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4월 2주차

BOOK SUMMARY
 인문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역:이선주)
출판 현대지성
출간 2023.01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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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인사가 중요한 이유-인사 의례

우리는 왜 인사를 할까?

사회적 동물들은 세 가지 목적을 위해 인사 의례를 점차 발전시켰다. 첫 번째 목적은 가까운 친구들끼리 유대감을 끈끈하게 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환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긴장을 풀고 화해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목적은 대장에게 복종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평화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인사 의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친밀하게 행동하는 의례다. 성공한다면 더욱 특별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인사 의례에서는 서로 간에 믿음을 시험하게 되어 있다. 이 행동을 끝마칠 때쯤 이들은 상대방과 동맹을 맺을 수 있을지 가늠한다.


예를 들어, 하이에나는 인사를 하는 동안 사실상 매우 취약한 부위인 빳빳해진 성기를 내보인다. 하이에나의 사회구조를 연구한 학자들은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나면 신뢰가 더 두터워지고 집단 안에서 동맹을 맺기가 쉬워진다고 말한다. 이들은 다른 무리와 싸우거나 사자들을 물리치는 위기 상황에서 더 견고하게 단결한다.


인사의 본능은 거부할 수 없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을 땐 인사부터 한다. 인사를 하는 주체는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신뢰를 쌓을 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의 호르몬이나 심리 상태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은다. 예를 들어, 코와 입을 맞대는 코끼리의 인사는 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에서 진화했다. 코끼리는 서로의 입에 코를 갖다 대어 다른 코끼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낸다. 먹어도 되는 식물과 먹으면 안 되는 식물을 스스로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몸짓이지만 의례로 자리 잡을 만한 중요한 일이었다. 주둥이를 핥는 늑대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다른 개체가 먹은 것에 관한 정보를 캐내는 행동이었지만, 점차 인사 의례로 발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호르몬 상태에 관한 정보를 얻으면 상대방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악수가 발달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 처음 등장한 악수는 펼친 손을 보여주는 행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을 지니는 이 행동은 그야말로 평화의 상징이었다. 로마 시대의 악수는 팔뚝을 움켜잡는 몸짓으로 변했다. 소매 위에 칼을 감추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은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는데, 아마 숨겨둔 무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한편 18세기 미국에서 퀘이커 교도들은 모든 인사를 악수로 대신했다.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와 무릎을 구부리는 등 계층, 권위, 지위를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현대 프랑스식 볼키스의 역사도 아주 흥미롭다. 원래는 초기 기독교에서 종교의식으로 활용했지만 중세에는 계약을 체결할 때 신뢰를 다짐하는 상징이 되었다. 전염병이 돌면서 그런 관행은 중단되었고 400년 뒤 프랑스혁명이 일어날 때쯤에 되살아났다. 오늘날에도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나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볼키스 인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집단이 발휘하는 힘-집단 의례

집단의 이름으로 삶을 겪어내다

숲속 침팬지들의 사냥 방식을 살펴보면 인간의 사냥 방식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인간 사회의 집단 의례가 사냥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고 믿는다. 진화가 진행 중이던 초기 인류 사회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협력해서 사냥해야 했다. 매머드나 마스토돈처럼 거대한 동물은 창으로만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냥은 고도의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냥을 위해 힘을 합치는 행동은 처음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집단 의례를 치러왔다. 그 증거는 동굴벽화와 고고학 유적지에 영구히 남아 있다. 이런 집단 의례는 종교의식을 행하거나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하거나 제물을 바치는 일과 관련 있거나 계절의 변화를 기념하고 수확을 축하하는 의례나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과 연관된 집단 의례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집단 의례가 집단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인구가 늘면서 혈연관계가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었고, 그런 집단은 정체성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이 발달하면서 이는 영장류 동물에게 아주 유리한 기회가 되었다. 인간의 뇌가 커지고, 문화가 복잡해지고, 언어가 만들어졌다. 지난 몇백만 년 동안 인간의 뇌 크기는 세 배로 커졌다. 인간의 뇌가 급속하게 비대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집단의 규모가 커졌고, 생활에 혁신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학습했고, 문화가 발달했다. 문화는 정교한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를 갖추어 더 풍부해지고 복잡해졌기에 처리해야 할 정보는 더 많아졌다. 이론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려면 뇌가 커져야 했다.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진화는 유인원과는 다른 길로 들어섰다.


따로 떨어진 개체들은 집단 의례에 참여하면서 집단에 대한 충성심을 다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입단식에서 의례의 참석자들은 집단에 몸과 마음을 다하겠다는 맹세를 한다. 이런 의례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에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면서 집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격의 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모든 사회적 동물은 집단생활 자체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 힘을 모아 자식을 함께 돌보고, 지식을 쌓으면서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고, 삶을 사는데 중요한 교훈을 전한다. 인간 사회에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너무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다른 사회적 동물들도 놀라운 의례 광경을 보여준다. 1993년 탄자니아 타란기르 국립공원에 심각한 가뭄이 닥쳤을 때, 나이 많은 암컷이었던 대장 코끼리가 물을 찾아 무리를 안내했다. 그 암컷 코끼리는 35년 전에 이미 가뭄을 겪었고 무리를 안내한 곳은 가족 대대로 물을 찾아낸 장소였다.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 무리 속 새끼 코끼리 사망률은 가뭄을 겪어본 적이 없는 젊은 암컷 코끼리 대장의 무리보다 낮았다. 침팬지는 흰개미 잡는 법을 새끼에게 가르친다. 엄마 침팬지는 특별히 흰개미 잡는 도구를 만들어 새끼 침팬지에게 건네준다. 흰개미를 최대한 모으기 위해 풀의 부드럽고 연한 가지를 붓끝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이누이트족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바다표범, 일각돌고래, 북극곰을 사냥해 살아남는 기술을 손자와 손녀에게 가르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은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에게 지식을 배워서 얻는다. 우리는 이렇게 배운 집단 지식을 활용해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윗세대에게 배운 지식과 집단 지식은 전문적인 과학자들을 통해 공유된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의 바이러스 문제와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지식을 나눈다. 윤리와 평화로운 공존에 관한 지침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집단을 통해 전달된다. 이들은 조화로운 집단생활이 이루어지도록 ‘할아버지의 일곱 가지 가르침’을 후세대에게 전한다. 이 가르침은 겸손, 용기, 정직, 지혜, 진실, 존중, 사랑을 포함한다.



색다른 매력을 뽐내다-구애 의례

상대방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의례

수컷은 구애 의례 때문에 아주 커다란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밝은 색 깃털과 화려한 동작은 포식자의 눈을 쉽게 끈다. 그래서 구애 의례를 행하는 수컷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도 쉽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구애 행동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구애 의례는 어째서 지금도 계속되는 것일까?


다윈의 주장에 따르면, 볼품없는 모양새로 포식자를 피하는 일보다 화려하게 치장해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수컷 공작의 꼬리는 화려하게 진화했다. 다윈은 이런 식으로 성선택 개념을 생각해냈다.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과는 반대로, 암컷이 특별한 특징을 보이는 수컷을 선택하는 행동이 진화를 주도한다는 이론이다. 이 행동은 음식을 얻을 가능성이나 날씨 같은 외적 요인만큼이나 중요하며, 심지어 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암컷이 선택한 수컷의 특징은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새의 구애 의례는 시각과 청각, 후각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개체의 건강 수준이 어떤지 드러내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 구애 의례는 촉각까지 자극한다. 수컷들은 노래하거나 춤추거나 깃털을 뽐내며 자신이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보여준다. 바우어새의 경우 독창성과 예술적인 솜씨까지 자랑하면서 짝짓기 시험을 통과한다.


붉은색은 수컷 새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는 신호다. 수탉의 머리 위의 볏은 붉은색이고, 수컷 타조의 부리와 정강이는 짝짓기 철에 분홍색으로 변한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뛰어난 정력을 의미하므로 수컷은 구애 도중 암컷에게 붉어진 몸을 보여주면서 건강을 증명한다. 발정한 수컷 코끼리도 이와 같은 방식을 활용한다. 붉은색을 보이지는 않지만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냄새를 풍기고 엄청나게 거드럭거린다. 발정한 호르몬 상태를 유지하려면 남성호르몬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와 파나마에 사는 황금색 깃 마나킨의 구애 행동을 잘 정리해놓은 연구 결과물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암컷이 수컷의 의례를 보면서 어떻게 평가를 내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새들은 구애 행동을 할 때 복잡한 동작을 취하고 호르몬을 많이 분비한다. 동작은 빠르고 정확하고 강렬하다. 연구자들은 암컷이 어떤 구애 행동을 선호하는지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러고는 암컷이 수컷의 운동능력을 기준으로 짝을 선택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경과 근육을 능숙하게 이용해 구애 동작을 하려면 정력이 많이 필요하다. 암컷은 수컷의 구애 의례를 관찰하고 수컷이 얼마나 정력이 넘치는지 냉정하게 평가해 짝을 선택한다.


최근에는 구애 의례를 감상하는 암컷 방울깃작은느시의 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의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번식력이 강해지고 더 건강한 새끼를 낳을 수 있게 된다. 어미 새가 품고 있는 알 속으로 새끼의 성장률을 높이는 성분이 분비되기 때문에 새끼 새는 더 건강해진다. 관음증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게 되는 연구 결과다. 신부 들러리 파티를 할 때 라스베이거스에서 성인 쇼를 보는 일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으르렁거리며 전하고 싶은 말-소리 의례

생존을 위해 소리를 활용하는 법

소리는 그것을 내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소리를 내거나 들을 때 사회적 동물에게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소리에 숨겨진 ‘의도’가 생리적 반응에 깊은 영향을 준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를 때처럼 좋은 의도가 담긴 소리가 오갈 때면 두 사람에게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신뢰감을 쌓고 유대를 돈독하게 하기 때문에 ‘관계를 맺어주는 호르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같은 맥락에서 부모가 불러주는 자장가는 아기를 재우는 데 효과적이다.


덤불때까치류(Swamp boubou) 같은 열대지방 새들의 이중창은 놀랍도록 조화롭다. 수컷과 암컷은 한 마리씩 이어서 노래를 부르거나 동시에 노래한다. 수컷의 음색은 종소리 같고, 암컷은 뚝뚝 끊어지는 소리로 운다. 이들의 이중창은 암수의 결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빽빽한 나뭇잎들 사이에서 서로의 위치를 파악해 자신들의 영역을 함께 정할 수 있게 해준다.


수컷의 세레나데는 짝과 결합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 외에도 수컷의 노래는 꽤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은 암컷이 수컷의 노래를 들으면 번식에 필요한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컷 산비둘기가 암컷에게 계속 노래를 불러주면 교미를 하지 않아도 난소의 크기가 평소의 두 배로 커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암컷은 자신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았다. 소리가 난포를 자극하는 것이다. 방울깃작은느시가 구애 의례에서 시각적으로 자극을 받아 번식률이 높아지는 현상과 비슷했다. 잉꼬, 카나리아, 쇠푸른펭귄 같은 다른 새들도 자신의 소리에 자극받았다.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동물들은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세레나데를 부른다.


어떤 동물이 내는 소리는 그것을 듣는 동물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심리 상태도 알릴 수 있다. 집돼지는 짝과 헤어지면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고 신경질적으로 꽥꽥거린다.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게 하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를 받아 흥분하거나 위험하다고 느낄 때 분비된다. 돼지가 조금 더 편안할 때 내는 꿀꿀 소리는 짝과 억지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확연히 줄어든다. 동물들은 언어가 없더라도 소리를 통해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알린다. 인간도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투와 억양을 관찰해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거나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분명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말투와 억양으로 이야기하는지 들으면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을 알아채기 쉽다.


소리의 높낮이도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저주파 소리를 내는데, 다른 동물들은 저주파 소리를 들으면 소리의 주인공이 큰 몸집을 가졌을 거라고 여긴다. 그래서 동물들은 저주파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몸집이 크다는 사실을 알린다. 몸집이 큰 동물은 굵고 낮은 목소리를 이용해 자신을 공격하려는 동물이 겁을 먹고 용기를 잃도록 의도한다. 수컷은 저음으로 울면 짝을 더 잘 유혹할 수 있다. 많은 암컷 동물들은 짝이 될 수컷의 몸 크기를 보고 수컷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자세, 몸짓, 표정의 무게-무언 의례

아무 말 하지 않고도 주변에 영향을 미치다

무언 의례에는 힘을 과시하고 짝을 찾기 위해 냄새를 풍기는 행동도 포함된다. 발정 상태인 수컷 코끼리는 이런 전략을 활용해 냄새를 멀리 퍼지게 한다. 수컷 코끼리에게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첫 번째는 근처에 있는 다른 수컷들의 발정을 막고 동시에 그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다. 발정 상태인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도 냄새를 활용한다. 다음번에 어딘가에서 누군가 조금 심한 향수 냄새를 맡게 되면 그가 향수를 뿌린 목적이 다른 사람에게 겁을 주려는 것인지, 유혹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의심해보라. 그곳은 임원 회의실이나 클럽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호르몬 상태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같은 대학 기숙사에 사는 여성들은 순전히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생리 주기가 같아진다.


사회적 동물은 자주 호르몬 주기가 같아지고 같은 시기에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정성껏 돌보는 동물의 경우 특히 그렇다. 한 마리에서 수 마리에 이르는 동물들이 새끼들을 한꺼번에 돌보면 집단의 이익이 커진다. 펭귄, 홍합 등의 동물 집단에서는 부모들이 동료에게 새끼를 맡긴 뒤 먹이를 찾으러 다닌다. 영양을 비롯한 다른 포유동물들은 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낳아 집단 전체의 보호를 받도록 한다. 그러면 부모가 각자 새끼의 먹이를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사자를 포함한 육식동물들도 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낳아 공동 양육을 한다. 유목 생활을 하던 초창기 인류도 같은 시기에 출산해 집단에게 이익을 안겨주었다. 사람들이 새로 태어난 연약한 아기를 함께 돌본다면 수렵 활동이나 계절 변화로 인한 집단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표정과 몸짓으로 마음을 전달하기

무언 의례는 그저 서열이 높은 이들의 지위를 드러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말 한마디 없이 표정을 지음으로써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집단을 단결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 표정은 아주 강력한 신호다.


우리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것조차 아주 오래된 무언 의례다. 미소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다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미소를 짓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의례다. 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미소는 대대로 후손에게 전해졌고, 많은 영장류 동물들도 비슷한 의례를 행한다. 오랫동안 연구자들은 침팬지가 무언가를 보고 두려움을 느껴서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실 침팬지가 웃음을 짓는 상황은 우리가 웃을 때와 똑같다. 예를 들어 간지럼을 태우면 새끼 침팬지도 사람의 아기와 똑같이 웃는다. 웃는 의례는 인류와 침팬지의 공통 선조에서 비롯되었다. 웃음은 힘을 북돋우고 마음을 달랠 뿐만 아니라 집단을 단결시키고 유대감을 증폭시킨다. 최근 연구는 소리를 내어 웃거나 미소를 짓는 행위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둘 다 전염되기 쉬운 행동이다.


가만히 바라보는 행동 역시 중요한 의례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면 이들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에 휩싸인다. 연인끼리 혹은 사람과 반려견이 서로를 바라볼 때도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누군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 그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누군가의 마음 상태를 헤아리는 능력을 ‘마음 이론’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걸음마를 배울 무렵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능력을 계발한다. 연구자들은 고릴라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고릴라는 상대의 몸짓과 시선을 조합해 어떤 의도인지 알아낸다.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역시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짓 없이 마음을 풀어주는 의례

인간은 데이트를 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무의식적으로 무언 의례를 많이 활용한다. 사회과학자 샌디 펜틀랜드는 의식하지 않은 정직한 신호에 관한 책을 몇 권 썼다. 이런 책에서는 상대가 신호를 어떻게 여기는지도 다룬다. 펜틀랜드는 ‘사회적 신호 처리(Social Signal Processing)’라고 부르는 측정법으로 말과 몸짓언어를 측정해 몸짓언어를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펜틀랜드는 즉석 만남 자리에 이 방법을 적용해 상호작용의 결과를 측정했다. 즉석 만남은 독신인 남성과 여성이 돌아가면서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는 만남을 머리를 끄덕이면서 동시에 팔을 움직이는 ‘빈틈없이 연출된 춤’이라고 묘사했다. 반면, 분위기가 그닥 좋지 않은 실패한 만남에서는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았고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가 많았다.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적은 이들이었다.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즉석 만남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감지하는 도구를 붙여 모든 행동을 포착했다. 펜틀랜드는 대화와 몸짓을 주고받는 방식, 타이밍과 에너지, 대화의 변동성 등을 고려했다. 연구 결과는 정직한 신호의 조건 네 가지를 보여주었다. 이 조건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포함한다.


대화는 어색하게 중단되지 않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두 사람이 비슷한 정도로 움직여야 하며, 서로의 행동을 따라 해야 한다. 이 조건들 역시 중요한 신호다. 이런 긍정적이고 정직한 신호가 바로 관계를 맺기 위한 의례다. 무언 의례를 관찰하는 것은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의례를 되풀이할수록 관계가 단단해진다. 만남을 거듭하는 동안 두 사람의 유대감은 점점 더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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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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