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4주차

BOOK SUMMARY
 인문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저자 김학진 (지은이)
출판 갈매나무
출간 2023.09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뇌과학자의 자기감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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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자기감의 생물학적 기원

‘고무손 착시’가 주는 낯선 혼돈

인간의 아기도 거울검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는데,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달리 인간은 언어로 경험을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자기 인식 능력 연구는 훨씬 더 정교한 수준까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자기’를 다른 개체와 구분할까?


‘고무손 착시(rubber hand illusion)’라는 흥미로운 심리학 실험이 있다. 진짜 손처럼 생긴 고무손을 실험 참가자의 눈앞에 제시하고, 참가자의 실제 손은 참가자 스스로 보지 못하도록 가림막이나 천으로 가린다. 그러고는 실험자가 참가자의 실제 손과 고무손의 같은 위치를 붓으로 동시에 쓰다듬기를 반복하면 참가자는 눈앞의 고무손을 자기 신체 일부로 실감하는 착각을 경험한다. 어떤 고무손 착시 시연 영상에서는 붓으로 착시를 유발한 후 실험자가 고무손을 망치로 내려치는데, 이때 참가자가 자신의 실제 손을 망치로 가격당한 듯 소스라치게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고무손 착시는 착시를 유발하는 처치가 매우 간단한 반면에 경험은 아주 강력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오랜 세월 안정적으로 만들어 다듬고 유지해온 나의 신체에 대한 소유 경험, 즉 신체 소유감(body ownership)이 아주 짧은 시간에도 극적으로 변화하는 체험을 일으킨다. 세상에서 절대 불변으로 유일하게 소유하여 귀중한 나의 ‘몸’을 허상에 불과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고무손이 내 몸의 일부가 된 듯한 착각

고무손 착시의 심리학적·뇌과학적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현재까지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들이 자기 인식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 조건인 신체소유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발전한 자기 인식에 관한 최신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은 다양한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과 밀접히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여기서 말하는 ‘감각’을 엄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각이란 외부 감각(exteroception), 내부 감각(interoception), 고유 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 등 세 유형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외부 감각이란 신체 외부의 환경에서 오는 감각 정보를 말하며, 내부 감각이란 심장이나 다른 장기처럼 신체 내부의 기관에서 오는 감각 정보를 말한다. 내부 감각은 외부 감각과 달리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데, 외부 감각보다 변화가 크지 않고 대체로 우리가 예측한 상태를 항상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예외의 경우가 있다. 돌진하는 차량에 치일 뻔 한다든지, 남몰래 좋아하는 이성이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든지 하여 심작 박동이 거세게 요동칠 때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고유 수용성 감각이란 주로 근육이나 관절의 수용기로부터 뇌로 전달되는 감각 정보를 말하는데, 몸의 움직임 또는 신체의 공간적 위치나 상태 등을 알려준다. 고유 수용성 감각 덕분에 우리는 눈을 감고도 팔을 움직일 때 이 팔이 머리 위로 갔는지 옆구리로 갔는지 바로바로 그 행방을 알아챌 수 있다. 고유 수용성 감각은 우리가 손의 위치를 매번 포착하며 살아가지 않듯이 내부 감각과 마찬가지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감각의 한 종류로 포함하기도 한다. 어쨌든 내부 감각은 외부 감각보다 의식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져 있는데, 우리 의식 자체가 애초부터 내부 감각보다는 외부 감각에 민감하도록 발달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최신 심리학 이론 중 하나에 따르면, 우리가 외부 세계와 구별되는 자신의 신체를 인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감각 정보의 지각적 경험들 간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이 감각 정보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과 관련된다. 고무손 착시 실험에서 고무손의 검지를 붓으로 문지르면 이 시각 정보가 뇌로 들어가 경험이 이루어지는데, 이와 동시에 실제의 검지도 그에 상응하는 촉각 정보가 뇌로 들어가 경험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시각 정보와 촉각 정보를 각각 동시에 받은 우리 뇌는 ‘동조(synchronization) 현상’이라는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두 지각적 경험을 통합하여 하나의 경험으로 해석한다.


동조 현상은 고무손이라는 객체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 고무손과 실제 손을 문지르는 타이밍, 즉 시각 경험과 촉각 경험이 조금이라도 어긋나 일치하지 않으면 고무손 착시는 발생하지 않는다. 고무손 착시는 서로 다른 감각 정보의 지각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지각적 경험들을 하나로 통합할 때 비로소 신체소유감이 생겨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상관관계를 일시적으로 간단히 조작하기만 해도 신체소유감이 언제든 쉽게 바뀐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우리 뇌는 매 순간 다양한 감각 정보를 수집해서 이 정보들이 하나의 통합된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검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내가 눈앞에 놓인 커피잔으로 손을 뻗어 내 손가락이 커피잔 손잡이에 닿는 시각 경험을 하면, 손가락에서 커피잔 손잡이의 표면이 주는 촉각 정보가 감지되어 시각 정보와 동시에 뇌로 전달되고 하나의 통합된 지각적 경험이 이루어진다. 이런 경험은 내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나의 신체와 환경 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며 통제한다고 느끼게 하며, 바로 자기감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자존감은 뇌과학이다

자존감,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힘

주변 사람의 기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행동을 나의 통제 아래 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그 정보를 토대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행동하도록 만들고 그들에 대한 내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 터이다. 이처럼 주변의 물리적 환경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추정치가 ‘자기감’이라면, 주변 타인들이라는 사회적 환경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주관적 추정치를 ‘자존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정의는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자존감의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자존감이라는 용어는 개인이 외부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기에 대해 갖는 가치 판단을 가리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자신이 얼마나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존감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의미하므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와는 무관하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가 나를 보는 시각이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각과 완전히 무관할 수 있을까?


우리 뇌 속의 ‘사회적 계량기’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을 가리킨다는 최근 연구가 많이 있지만, 여기에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내 생각은 반영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 속에는 일종의 ‘사회적 계량기(sociometer)’라 불리는 장치가 있어서 주변 타인이 나에게 보내는 수용 혹은 배제의 사회적 단서들을 끊임없이 탐지하고 모니터링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적 계량기를 통해 수집된 사회적 단서를 토대로 자존감은 매 순간 수정된다. 다만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나의 인식은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나므로, 내 자존감이 결국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나의 인식과 관련 있음을 알아차리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즉 자기 보고에 의존한 자존감 연구는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자존감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가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줄 수 있다.


사실 뇌가 자기감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알로스테시스 과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신체 항상성 유지라는 생명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신체 항상성 유지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과 마주칠 때, 뇌는 위협을 느끼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뇌의 노력은 자존감이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문내측 전전두피질을 중심으로 한 신경 회로는 신체 항상성 조절을 위한 반사 회로(reflect circuit)의 설정값을 조정하는 알로스테시스 조절 회로라고 말할 수 있다. 신체 항상성의 예측과 유지를 위한 알로스테시스 조절의 정교화 과정을 통해, 우리 신체 반응은 외부에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환경의 압력과 요구에 따라 조각되어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자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기는 신체와 환경 혹은 나와 타인 간의 관계를 통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또한 자기라는 개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신체 상태와 외부 환경 간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유동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생 동안 내 모든 행동은 신체를 세상이라는 외부 환경에 끼워 맞추는 과정의 반복이며, 자기는 이 과정을 통해 생성되고 변화한다. 이 자기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외부 환경의 제약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내부 신체의 요구 신호가 과도할 때 불균형은 발생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와 인정받기 어려운 조건이 만났을 때, 안정된 균형점으로부터 멀어진 이러한 순간이 자존감 불균형 상태인 셈이다.



우리가 자존감 불균형에 이끌리는 이유

예측을 원하지만 예측이 깨질 때 느끼는 쾌감

무한과 혼돈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뇌는 끊임없이 범주를 만들어가는 전략으로 맞섰다.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은 바로 범주화하기 쉬운 대상은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대상은 혐오하는 차별이다. 혼돈의 세계에 범주들을 부여함으로써 새롭게 질서를 만들어가는 뇌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 같다. 그 증거로, 태어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아기들조차 얼굴을 닮은 시각 자극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심지어 매력적인 얼굴을 더 오래 본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생존을 목표로 만들어낸 범주에 더 가까운 대상을 선호한다는 주장을 ‘유창성 가설’이라 부른다. 이 가설은 우월 유전자 가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더 논리적으로 설명해줘서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런데 유창성 가설에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유창성이 증가한다고 해서 선호도가 항상 균일하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선호도가 증가하다가 최적의 수준 이후부터는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오히려 선호도가 감소한다. 이를 ‘벌린의 뒤집힌 U현상(Berlyne’s inverted-U phenomenon)‘이라 부른다. 이 곡선에서 최적 수준의 왼쪽 부분, 즉 복잡성이 최적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선호도가 증가하는데 이 현상은 유창성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왜 사람들은 최적의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더 복잡한 자극을 선호할까? 유창성 이론과 이 현상 간의 불일치를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벌린의 뒤집힌 U현상

우리는 예측에 끌리지만 예측이 깨졌을 때 오히려 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 뇌가 기존의 예측을 깨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찾고, 찾아낸 것을 다시 예측에 통합하려는 경향성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향성은 왜 생겨날까? 아마도 이때 우리 뇌는 자신의 예측 능력을 좀 더 향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 뇌는 단순히 무언가를 예측할 수 있을 때가 아니라 기존의 예측 모형이 깨지고 이전보다 더 정교하게 예측력을 높일 수 있을 때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쾌감은 우리로 하여금 미래의 보상을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찾아 움직이는 데 주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쾌감의 주요 기능은 보상 예측력을 높이는 것이다. 최적 수준 지점의 자극은 미래의 보상을 예측하는 데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최적의 효율적인 정보이므로 가장 높은 보상가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벌린의 뒤집힌 U현상은 우리의 제한된 보상 예측 능력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뇌는 최대 용량, 즉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보상 예측 능력을 높이려고 노력하며, 이 시점을 넘어 추가되는 복잡성에는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러한 원리는 확고한 시각적 고정관념이 깨질 때마다 미적 쾌감을 강하게 느끼는 이유를 설명해줄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마르셀 뒤샹의 유명한 작품 ‘분수(Fountain)’이다. 기성품 소변기에 사인하고 ‘분수’라 이름 붙여 전시회에 출품한 이 파격적인 작품으로 당시 예술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뒤샹은 너무 익숙한 주변 사물에서 새로운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바로 예술적 실천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믿음은 신경과학적 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의 가장 근본적 기능이란 고정관념과 사고의 틀을 깨뜨려 인간의 정신이나 마음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익숙함과 새로움 간의 딜레마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항상 좋은 일일까? 벌린의 뒤집힌 U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최대 정보 처리 능력을 넘어서는 범위에서도 고정관념과 사고의 틀이 깨지는 것을 꺼려한다. 여행자의 딜레마를 예로 들어 이해를 돕자면, 낯선 곳으로 여행을 계획할 때는 여행하는 동안 매일 새로운 것을 하려고 마음먹는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장소를 구경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여행 첫날 하루 종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나면 급격히 피곤해지고 이런 피곤은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여행 둘째 날에는 한국 식당 또는 한국에서도 자주 찾았던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같은 익숙한 것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둘째 날을 모두 익숙한 것들로만 채우고 나면 이튿날부터 다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차오르고 계획을 바꾼다. 이처럼 새로움과 익숙함의 순환은 여행 기간 내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함과 새로움 간의 딜레마는 어쩌면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뇌에는 상반된 기능으로 경쟁하는 두 가지 신경 회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안정성이나 익숙함을 추구하는 신경 회로, 또 하나는 가소성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경 회로다. 최고의 여행 경험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의 신중한 균형에서 비롯하듯이 일상의 만족도 역시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의 신중한 균형이 필요하다. 둘 사이의 최적의 균형은 건강한 두뇌를 유지하는 전략으로도 중요하다.



뇌는 어떻게, 왜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나쁜 감정과 서툰 감정의 뇌과학

지금까지 심리학과 뇌과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런데 유달리 감정에 대한 해석은 과학보다 주로 인문학과 예술 영역에서 중점적으로 다룬다. 감정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는 사실 지금껏 다른 분야에서 밝힌 실용적 지침들과 전혀 다른 지침을 새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러한 실용적 지침의 과학적 근거를 객관적으로 더 명확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예를 들어,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고 서툰 감정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감정 조절 관련 자기계발서가 있다. 이 말은 자기혐오 같은 감정으로 괴로워하는 많은 이에게 그 감정을 부정하기보다는 직시하도록 하는 조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모호해서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소지가 다분하다. 뇌과학은 이런 주장에 과학적 이해를 보태어 모호성을 줄여준다.


감정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불균형이 발생했음을 알려주고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한 해소법을 찾도록 알려주는 신호하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불균형 해소는 좋은 방식과 나쁜 방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균형의 원인을 파악하기 전에 정확하지 않지만 익숙한 대응으로 불균형을 일단 해소하는 방식이 있고, 시간이 걸려도 일단 원인부터 파악한 후 그에 따라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이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자기계발서의 주장을 뇌과학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다만 나쁜 감정 해소 방식이 있을 뿐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의 기저에는 공통적인 감정이 숨어 있다. 바로 인정 욕구다. 어쩌면 인간이 자기 아닌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욕구 그 자체가 인정 욕구로부터 비롯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 나쁜 감정이란 없듯이 인정 욕구 또한 나쁘지 않다. 나에게 이롭지 않은 나쁜 해소 방식이 있을 뿐이다.


나쁘다고 규정한 감정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무의식에 숨겨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든 감정은 생겨난 원인이 분명히 존재해서 원인을 찾아 해소하지 않으면 그 감정을 딛고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잃게 마련이다. 인정 욕구를 느끼는 순간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 욕구를 알아차려야 정확히 파악하여 더 이로운 욕구 충족 방식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감정을 경험할 때 그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훈련을 통해 점차 향상될 수 있다.


자기 감정 인식을 위한 훈련은 평생 동안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나이들수록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훈련이자 점점 어려워지는 훈련이다. 모든 훈련이 그렇듯이 일찍 시작할수록 나이 들어 덜 어렵게 효과를 거두며 지속할 수 있다. 자기 감정 인식 훈련을 통해 내가 얻는 성과는 바로 감정 리스트의 확장이다. 감정 리스트는 신체와 뇌간의 소통 장애가 발생할 때 해소할 수 있는 일종의 매뉴얼이다. 감정 리스트가 확장하고 풍부해진다는 것은 뇌와 신체 간에 벌어지는 다양한 소통 장애에 대응할 정교한 매뉴얼을 갖춘다는 말이다.


인정 욕구를 마주할 용기

아마 인정 욕구는 수많은 감정 중에서 가장 인식하기 어렵고 가장 인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사회화가 시작되면 끊임없이 감추도록 교육받고 훈련받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인정 욕구를 버리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나 한평생 키운 인정 욕구는 결코 쉽게 무시할 수도, 억누를 수도 없다. 억누르려 들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튀어나오는 인정 욕구에 실망하고, 자신을 혐오하거나 원인과 분노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정 욕구를 감추고 억누르기보다는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 욕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요인이 자극했는지 파악해보려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인색한 누군가를 너무나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알아채면 내가 타인에게 이기적인 사람으로 인식될까 봐 몹시 불안해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또 내가 잘난 척하는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을 스스로 알아채면 과거에 그와 유사한 행동을 했던 자신에게 실망하고 혐오감을 느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당시 내가 왜 잘난 척하고 싶었는지 찬찬히 떠올려 깊이 이해해보면 지금 잘난 척하는 상대방을 향한 부정적 감정이 누그러지기도 한다. 내가 과거에 감정을 어떻게 해소했느냐에 따라 지금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인을 향하는 나의 강한 감정은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있다. 누군가를 유난히 싫어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그 감정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정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나의 불균형을 키웠던 감정의 원인을 찾아 해소하고 타인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나의 감정이 반응하는 상황과 대상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나의 가치관과도 조우한다.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나보다 부유한 사람을 볼 때와 나보다 이지적인 사람을 볼 때 누가 더 부러운지 비교해보자. 이지적인 사람을 더 부러워한다면 나는 지성을 갖추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재력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삶을 산다면 이지적인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의 버튼이 쉴 새 없이 눌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 버튼이 눌리는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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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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