 하는 활동들을 가리켜 ‘어른 노릇(adulting)’이라고 하는 밀레니얼 세대 신조어도 탄생했다. 2020년 버즈피드는 치실 사용, 개 산책, 공과금 정시 납부 등의 어른 노릇 ‘칭찬 배지’를 광고했다. 어른 노릇이 힘들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Z세대(1995~2012년 출생)

이 세대는 직전 세대가 한때 Y세대로 불렸다는 이유로 대개 Z세대라고 불린다. 하지만 1980~1994년에 태어난 Y세대는 이제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게 더 일반적이다. Z세대라는 표현은 결국 옛날 명칭에서 파생됐지만 그럼에도 2020년대 들어 널리 통용되고 있다. 나는 스마트폰 시대에 청소년기 전체를 보낸 첫 세대라는 데 착안해 i세대(iGen)라는 명칭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다른 명칭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해서 많은 이들이 수업 또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상 채팅 플랫폼 줌(Zoom)에서 기인한 줌 세대(Zoomers)가 있다.


어떤 명칭으로 불리는 이들은 다르다. Z세대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만큼 ‘현실 세계’보다는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사회적 교류를 한다. 초기 Z세대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 유년기를, 경제는 급성장하고 정치 분열은 심화되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청년기를 보낸 데 비해 후기 Z세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이전의 세상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온라인 학습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2012년에 태어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20년 3월 당시 7~8살이었던 Z세대 막내들은 코로나 없는 세상을 기억할 마지막 연령군이다. 팬데믹의 엄청난 영향을 고려하면 2012년을 Z세대의 끝지점으로 봐야 적절할 것이다. 2017년, Z세대에 관해 펴낸 저서 ‘#i세대’에서 나는 1995년생부터를 Z세대로 분류했다. 몇 년 후 퓨 리서치 센터에서는 1997년생부터 Z세대로 본다고 발표했지만 나는 2011~2013년 사이 10대들에게 급격한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해 1995년을 고수하기로 한다.


Z세대는 역사를 통틀어 인종적, 민족적으로 가장 다양한 세대다. 흑인,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뿐 아니라 복합인종의 인구 역시 이전 어느 세대보다 많다. Z세대는 미국에서 특정 인종 집단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의 다양성에도 전례 없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세대다. 이전의 많은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머리카락을 무지개색으로 염색하는 건 물론, 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틱톡, 스냅챗 등과 같은 기술과 엔비(enby), 범성애자 등과 같은 언어를 사용해 기성세대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Z세대의 개성은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젠더에 대해서는 폭넓은 인식을 표현하고 받아들이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면도 드러낸다. 최근 온라인 및 대면 조사를 통해 획득한 단어 7,000만 개중 16~25세가 쓰는 언어와 그보다 높은 연령대에서 쓰는 언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Z세대는 계급, 지위, 국가, 종교, 영적이라는 단어를 덜 사용하는 데 반해 스트레스가 많은, 공감할 수 있는, 성 정체성, 자유로운, 진실한, 정직한, 가짜, 취소, 유령, 차단, 한패(squad)라는 단어는 더 많이 사용했다. Z세대는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진정성을 중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며 젠더 규범을 확장하는 한편 심리적 불안정을 겪는다. 2020년대 들어 청년층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Z세대는 우리의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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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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