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주차

BOOK SUMMARY
 인문 

스트레스의 힘

저자 켈리 맥고니걸(역:신예경)
출판 21세기북스
출간 2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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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힘


스트레스의 재발견_스트레스는 독이 아니라 약이다

의미 있는 삶은 스트레스 많은 삶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갤럽(Gallup)의 세계 여론 조사 연구원들은 세계 121개국의 15세 이상의 남녀 12만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어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여론 조사원들은 선진국에서는 전화 조사를, 개발도상국과 오지에서는 호별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 다음 국가 스트레스 지수를 계산했다. 한 나라의 인구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어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대답했을까? 세계 평균 수치는 33퍼센트였다. 미국은 43퍼센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필리핀은 67퍼센트로 최고점을 찍었고, 아프리카의 모리타니(Mauritania)는 5퍼센트를 갓 넘겨 최하위에 올랐다.


이후 연구원들은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국가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국가의 행복지수도 높았던 것이다. 전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기대 수명과 총생산이 높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국가생활 만족도와 삶의 행복도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혹스러운 조사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스트레스와 다른 감정들 사이의 관계를 살폈다.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많이 받은 날이면 분노, 우울, 슬픔, 걱정 같은 감정을 느낄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사는 경우에는 그 전날 더 많이 즐거웠고 사랑했으며 웃었다는 대답도 함께 나왔다. 전반적인 행복에 관해서라면 여론 조사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밝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되 우울하지는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이상적인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가장 컸다. 이와는 반대로 극도의 치욕스러움과 노여움을 느끼되 기쁨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가장 불행해 보이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없었다.


나는 이 현상을 ‘스트레스의 역설(stress paradox)’이라고 부른다. 고도의 스트레스는 고통과 행복 모두와 관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이란 스트레스가 없는 삶도 아니며 스트레스 없는 인생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롭다고 생각하지만 고도의 스트레스는 우리가 원하는 것들, 즉 사랑과 건강 그리고 삶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오는 듯하다.


스트레스에서 의미 찾기

1961년에서 1970년 사이에 보스턴 지역에 거주하는 1,300명의 성인 남성들을 상대로 표준 노화 연구(Normative Aging Study)가 진행된 적이 있다. 이후 50년 동안 이들은 자신의 삶에서 받는 두 가지 유형의 스트레스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했다. 첫째는 이혼을 하거나 큰 사고를 당하는 등의 중요한 생활 사건이고 둘째는 그들이 일상에서 무수히 직면하는 사소한 골칫거리였다. 2014년 마침내 스트레스가 이 사람들의 사망률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두 가지 스트레스 유형 가운데 이들의 사망과 상관관계가 훨씬 크다고 밝혀진 예측변수는 일상적인 골칫거리였다. 1989년과 2005년 사이에 일상적 골칫거리를 가장 많이 경험한 사람들은 골칫거리를 가장 적게 경험한 사람에 비해 2010년 전에 사망한 비율이 세 배나 더 높았다.


수많은 언론에서 이 내용을 대서특필하며 다음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


“스트레스 많은 남성, 조기 사망률 높아.”

“과학자들, 스트레스가 생명의 위협이라고 발표.”


그러나 이 연구에서 제시한 스트레스의 유해성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이 소위 일상적 골칫거리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그들의 생명을 위협한 것은 일상적 스트레스의 존재라기보다는 그 스트레스에 대한 그들의 태도였다.


‘일상의 사소한 스트레스와 유쾌한 일의 척도(The Daily Hassles and Uplifts Scale)’는 배우자, 직업 특성, 날씨, 요리, 교회 또는 공동체 조직 등을 비롯해 전형적인 삶의 53가지 측면을 측정한다. 이 검사 양식에 따라 각 항목에서 그날 사소한 스트레스는 얼마나 받았고 유쾌한 일은 얼마나 일어났는지 평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 검사는 여러분이 각자의 삶에서 맡은 역할, 인간관계, 활동을 짜증스러운 골칫거리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의미 있는 경험으로 간주하는지를 알아본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날그날 다르지.”


하지만 사실 이 검사상의 수치는 시간이 흘러도 놀라울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일상의 의무로 인해 유쾌함이 아닌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자기 인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아니라 사고방식에 가깝다.


중요한 사실은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이 경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는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자기 삶을 침범당한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슈퍼마켓에서 줄 서기, 업무 마감일자 맞추기, 휴일 가족 여행 계획 세우기 등 일상적인 경험이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이 경험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게 된다. 마치 지금의 인생은 제 항로를 이탈해버렸고 스트레스 없는 새로운 인생이 어딘가에서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의 2014년 조사에서 가장 흔하게 언급된 일상 스트레스에 복잡한 일정 조율, 잡다한 볼일 처리, 출퇴근, 소셜 미디어, 요리, 청소, 수리 같은 집안일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인생의 일부분인데도 우리는 마치 그것들이 부당한 짐이라도 되는 듯 취급하며 자신의 삶이 당연한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도록 만든다.


스트레스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것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 관해 몇 가지 눈에 띄는 사항이 발견됐다. 첫째, 그들은 스트레스에 대해 다르게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평범한 삶의 한 측면으로 바라봤으며, 완벽하게 기분 좋고 안전한 삶이 가능하다거나 심지어 바람직하다고 믿지 않았다. 그 대신 스트레스를 성장의 기회로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인정하는 경향이 비교적 높았고 힘겨운 노력을 최악의 상황으로 향하는 재앙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적었다. 이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포기하거나 스스로 고립되기보다는 충실한 삶을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 어떤 환경에 처하든지 끊임없이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도 믿었다.


이 선택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 또는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상황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동안 어떤 조치를 취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적대적이거나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가능성은 적다. 그리고 신체적·정서적·정신적으로 자신을 소중히 가꾸는 경향이 크다. 이들은 힘을 비축해뒀다가 삶의 도전에 직면할 때 여기서 도움을 얻었다.


이 말은 우리가 생활 속의 스트레스를 늘 통제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와 우리의 관계를 선택할 수는 있다고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인정하는 것이 용감한 행동이라고, 불쾌함을 포기하는 대신 의미를 선택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인정한다.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에 능숙해진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역경에 동요되지 않는다거나 어려움에도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통해 여러분의 내면에서 용기, 관계, 성장이라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힘을 깨우치라는 얘기다. 혹사당하는 회사 간부의 내면에서든 전쟁에 짓밟힌 공동체 속에서든 회복력을 바라볼 때면 같은 주제가 떠오른다. 스트레스에 능숙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경험을 통해 자신이 변화하도록 허락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사용법_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

연결하기_배려는 어떻게 나를 회복시키는가

1990년대 후반에 캘리포니아대학교 LA 캠퍼스의 심리학자 두 사람이 같은 실험실에 근무하는 여성 과학자들의 스트레스 대응 양식이 남자들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들은 자기 사무실에 처박혀 있지만 여자들은 사무실 회의에 쿠키를 들고 와서 커피를 마시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투쟁-도피는 잊어버리라며 그들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여성들은 서로를 배려-친교하기 때문이었다.


이 농담은 그 여성들 무리에 속한 박사 후 과정의 연구원 로라 쿠시노 클라인(Laura Cousino Klein)의 뇌리에 박혔다. 심리학 연구는 스트레스가 호전성으로 이어진다고 입증했지만 그녀의 경험은 이와 달랐다. 그녀가 지켜본 바로는 다른 여성들의 경우도 여기에 들어맞지 않았다. 여성들은 스트레스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컸다. 그녀는 과학이 스트레스의 중요한 측면을 등한시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클라인은 스트레스 과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연구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미 발표된 스트레스 연구의 90퍼센트가 남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뿐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클라인이 알아낸 사실을 연구소장 셸리 테일러(Shelley Talyor)에게 알리자 그녀에게도 불현듯 어떤 깨달음이 찾아왔다. 테일러는 스트레스의 사회적 측면을 특히 여성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자고 실험실에 제안했다. 동물과 인간을 각각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은 스트레스가 배려심과 협동심 및 동정심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성들은 남을 배려하고 마치 그들이 자녀, 가족, 배우자 또는 자신이 속한 단체의 구성원이라도 되듯이 정성을 쏟는다. 친근하게 구는 경향이 증가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인 도움을 주는 등의 사회적 교감을 강화시키는 행동을 많이 한다.


다른 연구 팀들과 함께 테일러의 연구 팀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믿어왔던 것처럼 스트레스가 오로지 자기방어를 유발하는 것은 아님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는 자신의 무리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일깨우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때때로 이 본능은 여성과 남성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양쪽 모두에게 존재한다. 스트레스를 느낄 때면 남성과 여성 모두 사람을 더 신뢰하고 더 관대해지며 자신의 안위를 걸고 다른 사람들을 기꺼이 보호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려와 친교가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후손을 보호하기 위해 배려-친교 반응은 어떤 반응보다도 먼저 나타난다.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 회색곰이나 화염에 싸인 자동차 잔해에서 아들을 끌어내는 아버지를 생각해보자.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했을 때에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꺼이 행동하려는 자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용기를 반드시 갖추기 위해 배려-친교 반응은 위험을 피하려는 기본적 생존 본능에 대항해야 한다.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 만약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포기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공포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은 죽게 된다.


바꿔 말하면 배려-친교 반응은 사람을 사회적이고 용감하며 영리하게 만든다. 이 반응은 행동의 추진력을 내기 위해 필요한 용기와 희망 그리고 능숙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인식을 모두 제공한다. 이 지점에서 상황은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배려-친교 반응은 우리가 후손을 보호하도록 돕기 위해 진화해왔는지도 모르지만, 막상 그 반응이 일어나면 우리의 용기는 현재 직면한 도전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는 선택을 내릴 때마다 우리는 이 반응을 활성화시킨다.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태도는 용기의 생물학을 만들어내고 희망을 창조한다.


자신의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타인의 고통에 어쩔 줄 모르든 간에 희망을 찾아내는 방법은 그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배려 친교를 통해 접근할 때 얻는 이점은 사랑하는 사람을 돕는 것 이상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돕는 것도 중요한 기능임은 틀림없다.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모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행동을 취한다면 자신의 동기와 낙천주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배려-친교 반응의 부작용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스트레스를 전환시키는 놀랍도록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의 연구원들은 직장에서의 시간 압박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데 흥미가 있었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처리할 시간은 충분치 않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는 누구나 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기분은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나쁜 결정과 해로운 선택을 초래한다고 입증돼온 심리 상태다. 이 연구에서 와튼 스쿨 연구원들은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기분을 덜어주는 두 가지 방법을 시험해봤다. 이들은 일부 참가자들에게 자유 시간이라는 뜻밖의 횡재를 안겨주었고 그 시간에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요구했다. 그 밖의 참가자들은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요구를 받았다. 나중에 연구원들은 참가자들에게 지금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얼마나 되고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진 자원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 평가하라고 요청했다.

놀랍게도 실제로 자유 시간을 얻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 시간이 부족하다는 기분이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들을 도운 사람들은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한 사람보다 향후에 자신이 더욱 능력 있고 능숙하며 유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임무와 그로 인한 압박감을 다룰 줄 아는 능력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달라졌다. 이런 면에서 이 실험은 다른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자신감을 강화시켰던 제러미 제이미슨의 수용-사고방식 중재와 비슷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힘든 일에 대해 전과 다르게 느끼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에 눈뜬 자신감 덕분에 시간처럼 객관적인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을 도운 뒤에는 시간 자원이 늘어났던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나의 회복이 되는 이유

여러분 자신이 극한 어려움에 몸부림칠 때 타인을 도우려고 하는 본능은 ‘고통에서 탄생한 이타주의(altruism born of suffering)’라고 불려왔다. 이 명칭은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 심리학 교수 에르빈 스타우브(Ervin Staub)가 지었다. 젊은 시절 스타우브는 나치주의와 공산주의를 차례로 겪은 후 조국인 헝가리에서 탈출했다. 연구원으로서 그는 폭력과 인간성 말살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해 연구할 작정이었지만 연구 과정에서 타인을 도와준 사람들의 이야기에 계속 등장하자 여기에 매료됐다. 가령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82퍼센트는 강제 수용소에서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얼마 되지 않은 음식을 나눠 먹어가며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타주의가 자신이 가진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현상이 당황스러울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인적 손실은 우리가 에너지를 보존하고 어떤 자원이 남아 있든 그것을 지키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왜 고통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도록 만들까?


그 해답은 우리가 이미 고려한 내용인 ‘배려가 어떻게 용기와 희망을 만들어내는가’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이미 살펴봤듯이 남을 돕는 행위는 공포를 용기로, 무력감을 낙천주의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인생이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로 가득하다면 배려와 친교에서 얻는 혜택은 우리의 생존에 한층 더 결정적이다. 우리 자신이 힘겨운 상황에서 발버둥 칠 때 남을 돕고 싶어 하는 본능은 ‘좌절 반응(defeat response)’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좌절 반응은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을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반응으로, 식욕 부진과 사회적 고립감 및 우울증을 야기하며 심지어 자살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 주된 효과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이다. 의욕, 희망,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은 열망을 잃게 한다. 그러다 보면 삶의 의미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상황을 개선할 만한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배려는 회복력을 만들어낸다. 일상적으로 남을 돕지 않는 사람들은 중대한 스트레스성 생활 사건을 겪으면 사망 위험이 30퍼센트 증가했다. 하지만 남을 돕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인 참가자들은 스트레스와 관련해 사망 위험이 증가한 경우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외상성 사건을 몇 가지 경험했을 때에도 그들은 주요 스트레스성 생활 사건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과 사망 위험이 비슷했다. 마치 스트레스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 중에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남을 돕는다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도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한가지 대상이 바로 스트레스다. 타인을 배려해서 얻는 이점은 인종과 민족을 막론하고 평생토록 남녀 모두에게 적용됐다. 스트레스가 질병과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일반적인 추측은 일생을 배려-친교의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듯 보인다.


성장하기_역경은 어떻게 나를 강하게 만드는가

역경은 왜 삶을 살찌게 하는가

한 사람의 과거가 지닌 중요성은 시어리의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2010년에 발표한 논쟁적인 논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Whatever Does Dot Kill Us)에서 그는 외상성 사건이 우울증과 불안감 및 질병의 위험을 항상 증가시킨다는 널리 알려진 믿음에 도전했다. 부정적인 생활 사건을 경험하면 이런 결과를 실제로 막을 수 있다고 입증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역경은 회복력을 만들어낸다.


이 놀라운 결과는 미국인 2,000명 이상을 4년 동안 추적 조사한 어느 연구에서 비롯됐다. 이는 전국 대표 표본이었으므로 참가자들의 연령, 성별, 인종, 민족, 사회경제적 지위를 비롯해 다른 인구통계학적 세부 사항들이 미국 전역의 인구를 잘 반영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연구원들은 참가자들에게 37가지의 부정적인 생활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예컨대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 친구나 연인의 죽음,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 이혼, 위험한 생활환경, 신체적 폭력 또는 성폭력 피해, 화재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서 생존한 경험 등에 대해 질문했다. 과거에 겪은 모든 역경을 광범위하게 감안해 참가자들은 각 유형별 사건을 한 번 이상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평균적으로는 이런 사건을 여덟 번 정도 겪은 것으로 보고됐다. 참가자의 8퍼센트는 이런 사건 중 아무것도 경험한 적이 없었으며, 가장 많이 겪었다고 보고된 횟수는 일흔한 번이었다.


시어리는 역경이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시험하기로 마음먹고, 사람들이 겪은 외상성 사건의 숫자를 통해 4년의 연구 기간 동안 그들의 행복을 예측할 수 있는지 살폈다. 한 가지 가능성은 둘 사이에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즉, 역경을 더 많이 겪을수록 그 사람의 행복은 감소한다는 얘기다. 그 대신 시어리는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맞는다는 U자형 곡선을 발견했다. 중간 수준의 역경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가장 낮았고 신체적 건강 문제도 가장 적었으며 삶의 만족감도 가장 높았다.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해 가장 낮은 수준과 가장 높은 수준의 역경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 우울했고 건강 문제도 더 많았으며 삶에 대한 만족감도 떨어졌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역경 없는 인생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시련을 직면한 사람들에 비해 행복하지도 건강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과거에 정신적 외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평균적인 숫자의 외상성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 비해 삶에 대한 만족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수년 동안 실시된 후속 조사에서 참가자들은 최근의 스트레스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지난 조사 이후로 심각한 역경을 새로 경험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사건들은 자신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새로운 외상성 사건의 결과는 한 사람의 과거에 따라 달라졌다. 과거에 역경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역경을 별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새로운 질병에 걸리거나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적었다.


역경의 뒤편

지금까지 우리는 역경이 회복할 힘을 키워주고 정신적 외상이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켜봤다. 더욱이 이런 관점으로 과거의 시련을 바라본다면 현재의 스트레스에 맞서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빠졌다면 어떨까? 스트레스 속에서 한창 허우적대는 와중에 역경이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혜택이 생길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스트레스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서 그 상황에서 장점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장점을 볼 수 있다면 그 상황은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가? 대답은 아무래도 “그렇다”인 듯하다. 첫 번째 심장마비에서 우선순위에 변화를 주고 인생에 좀 더 감사할 줄 알며 가족 관계를 개선하는 등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들은 두 번째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고 8년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HIV 양성 진단을 받은 뒤로 건강을 더 잘 관리하고 약물 사용을 그만두기로 결심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가 생겼다고 인정하는 여성들은 면역 기능이 더 좋아지고 5년 동안의 후속 치료 기간 동안 AIDS로 사망할 가능성이 적다. 만성 통증이나 질병에 시달리는 남녀가 자신의 고통에서 긍정적인 면을 볼 줄 알면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 기능이 개선된다고 기대할 수 있다. 이 모든 연구의 초반에 연구원들은 참가자들의 건강 상태를 조심스럽게 관리했다.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은 애초에 몸이 더 건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긍정적인 면을 볼 줄 알면 이 긍정적인 결과들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환경에서 장점을 볼 줄 알면 왜 도움이 될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역경의 긍정적인 면을 보면 사람들의 대처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사고방식의 대표적인 효과다. 어려움 속에서 장점을 발견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가 더 많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더 크며 인생의 당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더 굳게 확신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사회적 지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 능동적인 조치를 취한다. 게다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피성 전략에 의존할 가능성이 적다.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서 장점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해 더 건강한 신체 반응을 보이고 더 빨리 회복한다. 이는 마술이 아니다. 이 모든 이유 때문에 장점을 찾을 줄 알면 우울증이 줄어들고 결혼 만족도가 높아지고 심장마비 횟수가 줄어들며 면역 기능이 강화되는 등의 광범위한 결과가 예측된다.


나는 모든 스트레스 상황에서 장점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가령 교통체증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을까?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점 찾기는 우리가 사소한 좌절을 느낄 때마다 반사적으로 보여야 하는 반응은 아니다. 사소한 사건은 성장과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 안에서 장점을 발견하려고 한다면 진정한 대답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신적 외상이라고 해서 모두 긍정적인 면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고통에 대해 억지로 긍정적인 해석을 내려서도 안 된다. 장점 찾기는 스트레스 경험이 여러분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여러분이 통제하지도 변화시키지도 떠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특히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장점을 발견하기가 가장 불가능할 것 같은 경험이야말로 성장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려는 자발적인 마음을 통해 전환될 가능성이 가장 큰 그런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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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조"와 "성공"에 대한 논쟁

가족의 구조와 구성이 바뀌고,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트렌드가 기존 사회가 양산한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미디어 브리핑스

[RH] 충분한 수면이 건강과 성공의 비결 外

미국 심장의학협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와 세계심장학회(World Congress of Cardiology)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