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주차

BOOK SUMMARY
 인문 

비관하는 힘

저자 모리 히로시(역:홍성민)
출판 더난출판
출간 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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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하는 힘


비관은 최고의 생존 전략

제동 거는 생각

기대와 의욕이 넘치는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면 안타깝지만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때로는 생각지 못한 사태를 만나거나 간과했던 문제가 나타나고, 괜찮을 거라고 믿었던 방법이 쓸모없게 되기도 한다.


특히 타인이 관계하는 일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인간은 기계보다 훨씬 부정확하므로 믿었는데 배신을 당하는 상황이 빈번히 일어난다. 애당초 누군가를 믿는다는 게 자기 편한 대로의 생각, 즉 관찰 부족에 의한 편견이다. 사기처럼 상대가 나쁠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렇게 될 거란 사실을 예측하지 못한 자신의 과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가능한 반성이라는 행위, 사고법의 수정이 이루어진다. 즉 최초의 달려!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고 반성하는 것이다. 가속만 하고 감속하는 기능을 잃은 머리로는 자유자재로 달릴 수 없고 실패하기 쉽다. 성공 확률도 떨어진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대두되는 사고법, 즉 감속 기능이자 제동 거는 사고법이 바로 비관이다. 이런 재미있는 게 있다라고 생각했을 때 정말 그럴까?, 뭔가 단점이 있을 것이다하고 부정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사고의 가속을 제어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실수를 가정해두는 이유

어떤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과학기술의 기본이다. 필요한 성능을 최대한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설계하는 것이 공학의 상식이다. 재료의 변동과 생산 과정에서의 불균질성을 보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떤 계획을 실행할 때는 온갖 사건을 가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긍정적인 방향의 사건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의 사건, 즉 사고를 가정해 만일의 사태가 벌어져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대비해둔다. 만일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수고와 자금을 쓴 것이니 가능하면 그런 낭비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더 정확한 예측과 기술이 필요하므로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서 어느 정도까지 실수를 보완할지 정해둔다.


일반적으로는 기준이나 지침 같은 정해진 규칙이 있어서 그에 따라 계획과 설계를 진행한다. 이런 규칙이 없으면 자칫 ‘그때까지 하지 않아도 잘 될 거야’ 하고 타협하기 쉽다. 원래 많은 사람은 비관을 싫어해서 이런 규칙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안전이 쌓이면 신뢰가 된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살지만 실제는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이 대부분 인공적인 생산품이며, 그것들은 안전을 의식해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이다. 지금의 안전한 사회가 성립한다. 물론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도 많아서 사고가 일어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반성하고 논의해 개선했다. 예전에 비하면 훨씬 살기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안전한 사회의 기본이 되는 것이 만일을 가정해 사고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런 안전을 유지하는 것으로 신뢰가 생긴다. 신뢰할 수 있기에 안전할 수 있다. 만일 문제가 생겨 안전이 위협받으면 신뢰를 잃고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게 된다. 안전을 계속 쌓아가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안심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인간의 현명함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쉽게 말해 현대사회는 비관하는 힘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객관적일 수 있는 여유

비관은 매사에 신중하고 용의주도하게 준비하는 자세를 만든다. 물론 그런 준비를 하지 않는 낙관에 비하면 여분의 수고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문제없이 일이 진행되면 약간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반면에 비관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성공을 유도하는 것 외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정신적 안정이다. 일반적으로 이것을 여유라고 한다.


온갖 문제를 가정해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여유가 생기고 그로 인해 더욱 치밀한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것은 여유가 객관성과 냉정함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을 때 사람은 긴장해서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히 많은 것을 간과하게 된다. 비관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사고방식으로, 머릿속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주변을 돌아보면서 혹시나 놓친 것이 없는지 찾는다.


잘 안 될지 모른다고 걱정만 하는 비관으로는 부족하다. 잘 안 되는 원인으로 어떤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지 찾는 방향으로 사고해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해야 비로소 비관의 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주변의 가능성을 생각해 움직이는 행위가 객관적인 시각을 키운다. 항상 비관해서 나빠질 원인을 찾으면 차츰 어떤 것을 간과하기 쉬운지도 알게 된다. 그것은 한 방향에서만 보는 고정된 시각에서 생기기 쉬운 사각(死角)에 숨어있다.


생각지 못한 원인으로 실패하는 경험을 여러 번 겪으면 그 원인을 생각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중요한 계획이라면 여러 사람이 확인하는 것으로 실수를 피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것도 시각의 문제였다는 증거다. 객관적으로 되지 못하고 주관적인 예측에 의지하기 때문에 실수를 가정하는 것이 충분하지 못하게 된다.


낙관은 스트레스를 낳는다

비관이란 자신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다가 사회에서 고립되어도 난처하고, 반대로 오로지 일만 하면 정신적으로 지쳐버릴 수 있는 양극단의 가능성을 피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밧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비관하는 것으로 균형을 잡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난처해서 한다는 자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마지못해서 하는 정신이 석연찮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조금은 고루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예전에는 그런 문화가 있었다. 이왕 할 바에는 좋아하면서 하라는 논리다. 예를 들어 일에서 보람을 찾고 공부도 즐기면서 하라는 뜻이 된다. 지도하는 쪽은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공부를 기획한다. 이것은 낙관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는 방안이다.


나는 이 방식에 반대다. 왜냐면 나는 일도 공부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노는 것이 즐겁다. 속마음을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일도 공부도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난처해진다. 이런 비관에서 어쩔 수 없이 한다. 그 자세가 왜 나쁜지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싫은 것을 좋은 것으로 바꾸는 일은 정직한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다. 자기 기분을 바꾸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이 낭비고 비효율이다.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낙관해서 노력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그런 방법으로 의욕을 끌어내 성장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정상이 되어 기분을 긍정적으로 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더욱 낙관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도 스트레스를 부른다.



상식을 비관하면 혁신이 된다

상식은 엄청난 낙관이다

지금부터 비관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의미의 비관과는 다소 달라서, 슬퍼지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A라면 B라는 통설, 상식, 편견에 대해 진짜 그럴까?, 그건 항상 성립 할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 않을까?를 의심하는 것이다. 정해진 것이므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낙관을 깨뜨리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어 사회 전반 혹은 특정 지역에 통용하는 상식이란 것이 존재한다. A라면 B라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다. 모두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그것이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비상식적일까? 비상식적인 인간은 어떻게 될까?


누가 말을 걸면 그에 응하는 것은 법률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상식이다. 입을 다물고 응하지 않으면 비상식적인 인간으로 간주되어 미움받거나 무시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은 과묵한 것이 좋아 주위 사람들이 비상식적인 인간으로 인식해도 상관없다는 이들에게는 입을 다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 지극히 평범한 대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생각하기를 멈추다

뭐든 의심하는 것이 좋은가 하면, 반은 그렇지도 않고 반은 그렇다. 그렇지도 않다는 것은 모두를 의심하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대상이 너무 많다. 또 의심한 것 가운데 의심할 가치가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의심하면 의문이 생기는데 그 의문에는 스스로 답하는 수밖에 없다. 주위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의문에 대해 상대조차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답이 가치가 있는지 어떤지도 스스로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관으로 매사를 의심해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는 습관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노동이다. 그러나 뇌는 쓰면 쓸수록 회전이 잘 된다. 이 점에서는 운동과 같아 먼저 몸을 길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몸 이상으로 두뇌 회전에는 개인차가 있다.


사람은 성인이 될 때까지 공부한다. 폭넓은 분야의 지식을 습득한다. 이런 기초 지식은 매사에 생각하기 위한 재료가 되고 또 생각할수록 그 능력도 높아진다. 이런 종합적인 사고 능력으로 사회에서 관찰한 것을 분석하고 많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상식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 결과 그것에 관한 새로운 정보에 접속해 머릿속의 데이터는 더욱 늘어난다.


학창 시절에 이 정도로 준비하고 사회에 나가는데 어째서인지 어른이 되면 일의 효율이 우선되고 주위에 맞추고 지시를 따를 뿐인 인간이 되어 버린다.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아서 좋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생각하지 않게 된다. 번거롭고 귀찮은 것에서 졸업해버린다.


대체로 이것이 낙관의 시작이다. 즉 나는 어른이 되어 직업을 가졌다. 이제는 일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신경 쓰면 먹고살 수 있다라는 낙관이다. 일을 배우기까지는 다소 머리를 쓰지만, 그것도 중년이 되면 대부분 알게 된다. 이후는 별 탈 없이 역할을 다하고 지시받은 것을 실행할 뿐이다.


비관은 생존하는 기술

인간은 어느 정도 비관했을 때 생각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위험이 예상되는 사태를 어떻게든 피할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즉 걱정이 사고의 기원이 아닐까. 이를 증명하는 과학적 자료는 없지만, 동물을 보면 위험을 감지했을 때의 반응이 놀랍게 빠르다. 생존을 위해 비관은 최우선이다.


두 번째 오늘날 인간은 야생에서 생활하던 시대보다 안전한 환경에 있다. 국가, 사회, 집단, 네트워크, 집, 방 같은 많은 방어물의 보호를 받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 집단을 형성한 이유는 더욱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현 인류에게 사실상 외부의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든다면 인간을 위협하는 적은 인간이다. 사회에서의 경쟁에 임하는 자세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집단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항상 입장과 권력을 다툰다.


만일 무인도에서 홀로 생활한다면 자연재해를 걱정하는 정도에 머문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일을 하고 인간관계를 쌓고 가족이나 동료와 서로 의지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적잖이 복잡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유리한 입장을 얻은 사람, 혹은 강한 권력을 쥔 사람, 즉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은 평균적인 위치나 흐름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났을까? 이것은 예로부터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미래를 내다보고 남보다 빨리 정확히 행동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은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그 결과 혼자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크게, 정면에서 비관할 것

예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생활환경은 위험이 많이 줄었다. 집 안에서 불이 나는 일을 막기 위해 화재경보기가 보급되었다. 연필을 깎기 위해 아이들이 칼을 쓰는 일도 없어졌다. 통학로도 어른들이 지켜보게 되었다.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한탄의 소리는 어느 시대에나 들을 수 있다. 예전에는 한가롭고 좋았다고 하는데, 통계를 살피고 각종 자료를 확인해보더라도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안전성은 높다. 살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위험을 선동하는 언론에 휘둘려 대중이 비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안전의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험을 부채질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프로젝트든 일을 실현해 생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크게 비관할 것, 정면에서 비관할 것,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자칫 비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뒷걸음질할 수 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근거 있는 논리

이쯤에서 비관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자. 중요한 자세를 조목별로 나타냈다.


1. A이면 B라는 단정이 절대적인 것인지 의심한다.

2. 이거다, 하고 단정하는 발언에 대해 예외를 찾는다.

3. 예상할 수 있는 효과를 작게 평가하고, 그래도 전체가 성립하는지 검토한다.

4.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5. 상황이 나쁜 사태일수록 우선해서 생각한다.

6. 가능한 한 다수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7. 자신의 설명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해둔다.

8. 주변의 평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자세를 종합하면 의심하다와 여유를 갖다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의심하니까 여유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비관이라는 태도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의심하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자. 의심하는 방법은 명확한 정의나 구분이 어려운데 말로 흘려버리지 않고 기본 원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의심하는 것은 논리를 따지기 위함이고 논리를 알면 의심하는 행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를 낙관하고 미래를 비관하다

비관은 소극적인가

여기서 다시 낙관과 비관의 기본 경향에 대해 고찰해보자. 지금까지 이 책을 읽어도 "그런데 역시 비관은 외롭고 슬프고 왠지 소극적인 기분이 든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낙관이 적극적이고 비관이 소극적이라는 인상은 어디서 나올까? 생각하는 대상이 미래에 있는가 아니면 과거에 있는가에 따라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설명한 비관은 주로 미래에 대한 비관인데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을 돌아보고 비관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를 비관하는 것은 이점이 적다. 반면에 반성하는 것으로 미래에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대책을 마련하면 효과적인데, 이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비관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미래에 활용한 행위다.


지난 일에 미련을 갖고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관찰된다. "생각하라"는 말에 그래, 생각하자 라고‘ 결심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한다. 이것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는 것은 미래를 향한 예측이어야 한다. 미래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 일의 좋고 나쁨을 평가해봤자 이미 일어난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가령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 고장 난 것은 수리해 원래 상태가 될 수 있지만 고장났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경험한 것을 의도적으로 잊을 수 없다. 컴퓨터의 데이터처럼 한 번에 깨끗이 삭제되면 좋겠지만.


더 이상 나쁜 일은 없을 것이다?

최악의 유형은 과거를 비관하고 미래를 낙관하는 자세다.


과거를 돌아보고 괴로워하며 "그런 고통은 이제 싫다. 앞으로는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하고 의미도 없이 낙관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와는 반대로 과거를 낙관하고 미래를 비관하는 것이 의미 있는 자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연이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이 어느 쪽인가 하는 점은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쁜 일이 있었으니까 더 이상 나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는 낙관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과거에 나쁜 일이 발생한 경우 미래에 같은 일이 발생할 확률은 유동적이다. 이것은 일어난 일로 과거의 데이터가 갱신되어 대책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문제가 재발할 우려는 크게 비관해둘 필요가 있다. 


항상 자신이 우선이다

또 하나 과거의 비관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을 긍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기 때문에 가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사진과 비디오를 보며 그리워하는 방식은 무의미한데 그것은 생각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머리로 누구와 말하지 않고 조용히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과거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때 좋지 않은 생각은 무시하고 즐거운 추억을 떠올린다. 어디가 어떻게 좋았는지 생각한다. 그때의 자신을 칭찬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때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므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어차피 죽는다

미래를 비관하며 살아도 언젠가는 죽는다. 이 자체가 궁극의 비관이다. 적어도 자기 죽음 정도는 제대로 생각해두자.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정도다. 그다음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인간에게는 최악이 죽음이다. 그 이하는 없다.


너무 먼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해서 자기 죽음을 서두르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죽음으로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낙관이다. 나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는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비관하는 사람은 자살을 생각할 만큼 궁지에 몰리기 전에 어떤 조처를 한다. 그 단계까지 낙관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갑자기 찾아와서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충동적으로 죽음을 선택해버린다. 이 빠른 단념이 매우 낙관적이다.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적어도 죽기 전까지는 살아있다. 살아있었기 때문에 과거를 등에 지는 것이므로 과거의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자신을 낙관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죽음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고 원망하기 때문에 죽을 수 있다. 4장에서 언급했듯 비관으로 얻을 수 있는 냉정함을 상실하기 때문에 죽을 수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더욱 비관하라다. 비관이 부족하므로 죽으면 전부 해결될 수 있다고 낙관하는 것이다. 생각이 부족하기보다 생각할 수 없게 된 상태다. 말릴 생각은 없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이미 노년인 사람이라면 이런 빠른 단념은 없다. 어차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기에 죽자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치에 맞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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